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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가 걱정되세요?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치매, 이렇게 예방합시다

"요즘 자꾸 깜빡깜빡하는 게 치매가 오는 것 아닌가 싶어. 병원 가서 검사해보니 별 이상 없다는 데도 맘이 놓이질 않네."

"그런 걱정으로 스트레스받는 것이 더 안 좋아요. 걱정만 하기보다는 치매가 오지 않도록 좋은 습관을 지니시는 게 좋습니다. 태교할 때 닮지 마라고 하면 더 닮는다고 하잖아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세요. 그럼 괜찮으실 겁니다."

최근 들어 심해진 건망증 때문에 치매를 걱정하시는 분을 보니, 오래전 보건소에서 근무할 때 진료실 침대에서 할머니 두 분이 나누시던 대화가 떠올랐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농사일이 좀 한가해졌다며 오신 할머니께서 허리가 아파 침을 맞고 계셨지요. 그사이 다른 분이 오셔서 옆 침대에서 치료했는데, 저와 나중 할머니가 나누던 이야기를 들은 먼저 오신 할머니께서는 "누구 엄마 아냐?"라며 반기셨고, 이내 침을 맞는 내내 두 분의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다가 같은 동네 사시는 치매에 걸린 한 할머니의 근황에 이르러서는 두 분 모두 안타까워하셨지요. 이때 먼저 오신 할머니께서 하신 말씀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이 납니다.

"암에 걸리는 것은 무섭지 않아. 죽어버리면 되니까. 그런데 치매에 걸리면 죽지도 못해. 나도 못할 일이고 자식에게도 못할 짓이야."

우리가 오래 살게 되면서 생긴 문제 여러 가지가 있는데, 치매는 그 중 대표적인 질환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독 빠르게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더 큰 문제가 되고 있지요. 특정한 질병으로 인해 발생한 치매라면 원인 질환을 치료함으로써 호전을 기대할 수 있지만, 특정한 원인이 없는 알츠하이머형 치매가 대부분인 데다가 뇌혈관의 문제로 발생한 혈관성 치매도 치료가 어렵습니다. 여러 방법이 소개되고 있지만, 아직 치매를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없습니다. 병의 진행을 조금 늦추거나 병의 진행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에 대해 대증적인 치료를 하는 정도가 고작입니다. 따라서 치매는 치료보다 예방이 더 중요한 질환(모든 질병이 다 그렇긴 하지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형에 따라 구분할 수 있지만, 치매의 근본적인 문제는 신체적․정신적 기능의 콘트롤 센터 역할을 하는 뇌가 제 기능을 못 한다는 겁니다. 나이 들면서 신체의 다른 부분과 마찬가지로 뇌도 늙어 퇴행성 변화가 생기는데, 치매는 보통보다 더 빠르고 심하게 노화가 일어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뇌세포는 출생 이후 꾸준히 증가하다가, 20세를 전후해 점차 줄어든다고 합니다. 매일 몇만 개에서 몇십만 개까지 줄어드는데, 뇌세포의 경우 한번 죽으면 재생이 안 되기(최근에는 좀 다르게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때문에 줄어들기만 할 뿐 늘어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러한 변화를 '폭의 인생에서 깊이의 인생으로의 전환'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하루 2만 개의 뇌세포가 사라지는 사람과 10만 개의 뇌세포가 사라지는 사람의 뇌는 노년이 되었을 때 상당한 차이를 보일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건강한 뇌세포의 숫자를 잘 유지하는 것이 치매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심장과 비장의 약화, 더 나아가서는 노화에 따른 신장 기능의 약화를 치매와 연관 지어 봅니다. 잘못된 섭생과 심리적인 스트레스 등으로 심장과 비장 기능이 떨어지면서 점차 정신적인 기능이 저하하고, 나이가 들면서 신장의 물기운이 부족해지고 수해(髓海)라 표현하는 뇌가 마르는 것을 치매의 원인으로 봅니다. 그래서 예방과 치료에도 장부의 기능을 보하고, 기혈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정신 기능을 기르는 방법 등을 씁니다. 쉽지는 않지만 이러한 방법은 치매를 예방하고 남은 뇌의 기능을 보존하는데 유의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일상에서는 건강한 뇌세포로 가득한 유연한 뇌를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뇌로 공급되는 혈액과 뇌척수액이 맑고 그 순환이 원활하며 뇌세포에 필요한 영양을 충분히 담고 있어야 합니다. 좋은 혈압을 유지하고 흡연이나 스트레스 그리고 비만 등의 순환을 방해하는 요인을 개선해야 합니다. 규칙적인 신체 활동은 좋은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되지요. 씨앗과 통곡식, 견과류,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풍부하게 섭취하고 생식 비율을 키우는 것이 좋습니다.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접하고, 적극적으로 배우는 것이 치매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뇌 과학은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은 뇌가 만들어내는 환상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우리가 엄연히 사실이라고 알고 경험하는 것 모두가 실상은 여러 신호를 조합해서 뇌가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러한 뇌에 공급되는 신호들이 단조롭고 반복되고 변화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뇌세포가 더는 열심히, 그리고 창조적으로 작업할 의욕을 잃을 것이고, 그에 따라 퇴행성 변화 또한 급속히 일어날 것입니다. 이 사태를 막으려면 뇌세포에 신선한 자극을 줘야 합니다.
'안 하던 짓을 하면 죽을 때가 되었다'고들 하지만, 기대수명이 곧 100세가 되는 시대의 노년은 몇 번이고 죽고 살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여태까지 살아온 대로 살기에 인생은 너무 길고, 무엇보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지요. 아주 사소한 것부터라도 조금 다르게 보고, 행동하고, 해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여태 쓰지 않고 내버려뒀던 뇌의 영역을 활성화하고, 신선한 자극으로 뇌를 채워야 합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거나, 자신이 해왔던 영역에서 새로운 경지에 도달하는 것 모두 뇌를 젊게 할 수 있습니다. 적극적인 배움 또한 뇌를 건강하게 합니다. 20~30대와 같은 순발력이 없으면 어떻습니까. 여태까지 살아온 인생에 새로운 색을 덧칠하는 일은 즐거움과 건강이라는 두 가지 선물을 줄 것입니다.

오래전 보건소에서 만났던 할머니의 말씀대로 치매는 어떤 의미에서 암보다도 무서운 병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추억에만 젖어 있지 않고 오늘을 새롭게 할 수 있다면, 인생과 병 두 가지 모두를 조금은 더 잘 다룰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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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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