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이하 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TPP 탈퇴 계획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이번 조치에 대해 "미국 노동자들을 위해 아주 좋은 일"이라고 자평했다.
TPP는 미국과 일본,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등 12개 국가가 참여한 다자 자유무역협정으로, '예외 없는 관세 철폐'를 추구하면서 양자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높은 수준의 포괄적 자유무역을 지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TPP의 이러한 측면 때문에 노동자들의 삶이 힘들어진다면서, 본인이 대통령이 된다면 취임 100일 내에 TPP에서 탈퇴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리고 이날 행정명령으로 TPP 탈퇴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 행정명령에 대해 미국 내 노조를 비롯해 민주당 대선주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샌더스 의원은 성명을 통해 "이제 다국적 거대 기업이 아닌, 일하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새로운 무역 정책을 개발해야 할 때"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노동자들을 돕는 새로운 정책을 펼친다면, 기꺼이 그와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화당을 비롯한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의원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우려섞인 비판을 가했다.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중국에 경제 규칙을 만드는 빌미를 주는 것과 함께 미국이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건데 이건 골치 아픈 일"이라며 TPP 탈퇴로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방송 CNN은 이를 두고 "공화당은 오랫동안 자유 무역을 지지해왔지만 이제 보호무역론자인 대통령을 옹호하는 측과 다국적 기업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세력으로 갈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CNN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방송은 "트럼프는 많은 비판론자들의 반대에 부딪힐 것"이라며 "다국적 기업들은 세계의 많은 소비자들에게 자신들의 물건을 제 값을 주고 팔지 못하는 것에 대해 엄청나게 반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와 함께 CNN은 "이미 생산직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많은 기업들이 미국을 떠났는데, 이들을 움직이게(미국으로 돌아오게) 하는 데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기업들이 미국에서 생산 활동을 하게끔 만들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이번 조치로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이번 행정명령으로 TPP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방송은 "트럼프의 이번 조치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의회는 아직 TPP 탈퇴를 인준하지 않았고 TPP가 깨진 것은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TPP 탈퇴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챙길 수 있는 정치적 이득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CNN은 "트럼프는 선거 때 유권자에게 했던 약속을 충실히 지켰고, 오바마 행정부의 주요한 업적 중 하나를 종결시켰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속전속결로 행정명령에 서명한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공 임신 중절 수술과 관련해 연방 재정 투입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이 아닌 해외에서 임신 중절과 관련한 정보를 지원하거나 임신 중절 합법화 지원 활동을 벌이는 민간 단체에 대해 연방 정부의 자금 지원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총기 규제 문제와 더불어 미국 사회 내에서 보수와 진보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 중 하나인 임신 중절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인 오바마와는 달리 보수 색채를 뚜렷이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본인의 취임식 직후인 21일에 열린 '여성 행진'(Women's March)에 대해 보복 조치를 가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날 여성 행진은 수도인 워싱턴 D.C에서 50만 명이 모인 것을 비롯, 미국 전역과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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