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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감사원에 '지시'했다"?

이동관 "잘못 말했다"며 또 '비보도' 요청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최근 감사원이 도입키로 한 '적극행정 면책제도'가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이었다고 밝혔다가 이를 번복해 물의를 빚고 있다.

헌법 상의 독립기관인 감사원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지시'를 내린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 특히 최근의 '표적사정' 의혹과 함께 감사원의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도 더욱 거세게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감사원에 지시"→"잘못 말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감사원의 '공무원 면책제도'와 관련된 이 대통령의 언급을 소개했다. 이날 청와대에서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다.

공무원 면책제도는 공직자가 경제위기 극복 등을 위해 적극적인 행정을 펼치다가 불가피하게 절차 위반이나 예산낭비의 잘못을 저지른 경우 책임을 감면해 주는 제도로, 감사원은 이같은 규정을 감사원 예규로 명문화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이른바 '변양호 신드롬'을 제도적으로 줄여보자는 게 취지다.

▲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12일 정례브리핑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변인은 이와 관련된 대통령의 발언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서울시장 재직시절 공무원들이 자기 책임아래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 부담을 느껴 일이 잘 추진되지 않는 것을 보고 결재란에 이건 시장의 지시라는 것을 써 넣어도 좋다고 했다. 나중에 감사원 감사과정에서 사실여부를 확인한 일도 있었다. (나는)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감사원에 그렇게 하라고 지시했다."

자신의 서울시정 경험 등을 언급하며 공무원 사회의 경직성으로 인한 '행정적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무원 면책제도'라는 아이디어를 냈고, 이같은 제도의 시행을 대통령이 감사원에 지시했다는 얘기다.

또 이 대통령은 "이런 방침이 경제위기 극복에 앞장서 의욕적으로 일하는데 도움됐으면 좋겠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이 대변인이 마이크를 잡고 공식적으로 이를 밝히자 기자들은 브리핑 직후 곧바로 "대통령의 발언을 정확하게 다시 확인해 달라"는 질문을 쏟아냈다. 요지는 어떤 취지에서건 대통령이 독립성을 요체로 하는 감사원에 이런 지시를 하는 게 타당하냐는 것이다.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이 대변인은 자신의 수첩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곧 이 대변인은 "'대통령이 감사원에 지시했다'는 것은 잘못 이야기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는 "감사원에 대해 지시한 게 아니라…, 나중에 서면으로 정리해서 다시 나눠드리겠다"고 했다. "일정 등이 많아 다른 메모사항과 섞인 것 같다"는 말도 섞었다.

그리고 이 대변인은 문제의 발언에 대한 '비보도'를 요청했다.

이날 회의자리에서 "감사원에 지시했다"는 대통령의 언급이 실제 있었는지 여부는 정확하게 확인이 되지 않은 상태. 한 참석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서울시장 때의 경험이나 감사원 등을 언급한 것은 맞는데, 나는 다른 건의사항을 나름대로 정리하고 있던 중이라 '지시' 등의 발언이 있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청와대는 '지시'라는 명백한 단어를 빼는 데 급급했지만, 청와대 대변인실이 서면으로 배포한 '브리핑 수정본'에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듯한 뉘앙스는 그대로 살아있다.

수정본에는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발언 대신 "이런 관행은 곤란하다는 뜻에서, 시장 때도 그렇게 하셨고 이번에도 그 때의 아이디어를 살려서 하게 됐다는 것"이라는 설명이 실렸다.

결국 이 대통령의 발언대로라면 감사원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꼭두각시가 되는 셈. 이를 자랑삼아 밝혔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부랴부랴 번복하고 비보도까지 요청한 이동관 대변인의 태도도 논란 거리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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