북한이 또 한 차례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했다.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했다.
한국군 합동참모본부는, 12일 오전 7시 55분께 평안북도 방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상의 발사체가 발사됐다고 밝혔다. 비행 거리는 500여 킬로미터(㎞)로 추정됐다.
평북 방현 일대는 지난해 말 북한이 '무수단'을 발사한 지역이기도 하다. 무수단은 사거리 3000킬로미터 내외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다.
군은 이 발사체의 비행 거리 등을 봤을 때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은 아닐 것이라며 노동 혹은 무수단의 개량형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정부 당국은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겨냥한 무력 시위 성격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어떻게 나오는지 떠 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
합참은 "오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또다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도발 행위"라고 규탄했다. 합참은 그러면서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 신(新)행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에 맞대응하기 위한 무력 시위의 일환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오전 9시 30분,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를 여는 등 대응 마련에 들어갔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범정부적으로 국제사회와 함께 그에 상응한 응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 정부의 대응이 추가 제재 등 '응징'에 방점을 찍을 것을 시사했다.
문재인 "북, 불순한 저의 의심"…안철수 "정부에 초당적 협력"
조기 대선을 앞둔 정치권, 특히 야권에서도 북의 미사일 발사를 강하게 규탄하는 목소리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아침 SNS에 올린 글에서 "김정은이 오늘 아침 500여 킬로미터를 비행하고 동해상으로 낙하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합참의 발표(가 있었다)"라며 "왜 이런 만행을 자행해서 운명 단축을 자초하는지 참으로 개탄스럽고,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했다.
박 대표는 "정부는 NSC 회의 등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해 밝히고,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함으로써 안보와 민생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하며 "우리 국민의당도 정부와 함께 협력할 일이 있다면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다.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이름 뒤에 어떤 직함도 붙이지 않은 것, '만행'이나 '운명 단축' 등 상당히 강경한 어휘가 동원된 점이 눈에 띈다.
더불어민주당도 기동민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북한 당국은 무모한 무력 시위를 즉각 중단하라"며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 평화와 화해·협력에 역행하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그 어떤 명분과 대의도 무력과 전쟁 도발의 위험 앞에서는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북한 당국은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기 대변인은 "대화하고 싶다면 대화를 요청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며 "국제 사회가 대화 테이블은 외면한 채 미사일만 쏘며 위협하는 북한 당국을 언제까지 용인할 수 있겠나"라고도 했다.
대선 주자들도 북한을 비판하고 나섰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무모하고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라며 "여러 차례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도발을 감행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게다가 한국의 최근 정치 상황에 어떤 목적을 가지고 그런 도발을 하는지 불순한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북한 도발로 가장 이득을 볼 이는 직무정지 중인 박근혜 대통령임을 상기시킨 뒤 "북한이 이런 식의 도발을 계속한다면 이제는 김정은 정권의 앞날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 결의 위반이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점에서 단호히 규탄한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위험천만한 도발 행위"라고 비난했다. 안 전 대표는 "강대강의 정면 충돌이 아닌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대화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며 "정부는 안보 위기 관리에 전념해야 한다. 저와 국민의당은 초당적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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