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영하권으로 떨어진 강추위 속에서도 시민들은 또다시 광화문 광장으로 모였다. 이날 만민공동회의 사회를 맡은 방송인 김제동 씨는 "여러분들의 촛불로 인해 검찰이 최순실 국정 농단을 조사했고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가결 시킨 것이다. 서로에게 박수를 쳐주자"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이후 대북정책과 최저임금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조목조목 밝혔다. 그는 "한반도 내에서 전쟁의 위험이 없어져야 한다"면서 "진짜 안보는 성주나 김천 주민들 괴롭히면서 사드 배치하는게 아니라, 이 땅의 전쟁의 위험이 없도록 대한민국이 주도권을 회복해 통일 시대를 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북한 중에 어디를 먼저 갈 것이냐는 질문에 "북한"이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 김 씨는 "그게 뭐냐, 국민한테 먼저 와야지"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미국이나 북한 중에 어딜 먼저 가겠다고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미국이랑 북한, 필요하다면 중국까지 불러서 4자 회담을 할 수 있다는 정도는 말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 정도 배포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김 씨는 "앞으로 20년 뒤쯤에 우리가 통일을 이룬다면,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은 통일 시대의 주역이 되는 것이다"라며 "산업화, 민주화를 이룬 선배들이 우리 아이들을 통일 세대로 만들어 주자"라고 덧붙였다.
최저임금에 대한 일성도 이어졌다. 그는 "최소한 1만 원은 줘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제가 사는 동네에서 아르바이트 하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한테 최저임금이 1만 원으로 올라가면 어떻겠냐고 하니까 너무 행복할 거라고 한다. 이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자영업 분들이 힘드시다고 하면 세금으로 지원해주는 방안을 마련해볼 수도 있다. 대한민국 상위 소득 1% 분들한테 세금을 좀 더 걷어서 최저임금을 올리고 모두가 같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순실의 10조 원, 신생아 한 명씩에게 나눠줘도…
최순실 씨가 은닉한 재산이 10조 원에 달한다는 보도와 관련, 김제동 씨는 "우리나라 신생아가 40만 명 태어나는데, 이 아이들에게 1000만 원씩 넣어줘도 1년에 4조 원이다. 그렇게 줘도 6조 원이 남는다"면서 "돈은 이렇게 써야 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삼성이 최 씨에게 대가성이 있는 뇌물을 건넸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헌법 조항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 씨는 "헌법 제23조 2항에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이건 공공의 복리에 의한 것이 아니면 환수되고 몰수되어도 된다고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돈이 모두 여러분의 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삼성에서 만약 최순실 씨에게 돈을 줬다면, 그게 삼성 돈일까? 아니다. 삼성에서 일했던 노동자의 돈"이라며 "여러분들이 낸 세금이 그들에게 쓰였다면 이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우리 헌법에서 유일하게 기본권 중 그 내용과 한계를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한 것이 제23조 사유재산권이다"라며 "그런 의미에서 최순실 씨 일가의 재산, 그 재산의 형성 과정, 그리고 그 돈이 누구에게서부터 왔는지 내용과 한계를 명확하게 밝혀서 재산을 몰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기문 총장님, 처신 잘하셨으면
이날 만민공동회에서는 그 취지에 맞게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표출됐다. 그 중 중학교 2학년 오정태 학생은 김제동 씨와 인터뷰 과정에서 성숙한 사회 인식을 드러내 주목을 받았다.
오 학생은 "국정교과서 문제를 보면서 우편향된 교과서를 배워야 하나 걱정이 든다. 또 우병우 청문회(국정조사)를 봤는데 저런다고 죄가 덮어질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박근혜 정부 동안 세월호 사건이 터졌고 메르스가 유행했고 AI에 인간까지 독감에 걸렸다"며 "6.25 전쟁 이후 최대의 위기가 몰려오는 것 같다"는 나름의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오 학생은 "이 위기를 이기기 위해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박근혜를 빨리 쫓아내고 국민의 뜻에 입각한 정부를 세워서 빨리 나라가 평안해지고 학생들이 국정 교과서 대신에 좀 더 바른 교과서로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고 밝혀 사람들의 박수를 받았다.
김제동 씨는 "세월호와 메르스, 독감까지 그 어떤 대선후보한테서도 들어보지 못한 훌륭한 현실 진단인 것 같다"면서 "어떤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오 학생은 "일단 이번 사태에 공동 책임을 가지고 있는 새누리당에 관련돼 있는 사람들은 절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엔 사무총장에서 내려오신 기름 장어님, 자꾸 간 보면서 안 그래도 흙탕물인 곳을 더 헤집어 놓지 말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차분하게 잘 생각하셨으면 좋겠다"며 "나이도 많으시고 품위도 지키고 계신 분이 스스로 나서서 자신의 품위를 깎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훈수를 놓았다.
김 씨는 "오늘 만민공동회를 통해 중학교 대한민국 정치평론가가 탄생했다"면서 오 학생의 발언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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