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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사퇴, '친박 vs. 비박' 정면승부 판 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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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사퇴, '친박 vs. 비박' 정면승부 판 깔았다

이정현이 "쓰레기통" 운운한 '여야정합의체' 타결짓고 전격 사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새누리당이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정진석 원내대표가 '폭탄'을 던졌다.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내대표직 사퇴를 전격 선언하며 "새로운 원내대표를 선출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향후 있을 원내대표 경선은 계파 갈등은 물론, 향후 새누리당이 '분당'으로 가는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 원내대표의 사퇴 선언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지난 9일 이정현 대표는 탄핵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12월 21일) 정진석 원내대표와 둘이서 그렇게(동반사퇴)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었다. 이에 정 원내대표는 "당 대표에게 원내대표의 거취를 결정할 권한은 없다"며 이 대표의 "(동반사퇴 요구에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 같다. 뜻밖으로 들었다"고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상황에서 정 원내대표가 이날 전격적으로 원내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을 한 것이다. 정 원내대표의 자진 사퇴 선언이 이 대표의 동반 사퇴 요구에 부응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그렇게까지 확대해석하진 말자"고 답하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정 원내대표가 언급한 이 대표의 '의도'에 어떤 함의가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정 원내대표가 동반 사퇴에 부응했다기보다는 이 대표의 '동반 사퇴 구상'을 걷어찼다는 해석이 신빙성을 얻는다.

실제 정 원내대표가 사퇴 발표를 하기 직전 타결해 낸 마지막 여야 합의는 '여야정 국정협의체'였다. 오후 3시 20분경 여야 합의를 통해 이같은 결론을 낸 정 원내대표는, 30분 후인 오후 3시 50분경 전격적으로 사퇴 기자회견을 한다. 그에 앞서 이날 오전 11시경 이정현 원내대표는 "그 사람들(야당의 여야정 협의체) 이야기는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갈 이야기"라고 비난했었다.

'쓰레기통' 운운한 이 대표의 말을 불과 몇 시간 만에 뒤집고 정 원내대표가 여야 합의를 타결해 버린 것이다. 이 대표의 체면은 뭉개졌다. 이미 새누리당의 투톱은 완전히 갈라섰다.

정 원내대표 '사퇴' 카드의 함의는 무엇일까?

정진석 "나는 대통령에게 여당이 탄핵 표결에 참여할 수밖에 없음을 설명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데 대해 집권여당 원내대표로서 책임을 지는 것이 온당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원내대표직에서 자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충격적 사건을 겪으면서 마음고생 하셨을 국민 여러분께 무릎 꿇고 사죄드린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탄핵 표결 하루 전인 12월 8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마주 않았을 때 대통령은 저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20분 이상 호소했다. 수척해신 대통령 얼굴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면서 "저는 집권여당이 탄핵 표결에 참석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의원 개개인 양심에 따라 자유 투표를 할 수밖에 없음을 설명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 원내대표는 "청와대를 나오는 제 발걸음은 너무나 무거웠다. 저는 작은 정(情)을 끊고 국가적 대의를 따랐다고 생각한다"면서 "새 원내대표를 조속히 뽑아달라. 그때까지 소임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정 원내대표의 이 말을 두고 당장 자진 사퇴하는 것인지를 둘러싼 설왕설래가 잠시 이어졌으나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오늘 사퇴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원내대표가 새 원내대표를 선출할 때까지의 절차만 수행한다는 뜻이라는 얘기다.
▲ 정진석 원내대표가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 직후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프레시안(최형락)
친박 비박 격돌 전운 '분당' 판도라의 상자 열릴까?

정 원내대표의 이날 깜짝 사퇴 선언은 당 안팎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이정현 대표는 이미 21일 사퇴를 예고했고, 동시에 조원진·이장우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사퇴를 거부하며 당권 유지 투쟁에 나선 상황이다. 현재 새누리당 지도부 가운데 강성 친박계가 아닌 인사는 사실상 정 원내대표뿐이라, 당내 비주류로부터 '더 버텨줘야 한다'는 요구가 모이고도 있었다. 주류 모임인 비상시국회의는 이날 오전에도 "정 원내대표가 당의 균형추 역할을 더 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줘야 한다"는 의견을 모아 공개하기도 했다.

정 원내대표의 사퇴는 당내 계파 구도의 판을 흔들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정 원내대표가 "떠날 때는 말 없이"라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지만, 그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원내대표를 선출해달라"는 것이었다.

오는 21일 이정현 대표가 사퇴하면, 비상체제는 당내 서열 2위인 원내대표에게 넘어가게 돼 있다. 그렇다면 친박 진영이든, 비박 진영이든 원내대표 경선이 당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분수령이 된다. 상식적으로 따지면 21일 이 대표가 물러나기 전 새 원내대표 체제가 이미 들어와야 한다. 새누리당은 당규에 따르면 원내대표가 궐위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의원총회를 열어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선거일은 당 대표가 선거일 3일 전에 공고한다. 오는 15일~19일 사이에 새 원내대표 경선이 치러져야 하는 것이다.

친박 진영은 이미 세력화에 시동을 걸었다. 13일에는 50명 안팎의 친박 모임인 '소통과 통합 연합'이 출범한다. 이미 세력화에 나선 것이다. 이에 맞서 비박계 역시 새 원내대표 경선에 올인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비박 진영의 숫자는 약 70여명으로 드러났다.

새누리당에 새 원내대표가 탄생하면, 패배한 진영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는 새누리당 분당, 혹은 해체의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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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얀 기자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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