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그동안 지쳐버린 심신을 달래기 위해 휴식에 중점을 두었으나 집에 머물기 시작한 지 약 한 달이 지나면서 기력이 회복되자 이제부터는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은퇴 후 불과 몇 달 만에 자신의 행동에 변화가 생겼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건망증입니다. 중년에 접어들면서 전보다 깜빡 잊어버리는 일이 잦아진 것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집에 머물다 보니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이제는 방에서 마루로 나오자마자 뭘 하려 했는지 잊어버리거나 리모컨을 다루면서 어느 채널을 찾기 위해 여러 번호를 누르고 있는지를 잊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내가 치매에 걸린 것은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J씨의 증상은 건망증 때문일까요? 치매 때문일까요?
치매의 종류와 일반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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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병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의 수명이 증가되었기 때문입니다. 현생인류가 태어난 후 수만 년 동안 인류에게 가장 위협적인 질병은 전염병이었습니다. 18세기 말에 종두법을 개발한 제너와 19세기 중후반에 여러 전염병의 예방 백신을 개발한 파스퇴르 덕분에 예방이 가능해지기는 했으나 치료를 위한 항생제, 화학요법제, 항바이러스제 등이 개발된 것은 20세기에 들어선 후의 일이었습니다.
다행히 20세기 후반에 전염병이 치료되기 시작하면서 사람의 수명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와 함께 건강한 노년을 보내는 일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때만 해도 장수가 축복으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자연의 섭리는 인간에게 영생의 기회를 주지 않았고, 단지 수명만 더 늘여놓았을 뿐입니다.
수명이 짧을 때는 노령화 사회가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추측조차 어려웠으나 이제 고령화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전염병이 해결된 대신 암, 당뇨, 비만, 고혈압, 관절염 등 수많은 만성 질환이 문제화되어가고 있습니다. 오늘의 주제인 치매도 마찬가지입니다.
치매는 뇌기능 장애에 의해 후천적으로 지적 능력이 상실되는 경우를 가리킵니다. 증상이 치매와 유사하면서 선천적으로 발생하는 뇌성마비는 치매와는 전혀 다른 병임을 쉽게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치매는 뇌 기능 장애를 동반하며, 1)기억 장애 2)실어증, 실행증, 실인증, 집행 기능 중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장애 3)장애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지장에서 받는 경우 4)위의 세 장애가 섬망이 아닌 상태에서 발생되는 경우 등이 치매의 진단 기준입니다.
치매 발생 시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기억력 감퇴이며, 이후로 서서히 뇌에 병변이 커져 가면서 인지 능력이 감소되고, 이에 따라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게 됩니다. 더 진행되면 지각, 정서, 사고 등에 문제가 생겨 정신과적 증상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치매는 뇌의 특정부위에 문제가 생겨서 발생하는 질병이며, 뇌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이 아주 다양하므로 원인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기도 곤란합니다.
흔히 알려진 치매의 종류는 알츠하이머 치매(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알코올성 치매 등이 있고, 이외에도 파킨슨병, 뇌종양, 비타민 결핍, 중금속 중독 등에 의해 치매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은 알츠하이머병
영화배우 출신으로 미국 대통령의 위치에 올라 1981년부터 8년간 미국을 통치한 레이건 대통령은 은퇴 후 여러 가지 질병에 시달렸습니다. 이미 재임 중에 대장의 용종 제거술을 받은 그는 전립선 비대증, 피부암 등으로 고생하며 말년을 보냈습니다.
은퇴 후 얼마의 세월이 지난 후 스스로 알츠하이머병으로 고생하고 있음을 실토한 후에 다시 관심을 끌게 되었습니다. 사망 직전에는 가족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지만 장례식은 미국의 공중파 방송국에서 전 과정을 생중계할 정도로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은 미국에서 치매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질환입니다. 드물게는 40대에도 발병할 수 있으나 보통은 60세 이상에서 발병하며, 65세부터 나이 5세가 증가할 때마다 알츠하이머병 발병 가능성은 2배씩 높아집니다. 그동안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결과 아밀로이드와 같은 독성을 지닌 물질이 뇌에 축적됨으로써 양 측 측두엽의 기능이 저하되기 시작하고, 점차로 병변이 뇌의 피질 부위로 번져나가면서 병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문제는 아직까지 원인을 모르고 있을 뿐 아니라 치료법도 없다는 것입니다. 현재까지 알려져 있는 가장 큰 위험 인자는 노화이며, 알츠하이머병과 관련이 있는 유전자를 찾아내기도 했으나 이 유전자가 어떤 경로로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기전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특징적인 증상이 없으므로 진단도 쉽지 않고, 나이가 들면 당연히 그렇다고 받아들이는 증상이 알츠하이미병 증상과 유사한 것이 조기 진단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기억 장애가 있는 경우 가장 가까운 기억부터 잊기 시작하는 것이 특징이고, 기억력이 약해질수록 좌절, 무력감, 우울증 등과 같은 정신과적 문제가 발생합니다.
더 진행되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가까운 사람들과도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적 능력에 문제가 생깁니다. 결국에는 대소변을 가리는 일도 어려워지고, 행동 반경이 좁아지며, 전신 쇠약에 의한 합병증이 발생하는 것이 사망의 원인이 됩니다.
운동은 뇌의 지적 능력을 향상시킨다
수많은 종류의 질병을 예방하고, 진행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되는 운동은 알츠하이머병에도 유용한 효과를 지니고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이 연구는 알츠하이머병 발병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유전자를 지닌 사람들과 이런 유전자를 지니지 않은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미국 국립보건연구소와 국립노화연구소의 지원을 받은 위스콘신 대학교(밀워키), 마르퀘트 대학교, 웨인 스테이트 대학교, 로잘린드 프랭클린 의과대학 등의 공동 연구팀에 의해 수행되었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유전적 위험도를 판정하기 위해 확인한 유전자는 APOE-ϵ4(apolipoprotein E-epsilon4)로 이미 알츠하이머병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 유전자입니다. 이 연구팀은 65세에서 85세에 속하는 건강한 사람들의 활동력을 많다와 적다로 나누어 (유전적) 위험/저활동량, 저위험/고활동량, 고위험/저활동량, 저위험/고활동량으로 구분하여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자기공명영상으로 뇌의 15군데 부위의 활성도를 측정함으로써 뇌 기능 정도를 판정하는 방법을 수행했습니다.
연구결과 고위험 유전자를 지닌 분들도 조용히 지내는 것보다는 운동을 함으로써 기억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진 뇌의 부위에 활성이 나타남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주 흥미로운 현상 하나는 고위험 유전자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활동적인 분들의 뇌 활성이 활동적이지만 고위험 유전자를 지니지 않은 분들에게서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연구 책임자인 위스콘신 대학교 건강과학과 칼슨 스미스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유전적으로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위험을 지닌 사람들이 적절한 운동을 시행하는 경우 유전적 위험성이 없는 일반인들이 운동을 하지 않는 경우와 비교할 때 뇌 기능이 더 나은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이 발생할 위험성의 수준에 따라 구분하여 연구를 진행하지 않은 것이 단점이기는 하지만 수명에 관계없이 인지 능력은 육체적 활동량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칼슨 스미스는 이런 현상이 인지 능력 감퇴에 관여하는 신경학적 문제를 보상하는 과정에서 뇌 활성이 증가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합니다.
이 연구 결과는 2011년 1월에 발행되는 <신경영상(Neuroimage)>이라는 학술지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운동은 만병통치약의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날씨가 추워진다고 실내에만 머물지 마시고 적절한 운동을 통해 건강하게 겨울을 나시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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