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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에 누리과정 예산 4조 있다? 진실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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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에 누리과정 예산 4조 있다? 진실은 이렇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중앙 정부 기준으로도 이미 심각한 재정 적자

중앙 정부와 지방 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4조 원을 주었다/안 주었다'가 논쟁의 초점이었는데 이제는 '지방 교육청에 4조 원을 편성할 여력이 있다/없다'가 초점이 된 것 같습니다. 4조 원을 주지는 않았지만 다른 부분에서 여유가 생겨 지방 교육청이 4조 원을 편성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게 근거로 제시됩니다.

지방 교육청의 재정 여력을 두고 중앙 정부와 교육청의 의견은 완전히 엇갈립니다. 중앙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기 위한 충분한 재원이 지방 교육청에 있다고 합니다. 반면, 지방 교육청은 기본적인 교육비 지출도 감당하지 못해 보육 대란이 교육 대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교육청, 누리과정 예산 여력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11일 교육부가 지방 교육청 재정 분석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교육부는 이 자료에 지금의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이 있다고 주장한 셈인데, 정말 이 자료를 들여다보면 답이 있는 것 같긴 합니다.

교육부가 발표한 보도 자료 중 2015년과 2016년의 지방 교육 재정 전망에 대한 자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표 1> 2016년 지방교육재정 전망(단위 : 조 원)

표가 낯설 수 있지만 간단하게 보면 왼쪽이 들어올 돈, 오른쪽이 쓸 돈입니다. 행정 용어로 1년 동안의 수입을 세입(歲入), 1년 동안의 지출을 세출(歲出)이라고 합니다. 즉, 2015년에는 총 59.5조 원의 수입과 지출이 있었던 것이고, 2016년에는 60.1조 원의 지출이 필요한데, 그만큼의 수입이 예상된다는 의미입니다.

이 자료만 보면 교육부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분명 2015년과 2016년 지출 내역에 누리과정 예산이 각각 3.9조 원, 4.0조 원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만큼의 수입이 발생하고 있지 않은가?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합니다.

중앙 정부 기준으로 이미 심각한 재정 적자 상태

그런데 [표 1]을 볼 때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결산 관행의 차이입니다. 이 차이 때문에 지방 정부에 결손이 발생한 것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필자가 교육부 자료를 재구성한 것이 [표 2]입니다.

세금을 거두어들인 돈이든 빌린 돈이든 쓸 수 있는 돈이란 점에서 마찬가지일 수 있지만, 중앙 정부는 국채 등 빌린 돈을 제외한 수입과 총지출을 비교하여 재정 수지를 판단합니다. 즉, [표 1]을 중앙 정부 방식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세입 중 빌린 돈에 해당하는 지방채를 빼야 하는데, 정리하면 [표 2]와 같이 됩니다.


<표 2> 교육부 자료의 재구성(단위 : 조 원)


중앙 정부의 기준으로 지방 교육청 재정 현황을 보면, 2015년에 6.1조 재정 적자가 발생한 상태입니다. 2014년 말까지 누적된 지방채 잔액(누적 결손에 해당하는 금액)이 4.7조 원이었으니 한해 발생한 재정 적자 때문에 발행한 지방채 6.1조 원은 실로 어마어마한 금액입니다. 전체 예산 대비 10.3%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이런 일이 4년 반복되어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40%를 넘으면 재정 위기 단체로 지정될 수 있습니다. 재정 위기 단체로 지정되면 사실상 예산에 대한 권한이 박탈됩니다.

지방 교육청의 적자 또는 채무가 더 문제가 되는 이유는, 우선 지방 교육청의 세입 구조 때문입니다. 지방 교육청 세입을 보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중앙 정부에서 내려주는 교육 교부금과 지방자치단체의 전입금이 대부분이며, 수업료가 대부분인 자체 수입은 예산의 2~3%도 되지 않습니다. 지방 교육청의 재정 적자가 심각하다고 수업료를 대폭 인상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중앙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는 돈이 늘어나지 않는 한 해결 방안이 없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지방 교육청 채무의 성격 때문입니다. 중앙 정부 채무가 500조가 넘었다고 하나, 중앙 정부 채무에는 그 채무와 관련된 자산이 있는 채무가 절반쯤 됩니다. 즉, 그 자산을 팔면 채무도 줄어드는 겁니다. 그런데, 지방 교육청에는 교육이라는 업무 특성상 그런 자산이 없습니다. 자산을 팔아도 해결이 안 되는 채무를 적자성 채무라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메꾸어야 하기 때문에 악성 채무입니다. 지방 교육청 채무는 모두 적자성 채무이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입니다.

자체 수입이 거의 없는 지방 교육청의 재정 적자가, 그것도 모두 적자성 채무로 연결되는 재정 적자가 예산의 10%를 넘는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러한 상태가 발생했다는 것은 재정 파탄 상태에 이르렀다는 의미이고, 이것이 매년 반복되던 누리과정 예산 갈등에서 지방 교육청이 예년과 다르게 다소 과격한 또는 절박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입니다.

2015년에 인위적인 세출 삭감을 하지 않았다면…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재정 여력이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육부, 즉 중앙 정부의 목표는 교육 환경을 경제협력기구(OECD) 평균으로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교육 환경을 OECD 평균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41.4조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OECD 평균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교육 환경 개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지방 교육청은 2015년에 재정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학교 운영비 삭감, 교육 환경 개선비 삭감, 각종 교육 사업비 삭감 등 여러 자구 노력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를 학교 현장에서는 찜통 교실, 노후 화장실 등으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지방 교육청은 2015년에 축소 또는 포기한 교육 환경 개선 투자액을 최소 1.3조 원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만약 지방 교육청이 2015년에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인위적인 세출 삭감을 하지 않았다면 재정 적자 비율은 12.2%로 올라갔을 것입니다. 정말 암담한 수준입니다.

