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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전략 외교, '9월 돌파구'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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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전략 외교, '9월 돌파구' 찾아야

[기고] G20 정상 회의, 미-중 간 타협 박근혜 정부가 끌어내야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는 미국의 동북아시아 외교 정책에 대한 주석(註釋)이다. 2012년에 3조8700억 달러 규모의 교역을 달성함으로써 '지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무역국으로 등극한 중국에 미국인의 경계심이 생겨난 것은 당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무역 금융에서 사용되는 화폐로 위안화는 2013년 10월 기준으로 유로화를 제치고 미국 달러에 이어 세계 2위로 부상했다. 오만해진 중국에 미국 국민보다 먼저 위기 의식을 감지한 이들은 국무부를 중심으로 한 행정부 내 고위 정책 결정자들이었다. 2011년 가을,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이 재직시 작성한 '재균형 정책(pivot to Asia)'은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미국으로서는 짧은 기간 내에 경이로운 압축 성장을 이룬 중국을 어떤 형태로든 견제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동북아에서 중국의 부상은 곧바로 미국의 '전략적 운용 공간' 축소를 의미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급부상에 대한 미국 내 현실주의자들의 이른바 헤징(hedging) 전략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물론 이러한 전략에는 미래 중국이 미국에 협력적 파트너 관계가 아닌 도전 세력으로 남을 것이라는 전제가 내포되어 있다. 예를 들어, 북한과 대만(타이완)에서 중국의 사활적 안보 이익이 침해를 받는다면 (역으로 남한, 일본, 대만에서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도전을 받는다면) 중국(미국)은 군사적 사용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한국과 미국 중 어느 일방이 무슨 이유로 강력하게 요청했든가에 상관없이, 사드 배치가 한반도 내로 정해진 것은 북핵 저지와 중국 견제 등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 증대가 당분간 지속될 것임을 암시한다. 동시에, 덩치가 커진 중국은 현재를 넘어 '백년 국치(國恥)'를 극복해야 할 국가적 호기가 자칫 좌초될 수도 있다고 전략적으로 판단했다.

한국이 사드 배치로 한중 관계를 망치려는 의도가 없다는 점을 중국 지도부 역시 간파하고 있음에도 과거 주변 약소국들에 그랬던 것처럼 패도(覇道) 정치를 섣부르게 내보이고 말았다. 대국답지도, 세련되지도 못한 낮은 외교 책략(策略)이다.

작년(2015년)에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함께 베이징 망루(望樓) 사열대에 올라섰던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수교 후 '최상의 양국 관계'를 내려놓고 한반도 미래와 국가 이익을 깊이 고민해야 하는 숙제를 엉겁결에 받은 셈이다. 북핵 위협으로부터 한국의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시도한 사드 배치 행위가 중국에 '부정적 외부성(negative externalities)'만 야기한 꼴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어떤 근거로 주장했는지는 몰라도 그토록 애써 강조했던 중국발 '러브콜'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복잡한 미-중 관계 속에서 국가 이익 증진을 위한 국가 전략의 부재가 낳은, 한 치 앞도 보지 못한 근시안적 외교 정책의 결과였다. 한미 동맹만이 국가 이익인 듯 했다.

국제정치학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지만, 오늘날 국가 이익과 유사한 개념은 1630년대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1618년 현재 독일 지역에서 프로테스탄트와 가톨릭 세력 간에 '30년 전쟁'이 벌어졌다. 가톨릭 국가였던 프랑스는 오히려 프로테스탄트 세력을 지원했다. 프랑스 내 가톨릭 세력은 종교적 신념을 무시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하지만 당시 수상이자 가톨릭 추기경이었던 리슐리외는 "국가의 행동은 개인의 이성이 아니라 국가 이성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주장, 가톨릭 세력의 저항을 억누르고 가톨릭 세력인 스페인오스트리아 제국의 확장을 저지했다.

한국은 또다시 명분과 이익을 목전에 두고 엄정한 국가 이익만이 지배하는 국제 정치의 현실 앞에서 사드라는 고난도의 숙제를 풀어야 하는 학생이 됐다. 문제를 낸 교사(미국)는 오히려 느긋해 보이는 반면에, 문제지를 받고서 답을 써내려가던 한국은 옆에 앉아 있던 건장한 학생(중국)의 간섭에 잠시 답안 작성을 멈추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교사는 이를 짐짓 모른 체하고 뒷짐만 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국가들은 협력을 한다. 서로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는 경우 이를 추구하기 위해 힘을 합하기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별 국가들의 이익이 일치하는 한도 내에서만 유지된다. 따라서 이익이 변하면 협력도 변하기 마련이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의 가치가 언제나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미-중 간의 협상에 따라 사드의 효용도가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가능성은 낮지만 우리 내부에서 반미주의가 일어나서 미국의 국익이 사드 배치로 인해 얻는 것보다 오히려 잃을 것이 많다고 워싱턴 정책 결정자들이 판단할 경우에도 변화는 있을 수 있다.

▲ 지난 3월 31일(현지 시각) 핵 안보 정상 회의 이후 양자 회담을 가진 버락 오바마(왼쪽 끝)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오른쪽 끝) 중국 국가 주석. ⓒAP=연합뉴스

낙관적 출발에서 현실적 진단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냉철한 현실적 진단에서 낙관적 전망을 도출하는 것이 국가전략의 올바른 방향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대중 인식은 전자에 가까웠다. 미-중 관계 속에서 한중 관계를 읽지 못하고 한중 관계만 보고서 대응한 것이 결과적으로 패착이었다.

미국의 강력한 자장(磁場)으로도 중국을 끌어당기기는 것이 이제는 힘들어졌으므로 중국이 국제 질서 속에서 현상 유지를 고수하리라고 전망하는 것은 틀린 진단이다.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어떡해서든지 약화 내지 무력화 시키려는 중국의 반격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이유로 일각에서는 북한을 핵 보유 국가로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난 후에 사드를 들여오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사실 북핵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만 사드를 한반도에 두자는 논리의 역 제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모든 제안이 국제 정치 역학상 비현실적이어서 수용되기가 어렵다.

대신에, 오는 9월 초에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 회담 기간 중 미-중 양자 회담에서 사드 관련한 타협점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서울이 워싱턴과 베이징을 상대로 전략적 외교를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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