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활주로 조정 등 제반 비용은 롯데가 부담한다는 대원칙은 서있지만 비용 규모를 둘러싼 공군과 롯데 측의 협의도 원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성남도 다 풀어달라"
▲ 집값 상승의 기대가 넘치는 잠실지역의 공인중개소 홈페이지 마다 이같은 제2롯데월드 조감도가 다 떠있다 |
김 지사는 "성남 시민들은 서울과 성남 사이에 차별을 많이 느끼고 있다. 정부가 비행장이 있는 경기도 성남에는 관심이 없고 롯데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에 대해서 섭섭한 생각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롯데를 위해서는 활주로 방향까지 틀어가면서 해 주고, 성남에 대해서는 그동안 수십 년 동안 요구를 해도 눈도 꿈쩍 안 하는 부분에 대해서 매우 섭섭하게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남 중원 지역구의 신상진 의원도 <프레시안>과 만나 "성남의 고도제한은 그대로 묶어두고 제2롯데월드만 신축 허가를 내는 것은 국방부의 원칙과 입장에 비춰봐도 잘못됐다"면서 "차제에 성남에 대해 '선고도제한 완화'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신 의원은 "제2롯데월드는 국방부에서 검토해 안전성만 담보된다면 할 수 있는 일이고 성남 주민들 차원에서 반대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지사와 성남 4개 지역구 국회의원, 성남시장은 모두 한나라당 소속. 이들은 롯데와의 형평성을 근거로, 차제에 성남 지역에 대한 고도제한 완화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논리적으로 볼 때 사기업체의 빌딩 건설을 위해 활주로 조정, 안전장치 강화 등 온갖 방법을 찾아 허가를 해주면서 서민들의 재산권 제한을 그대로 두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전날 국회 국방위에 출석한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롯데와 성남시민을 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국민들의 재산권 문제는 모두 원칙대로만 한다"고 답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제2롯데월드 허가에 이어 성남에 대한 고도제한마저 전폭적으로 완화돼 서울공항의 기능이 더 제한될 경우 '군심(軍心)'이 계속 침묵을 유지할지는 알 수 없다. 석연찮은 제2롯데월드 허가가 '경제'와 '안보' 사이의 지속적인 충돌을 유발토록 구조화 했다는 것이다.
활주로 공사에 공짜 군병력 투입될까?
555미터 짜리 제2롯데월드로 인한 서울공항의 안전성 문제는 차치하고 투입되는 비용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지난 7일 국방부와 롯데는 "비행 안전에 대한 제반 비용을 롯데가 부담한다"는 조건에 합의했다. 이상희 국방장관과 이계훈 공군참모총장도 "롯데가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에 제2롯데월드 건설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활주로 각도 변경 공사 비용 추산만 해도 롯데는 1000억 원, 군 측은 3000억 원으로 차이가 엄청나다. 롯데 측은 공사자재를 현물로 사다주고 건설장비만 리스로 제공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공사인력은 '병력'을 공짜로 쓰면 된다는 이야기다.
이밖에 관제레이더, 거리측정장비, 전방향 무선표지시설, 공중충돌경고장치 등 안전 장비 문제에 대해서도 양측의 입장이 적지 않다.
국회 국방위에 출석한 한 공군 장성은 "(대통령이 이용하는) 공군 1호기는 물론 서울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항공기에도 안전장치 보강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지만 롯데가 이를 부담할지는 미지수다.
이 문제에 대해 이상희 장관은 "이제 협의를 시작했다"고만 말했고, 친박연대 서청원 의원은 "이러다가 나중에 세금으로 다 부담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이밖에 서해안과 서부전선 방어용으로 서울공항에 주둔 중인 KA-1 경공격기 대대가 강원도 횡성으로 이전하는 데 대해서도 뒷말이 많다. 공식적으로는 국방계획에 의거한 것이지만, 서해안에 투입되는 비행대대가 국토의 동쪽인 강원도로 옮겨가는 것은 군사 작전개념에선 타당성이 결여됐다는 것.
이밖에 공군에서는 "안전 문제 때문에라도 공군1호기를 아예 김포로 이동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수용되지 않았다.
원조보수를 자임하는 김용갑 한나라당 고문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좌파정부도 지금처럼 활주로를 3도 틀어서 허용해주겠다고 했다면 보수단체에서 반대 집회를 하고 난리가 났을 것이다. 서명운동도 하고…"라면서 "보수정부라는 이명박 정부가 이렇게 하니까 이러지도 못하고 참 곤혹스럽다"고 개탄했다.
김 고문의 말대로 과거 정부에서 사소한 안보 문제만 제기되도 '좌파' 운운하던 강경 보수 진영은 이 문제에 조용하다. 롯데 측은 112층 빌딩 공사비에만 2조 원이 투입되며 공사 중에는 연인원 250만 명이 필요하고 완공 후에는 2만 3000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경제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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