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빅뱅'이 시작됐다. 특히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존재 이유 자체를 완전히 잃었다. 눈앞에 선거도 없는 상황이라, 보수 진영은 당분간 중심도 잡지 못한 상태에서 소소한 유력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합종 연횡 시도가 어지럽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오직 박근혜'만 보고 내달리며, '배신'의 이름으로 새 정치의 씨앗을 철저히 짓밟아왔던 새누리당의 자업자득이다. 리더도 없고, 비전도 없다. 친박이 주도한 '내시 정치'의 처절한 결과다.
새누리당 외부에선 '3갈래' 신당 움직임
새누리당을 탈당한 남경필 경기지사, 김용태 의원 등 전현직 의원 12명은 11일 국회에서 회의를 연 후 "새누리당 해체와 동시에 새 정치로 나설 것"이라며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신당 창당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조만간 실무단을 구성, 신당 창당을 위한 준비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예정이다.
대변인격인 이성권 전 의원은 신당 추진이 새누리당 해체, 즉 분당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은 "새누리당은 탄핵 이후 첫 일성이 사과와 반성이라기보다는 벌써 당권투쟁, 계파투쟁의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며 "(탈당파들은) 독자적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신당 창당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밖에서 새누리당의 내부 균열을 촉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보수정당 신당 추진 움직임은 크게 세 갈래다. 이날 회동을 가진 남경필 지사 김용태 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 새누리당 탈당파 12명이다. 현역 의원은 김 의원 한명이지만, 정두언, 정태근 전 의원 등 과거 '친이계'의 핵심 브레인들이 합류하고, 대권 주자로 꼽히는 남 지사까지 포함돼 있는 만큼 어느 정도 무게감을 갖췄다. 그러나 정문헌 전 의원 등 일부 '구태 정치 공작' 이력이 있는 인사들도 포함돼 있어 이들을 모두 묶어 '개혁파'로 칭하기는 애매한 상태다.
이와 함께, '개헌'을 중심에 둔 이재오 전 의원의 늘푸른한국당이 있다. 또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이 중심이 된 '새한국의 비전'의 '제 3지대'파가 존재한다.
그러나 새누리당 탈당파들이 당장 개헌이나 '제3지대론'을 내세우며 이들과 결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치 상황은 그만큼 한치 앞을 예상하기 어렵다. 자칫하다 개헌론이나 정계개편에 휩쓸려 주도권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탈당파들은 "(친박에 대한) 인적 청산이 반드시 돼야 한다"며 "새누리당 해체를 선언하고, 법적 청산을 통해 새누리당의 재산도 국고에 헌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지사는 "(새누리당) 비주류 몇 분이 '재창당 수준'이라는 말을 하시는데 어림 없는 얘기"라며 "국회의원 등 소수 엘리트가 지배하는 정당이 아니라, 의사 민주주의를 넘어 직접 민주주의를 대폭 받아들이는 정당, 정부를 준비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새누리당으로는 보수 정당의 재기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반영돼 있다. 탈당파들은 "(친박에 대한) 인적 청산이 반드시 돼야 한다"며 "새누리당 해체를 선언하고, 법적 청산을 통해 새누리당의 재산도 국고에 헌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안에서는 '사사로운 이권'에 우왕좌왕
외부에서 새로운 보수 정당을 모색하는 흐름과 다르게, 새누리당은 아직 우왕좌왕하는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존재 자체는 이미 효용성을 잃었다. 새누리당을 만든 인사가 바로 박 대통령이다. 그런 당 안에서 미래를 모색하기란 이미 어렵다는 말들이 나온다. 새누리당 의원 128명 중에 탄핵 반대표를 던진 의원은 총 56명으로 추정된다. 야권 인사가 탄핵 반대표를 던졌다는 가정을 배제한 숫자다. 단순 계산으로 새누리당 '반박' 및 '비박' 세력은 72명이다. 72대 56. 이는 새누리당 내부 역학관계가 완전히 뒤집혔음을 방증한다.
'박근혜의 입'이었던 이정현 대표는 조만간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비대위 체제마저 제대로 꾸릴 수 있을지 조차도 알 수 없다. 이 대표가 정진석 원내대표와 "동반 퇴진"을 주장하고, 정 원내대표가 "말이 다르다. 내가 왜 물러나야 하느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사실도, 당 지도부의 와해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사례다.
76명을 이끌 '반박' 진영의 리더는 김무성, 유승민 의원 정도로 꼽힌다. 이들이 결단을 하면 당을 쪼개거나(분당), 집단 이탈(탈당)이 가능하다. 이 경우 새누리당은 '친박 정당'으로 남는다.
그러나 유 의원이나 김 의원 모두 제대로 된 '리더십'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당장 탈당파들은 이들에게 '박근혜의 부역자' 딱지를 붙였다. 탈당파 정태근 전 의원은 "박근혜 리더십의 무능과 폐쇄, 독선은 이미 2007년에 다 드러난 사실이고, 박근혜의 리더십이 최태민 일가와 떼려야 뗄 수 없다는 사실도 이미 2007년에 다 드러났던 사실"이라며 "김무성·유승민 의원은 이러한 정부의 탄생에 일정한 역할을 했다. 이들이 탄핵에서 역할을 했고, 박근혜 권력의 피해자라는 것으로 면책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두 유력 인사의 경우 처절한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은 여야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나오는 지적들이다.
당장 눈 앞에 선거가 없다는 점도 새누리당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킨다. 친박 정치 세력이 이미 심판을 받았는데도 당을 해체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막대한 자산과 조직력에 미련을 두고 있다가는,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탄핵 물결에 쓸려 나갈 것이라는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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