<표 3> 2015년 재정현황 재구성(단위 : 조 원)


2016년 숫자를 조정하면 재정 적자 비율이 10% 이상...


2016년의 경우도 교육부 주장에 따르더라도 예산 대비 재정 적자가 6.5% 수준으로 역시 위험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2015년 대비 2016년 증감 항목에 이상한 부분이 보입니다.

우선 지방자치단체 전입금이 1.0조 원 증가하여 비율로는 9.3% 증가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국세와 지방세는 일정 비율을 지방 교육청에 내려줍니다. 왜 국세를 재원으로 하는 교육 교부금은 4.6%가 증가하는데 지방세를 재원으로 하는 전입금은 그보다 2배가 증가했을까요? 2015년 부동산 거래가 활발했기 때문에, 부동산 거래 규모에 따라 변동하는 지방세가 늘어났을 것입니다.

그런데, 초과 세수는 2년 후에 정산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즉, 2016년에는 2014년 초과 징수분이 정산되고, 2015년 초과 징수분은 2017년에 정산되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런데, 교육부는 2014년의 정산분, 2015년의 정산분에 2016년 지방세 증가 예상분까지 모두 한꺼번에 반영하여 1.0조 원의 증가를 계산한 것입니다.

2016년에도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져서 지방 세수가 증가할까요? 주택 거래 건수는 지방 세수의 선행 지표입니다. 그 선행 지표는 이미 2015년 10월을 고점으로 하락 추세로 반전되었습니다. 외부 변수로는 미국 금리 인상, 내부 변수로는 가계 부채 종합 대책 실행 등 부동산 거래가 감소할 요인이 산적해 있습니다. 2015년 만큼의 부동산 거래가 있다는 가정하에 산정한 2016년 지방 세수 예측이 현실적일까요? 또한, 정부의 예산 운용이 하루살이의 살림은 아닐진대, 2017년에 정산될 2015년 초과 징수액까지 2016년에 반영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면, 2017년에 다시 부족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이 무색합니다. 결과적으로 지방자치단체 전입금에는 2014년 정산분만 반영하는 것이 타당한데, 교육부 자료상 2014년 정산분은 아주 미미한 숫자입니다.

다음으로 세출에서는 운영비, 기타 사업비 등이 모두 2015년 대비 동결된 것은 차치하고라도, 시설비가 1.0조 원 감소하여 비율로는 15% 이상 감소합니다. 예산 관리의 측면에서 보면, 소수의 부서에서 지출되는 비용은 상대적으로 줄이기 쉽지만 다수의 부서에서 지출하는 비용은 줄이기 매우 어렵다는 것이 상식입니다. 2만 개가 넘는 전국의 학교에서 지출되는 시설비가 15% 이상 줄어들기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노후 교실을 방치하여 안전 사고 위험이 증가하고 신설 학교 개교가 지연되면 전반적인 교육 환경이 열악해집니다. 지방 교육청은 인건비 자연 증가분과 2015년에 포기한 교육 환경 개선 투자 등 기본적인 세출 증가 요소만 고려해도 교육부 예상보다 1.9조 원의 세출 증가를 추산하고 있습니다. 즉, 교육의 질을 비정상적으로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교육부의 세출 예상보다 1.9조 원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지방자치단체 전입금 효과와 세출 부문을 조정하면, 예산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이 11.0%에 달합니다. 2016년에도 적자성 채무로 연결되는 재정 수지 적자가 감당이 어려운 수준인 것입니다. 교육부가 제시한 자료에서 출발하여 상식적인 수준에서 약간의 조정만 하더라도 2015년뿐만 아니라 2016년에도 지방 교육청의 재정 적자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 확인됩니다.

<표 4> 2016년 재정현황 재구성(단위 : 조 원)

프랑스와 독일 헌법, 지방 정부에 사무 이양할 때 재원도 제공해야

누리과정은 좋은 정책이지만 출발할 때 돈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던 어린이집 예산을 지방 교육청으로 넘기고 지방 교육청이 담당하던 유치원도 무상으로 변경하였으면 그에 해당하는 예산을 주었어야 했습니다. 당초 계획에서 예상했던 교육 교부금 증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다른 방법으로라도 이를 보전해 주는 것이 맞습니다. 정책을 결정하지도 않은 지방 교육청을 재정 파탄으로 몰아가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프랑스나 독일 등은 중앙 정부가 지방 정부에 사무를 이양할 때 재원도 함께 주도록 헌법에 아예 못 박아놓았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명백한 위헌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업무를 이양할 때 예산을 같이 주는 것이 상식이라는 의미입니다. 이제 중앙 정부도 상식의 세계로 돌아올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홍순탁 회계사는 안세 회계법인 소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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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시민들이 복지국가 만들기에 직접 나서는, '아래로부터의 복지 주체 형성'을 목표로 2012년에 발족한 시민단체입니다. 건강보험 하나로, 사회복지세 도입, 기초연금 강화, 부양의무제 폐지, 지역 복지공동체 형성, 복지국가 촛불 등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칼럼은 열린 시각에서 다양하고 생산적인 복지 논의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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