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이하 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국토안보부 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장벽을 건설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은 조만간 멕시코와 협상을 통해 장벽 공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멕시코 이민자의 유입을 막기 위해 장벽 건설을 공언해왔고, 이 비용은 멕시코가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수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선 연방 재정을 투입해 장벽 공사를 시작한 뒤 이후 멕시코가 비용을 상환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멕시코는 정상회담 취소를 언급하며 반발하고 있다. <에이피>통신은 멕시코의 고위 관리를 인용, 오는 31일로 예정돼있는 미국과 멕시코 간 정상회담이 취소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멕시코 내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실제 정상회담이 취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8월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를 만나 장벽 건설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멕시코 대통령이 트럼프의 들러리를 섰다는 비판적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게다가 니에토 대통령의 지지율이 10%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정상회담을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루이스 비데가라이 멕시코 외교부 장관이 워싱턴 D.C를 방문해 양국 간에 정상회담을 조율하고 있는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발표되면서 "멕시코가 미국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양국 간 정상회담 개최에 부담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불에는 불로 맞서야"…고문도 허용?
한편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이 운영했던 '비밀감옥'의 부활과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존치 등을 골자로 하는 테러 관련 행정명령 초안이 이날 미국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고문 등 국가안보 기구의 인권 유린 행위를 공식적으로 허용한 조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행정명령은 테러 용의자에 대한 심문 방식 재검토를 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비밀 감옥 부활과 관타나모 수용소 존치 등이 거론된 셈이다.
그러나 이 초안에 "미국 법률은 고문을 금지하고 있다"고 명시돼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 초안에 서명을 할지는 미지수다. 그는 이날 국토안보부에서 국경 장벽 건설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기자들과 만나 "불에는 불로 맞서야 한다"면서 고문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진 단체들은 중동에서 종교적인 이유로 시민들을 죽이고 있는데,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서 "고문을 사용하는 것은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전쟁 포로로 잡혀 고문을 받은 적이 있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미국에서 다시 고문이 도입돼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역시 "미국인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CIA가 운영하는 비밀 감옥은 9.11 테러 이후 6일 만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허가를 받고 국내외 여러 곳에 설치됐다. 그런데 용의자 강제 억류 및 고문 등으로 감옥 운영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이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이 감옥을 폐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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