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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은 '주폭'이다

[시사통] 3월 10일 이슈독털

오늘은 '주폭' 얘기를 하겠습니다. 술 먹고 행패 부리는 사람을 뜻하는 '주폭'인데요. 경찰이 2012년부터 집중단속에 나서고, 당시 박근혜 대선 후보의 4대악 근절 약속과 맞물려 큰 사회 이슈가 됐던 바로 그 '주폭' 이야기입니다.

지금 새누리당의 핵심 실세로 꼽히는 사람들이 '주폭'에 대해 얼마나 비타협적인 태도를 취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하는 이한구 의원의 사례입니다. 이 의원이 원내대표이던 2012년 9월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이런 말을 합니다.

"조폭·주폭 등 크고 작은 규모로 자주 발생하는 사회폭력 문화를 바꾸는 노력을 정부가 강화해달라."

둘째, 이한구 의원 발언은 사례 축에도 끼지 못할 정도로 서슬 퍼런 방안을 들고 나온 의원이 있었습니다. '신박'의 대표로 꼽히는 원유철 현 원내대표인데요. 원 의원은 2012년 7월 시민인권단체들로부터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는 지적을 산 정신보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합니다. 핵심 내용은 경찰관이나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당사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주취자'를 의료기관에 응급 이송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는데요. '주취자'라 함은 '술을 먹고 판단력 또는 신체기능이 저하돼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나 소란행위 등으로 본인이나 타인의 생명·신체·재산·사회 공공의 안녕에 위험을 야기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과정이 어땠고 결과가 어땠는지는 여기에서 관심사가 아닙니다. 여기서는 지금 현재 새누리당의 핵심 중 핵심으로 꼽히는 두 의원이 '주폭' 또는 '주취자'에 대해 비타협적이고 무관용적인 태도를 견지했다는 점만 확인한 뒤, 다른 각도에서 살펴야 하는 사례 하나를 추가하겠습니다.

이 사례 또한 2012년에 발생한 일인데요. 그 해 7월 법원은 '주폭'이라는 이유로 기소된 20대 시민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합니다. 장본인은 차량정비업에 종사하던 27세의 오 모 씨였는데요. 오 모 씨는 그해 4월 밤에 서울 수유동의 한 술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취기가 오르자 큰소리로 욕을 하고 얼음통을 집어던지는 소란을 피웠으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돈 처먹었느냐? 대가리 뽀개버린다. XX야. 명박이 쫄따구 XXX야"라고 욕설을 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오 씨가 공연히 큰소리로 욕설을 해 경찰관을 모욕했다"는 점 등을 들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린 오 모 씨의 사례를 기준 삼으면 윤상현 의원 또한 '주폭'입니다. '공연히 큰소리로 욕설을 해 김무성 대표를 모욕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점검할 점이 하나 있긴 합니다. '공연히'라는 세 글자, 즉 다중이 보고 듣는 상태에서 윤상현 의원이 막말을 했느냐 여부가 판단돼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은 윤상현 의원이 술을 먹고 지역 사무실에서 막말 통화를 할 때 주변에 30여 명이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공연성은 충족되고도 남습니다.

어떨까요? 윤상현 의원이 술을 먹고 공연히 김무성 대표를 모욕했다면 새누리당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이 당의 여상규 윤리위원장은 "취중 실수라면 별 것 아닐 수 있다"고 말했던데 '주폭' 또는 '주취자'에 비타협적 자세를 보였던 이한구·원유철 의원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혹여라도 같은 주장을 할까 봐 참고 사례를 덧붙입니다.

조두순 사건 기억하시죠? 법원이 조두순에 대해 '술에 취해 온전한 정신상태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형량을 낮추자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국회는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을 개정해 '음주에 따른 심신미약'은 감형 사유에서 제외해버렸습니다. 이후 이런 '주취감경' 제외를 성범죄 외에 다른 범죄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이어졌고, 다수의 새누리당 의원들이 선창을 했습니다.

'만사불여튼튼'이라고, 소상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윤상현 의원이 어떻게 '주폭'이냐고 다시금 항변할 사람이 있을까 봐 이 사실도 환기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주폭'과는 다른 잣대이면서도, 누구도 이의제기를 못 할 잣대입니다.

새누리당 윤리강령 제4조(품위 유지)에 이런 조항이 있습니다.

① 당원은 예의를 지키고 사리에 맞게 행동하여야 하며,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을 해서는 아니된다.
② 당원은 타인을 모욕하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지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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