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이상희 국방장관과 이계훈 공군참모총장이 출석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청와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서울공항에서 불과 5.5Km 떨어진 잠실 한복판에 555미터 높이의 제2롯데월드 허가 문제에 대한 맹공이 여야 불문하고 가해진 것.
결국 국회 국방위는 만장일치로 이 문제에 대한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공군이 밝힌 보완책이 과연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느냐 △수십 년 째 고도제한으로 제산권 제한을 받고 있는 성남 시민들은 나 몰라라 하면서 재벌기업 문제에만 적극적인 이유는 뭐냐 등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사례는 없다"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의 질의가 특히 매서웠다. '높이 203미터 이하의 건물은 허용할 수 있다'는 공군의 기존 입장이 사라진데 대해 유 의원은 "지난 해 국감 때 장관과 총장은 그것을 포함해 네 가지 안이 있다고 보고했는데 갑자기 사라졌다. 그 이유가 뭐냐"고 따져물었다.
이에 이 장관은 "지난 7일 실무위원회에서 사정변경이 있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비행장 이전, 두 개의 활주로 각도 조정, 활주로 하나만 각도 조정 등 세 가지 안이 남은 것이다"고면서 "(203미터 이하 건물만 허용이라는) 네 번째는 비용부담이 전제된 안이 아니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유 의원은 "롯데가 돈 댄다고 해서 최선의 안이 사라지는 게 말이 되냐. 과연 활주로 각도를 3도만 틀면 국가안전에 100% 문제가 없다고 확신하냐"고 따져물었다.
이에 이 장관과 이계훈 공군참모총장은 "그렇다"고 답했지만 유 의원은 "3도 조정으로만 되는게 아니라 안전장치도 보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다시 물었고 이 총장은 그에 대해서도 "그렇다"고 답했다.
실제로 제2 롯데월드 건립 허가 이후 공군은 대통령이 이용하는 공군 1호기에는 충돌방지를 위한 별도의 장치를 부착토록 했다. "서울 공항에 내리는 외국 비행기는 다 그걸 달고 오냐"는 유 의원의 질문에 이 총장은 "그건 아니다"고 답했다.
"전세계적으로 빌딩을 짓기 위해 기존 공항의 활주로를 튼 사례가 있냐"는 지적에도 이 총장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지만, 유 의원은 "내가 확인했는데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못을 박았다.
"롯데는 봐주는데 성남시민은 어떻게 되나?"
국방위 소속 의원들의 호흡도 척척 맞았다. 유 의원과 다른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이 장관이 "수혜자가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고 수차례 강조하자 친박연대 서청원 의원은 "활주로 각도 조정 비용 말고 안전장치를 설치하는데 돈이 얼마나 드냐"고 물었다.
이 장관이 "내부적으로 따지지만 이를 공개하거나, 수혜자한테 제시하지 않는다"고 답하지 서 의원은 "아니 나중에 롯데가 장비 비용을 부담 안해주면 다 세금이 들어가는 것 아니냐"고 따졌고 이 장관이 "수혜자가 다 부담해야 공군이 건설에 동의하는 것이다. 롯데와 이제 (협의가) 착수되려고 한다"고 답했지만 서 의원은 "그렇게 미비한 채로 건축을 추진하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또 서 의원은 "일자리도 창출하고 경제도 좋아지는 것 다 좋다. 그런데 성남시민들은 40년간 고도제한 받고 있다 그건 어떻게 할 거냐"면서 "그래서 이것은 재벌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 것이다. 왜 재벌의 큰 빌딩은 허가해주고 서민들 사는 건축물은 왜 그냥 둬야 되냐"고 따져묻기도 했다.
이밖에 여군단장 출신의 한나라당 김옥이 의원도 매서운 질의를 했고,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국방부의 203미터(이하 빌딩 건축만 허가한다는) 마지노선은 안 무너질 줄 알았는데 롯데에 의해 무너지고 있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공군참모총장 "전시에는 좀…"
국방장관 출신의 김장수 장관은 "내가 생각해도 평시에는 별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전시, 특히 반격작전으로 인해 남쪽의 공군기지들이 위쪽으로 올라와 서울공항의 기능이 사라지면 기능에 제한이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물어 "그럴 때는 지적한대로 제한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이 총장의 답변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한편 육군 대령 출신인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은 "경제와 안보는 상호보완적 관계다"면서 " 이번 국방부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롯데월드 신축허용 문제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정부에 힘을 실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이 장관과 이 총장은 "활주로를 조정하고 안전장치를 보완하면 전혀 문제가 없다. 돈은 롯데가 댄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런 간단한 대안을 찾지 못한 지난 15년 간 군 고위층들은 바보거나 직무유기를 한 것이냐', '지금 수많은 군사전문가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뭐냐'는 질문에는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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