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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성병 진료 기록이 기업에 넘어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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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성병 진료 기록이 기업에 넘어가면?

보건의료단체연합, '옵트 아웃'(OPT OUT) 캠페인

낙태, 성병, 정신질환 등 진료 정보가 기업에 넘어가면 어떻게 될까.

이런 우려가 곧 현실이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인의 진료 기록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집중돼 있다. 그런데 건강보험 자료가 외부에 공개된다. 기업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다양한 사업을 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개인의 민감한 진료 기록이 돈벌이에 이용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아울러 환자와 의사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옵트 아웃' 캠페인 "외부 공개 건강보험 데이터에서 내 정보는 빼달라"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옵트 아웃'(OPT OUT) 캠페인을 하기로 했다. 외부에 공개되는 건강보험 데이터에 자신의 정보가 포함돼 있는지 알려달라고 요청하는 동시에 자신 정보를 삭제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건강 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 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 실천 의사 협의회, 참된 의료 실현 청년 한의사회 등으로 구성돼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전국 16곳에 있는 건강보험 빅데이터 분석 센터를 확대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참여하는 '건강보험 빅데이터 활용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연구자나 학술 관련 단체는 물론 제약사와 민간보험사 등의 민간 기업에도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 관련 연구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늘린다는 명분이다.

이렇게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는 각각 2조8738억 건(국민건강보험공단)과 2조2289억 건(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다.

'비식별 조치' 했으니 괜찮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8일 서울 중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정책이 현행법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의 의료·질병 정보와 같은 ‘민감 정보’는 개인에게 별도의 동의를 얻거나 다른 법률에 명시적 근거가 없으면 목적 외 사용이나 제3자 제공이 금지돼 있다. 따라서 법 위반이라는 게다.

정부는 개인 정보를 '비식별 조치' 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한다. 특정 개인을 가리키는 정보를 외부인이 알 수 없게끔 했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단체연합은 "현행 개인정보 보호법상 개인 정보란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말한다"라며 반박했다.

이미 노출된 주민번호 활용하면, 진료 기록 접근 가능

따라서 다른 정보와 결합해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다면, 사실상 '개인 정보'로 봐야 한다는 게 보건의료단체연합의 입장이다. 실제로 한국인의 주민등록번호는 중국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주민등록번호를 알면, 다른 정보 역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정부가 '비식별 조치'를 한 건강보험 정보와 이런 정보를 결합하면, 특정 개인의 진료 기록이 드러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정부가 '건강보험 빅데이터 활용 협의체' 출범에 맞춰 배포한 자료를 보면, 제약업체가 연국개발을 위해 건강보험 빅데이터로 '코호트'(cohort) 분석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코호트란 통계상의 인자(因子)를 공유하는 집단을 뜻한다. 예컨대 특정 시기에 출생한 사람들의 집단 등을 가리킨다. '코호트' 분석을 할 수 있다는 건, 정보 공개의 범위가 넓다는 뜻이다. 다른 데이터베이스를 결합하면, 개인 정보를 상당히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에 무게를 싣는 대목이다.

민간 보험사 악용 가능성환자가 의사에게 민감 정보 숨길 수도


보건의료단체연합은 "개인의 의료 및 질병 정보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숨기고 싶은 사생활의 영역"이라며 "이러한 민감 정보가 손쉽게 공개된다면 그 피해는 심각하고 돌이킬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단체는 "민간보험회사가 다른 자료와 건강보험 데이터를 융합해 재가공하고 특정 개인의 질병력을 알게 된다면 특정 개인의 보험 가입을 거부하거나 보험료를 올려 받을 근거로 악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환자와 의사의 신뢰 훼손이다. 환자가 낙태처럼 민감한 정보를 의사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이런 내용이 병원 밖으로는 새나가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정보가 담긴 건강보험 데이터에 민간 기업이 접근하게 되면, 환자는 민감한 정보를 의사에게 감출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환자와 의사의 신뢰가 깨져서 정상적인 진료가 불가능해진다. 의료 체계의 붕괴다.

"개인정보 보호법이 보장한 권리를 행사하자"


보건의료단체연합은 "개인정보 보호법상 보장된 국민의 권리인 '개인정보의 처리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개인정보의 처리 정지, 정정·삭제 및 파기를 요구할 권리'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정부의 탈법 행위에 맞설 것"이라며 "내 의료 및 질병 정보는 공개되는 건강보험 빅데이터 자료에서 삭제해달라고 요청하는 옵트아웃(OPT OUT)캠페인 등 광범위한 국민 행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프레시안(성현석)

▲ 건강보험 정보가 기업에 넘어가는 위험을 알리는 퍼포먼스. ⓒ프레시안(성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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