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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부패와의 전쟁'에서 '기율 강조'로?

[양갑용의 중국 정치 속살 읽기] 부패 해결 못하고 기율로 가는 中 기율검사위

2016년 1월 12일부터 14일까지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제6차 전체 회의가 베이징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회의는 집권 4년차에 접어든 시진핑의 집권 기반을 공고히 하고, 특히 차기 당 대회를 앞두고 간부들에게 '작풍(作風)'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했다는 점에서 '당성(黨性)'을 강조하는 시진핑(習近平)의 의중이 반영된 회의라고 볼 수 있다.

시진핑은 집권 이후 꾸준히 당 사업에서 '작풍'을 강조해 왔으며, 그 핵심에 '당성'을 두고 있다. 2014년 1월 14일 제18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제3차 전체 회의에서 시진핑은 이미 '작풍'과 '당성'을 강조했다. 시진핑은 당시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작풍(作風) 문제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당성(黨性)이다. 당성의 강약(強弱)을 측정하는 근본 잣대는 공(公)과 사(私), 두 글자이다. (…) 당의 간부로서 공을 크게 여기고 사사로움이 없게 하며(大公無私), 공과 사를 분명하게 구분하고(公私分明), 공을 우선시하고 사를 뒤에 두며(先公後私), 공을 위해 사를 희생해야 한다(公而忘私)."

망당(亡黨)과 망국(亡國)으로 가는 길, 부패

집권 4년차를 맞는 시진핑의 기율검사위원회의 주요 관심사가 '당성', '작풍', '당풍' 등이 될 것임을 이번 제18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제6차 전체 회의는 잘 보여주었다. 중국은 당풍과 청렴 정부의 건설 그리고 반부패 투쟁을 중국이 반드시 이룩해야 할 중대한 정치 임무로 생각하고 있다. 특히 부패 문제를 악성 종양으로 여기는데, 부패 문제가 심각해지면 결국에는 망당(亡黨)과 망국(亡國)의 길에 접어들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국은 당풍, 청렴 정부의 건설, 반부패 투쟁이 당과 국가의 존립에 연결되는 일이라는 인식에서 높은 경각심을 갖고 있다. 중국은 부패 문제가 당을 가장 크게 망치는 일이기 때문에 부패 분자들을 엄벌에 처하는 것이 바로 당심(黨心)과 민심(民心)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당과 인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당의 집권 기초와 집권 지위를 공고히 지켜주는 필연적 요구라고 생각한다.

부패가 당과 국가의 존망을 결정짓는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담당하는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역할 또한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 그리고 강력한 의지가 요구된다. 이를 기반으로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기율을 중심에 두고 당풍(黨風) 건설과 반부패 투쟁을 쉼 없이 전개해 왔다.

그러나 중국에서 당풍 건설과 반부패 투쟁은 그 형세가 매우 복잡하고 엄중하다고 말할 수 있다. 시진핑 집권 이후 지난 3년여 동안 부패와의 전쟁을 계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부패는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고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일벌백계(一罰百戒)' 차원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을 역임한 거물급 간부 등 국가급(國家級) 간부까지도 부패 혐의로 잡아들이고 있으나, '일벌'이 좀처럼 '백계'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제도의 문제인 것인지, 아니면 구조의 문제인 것인지, 중국의 고민이 깊어져 가는 이유이다.

중앙기율검사위원회에서 여러 부패 사건을 파헤치고 전국 각 부문을 돌아가면서 감찰(巡視)하고 있으나, 부패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중국이 내세우고 있는 감히 부패하지 않고, 부패할 수도 없으며, 부패할 생각도 갖지 않게 하는 반부패 메커니즘은 아직 충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간부들을 대상으로 사상 교육을 강화하자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시적으로 부패 총량은 줄어드는 듯 보이나 부패의 질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그래서 당풍 건설과 반부패 투쟁을 영원히 지속해야 한다는 '당풍 건설과 반부패 지속론'도 등장하고 있다.

당의 기율과 규칙을 엄격하고 분명하게 하는 것은 당풍 건설과 반부패 투쟁의 핵심이다. 당의 기율과 규칙을 엄격하고 분명하게 한다는 것은 당장(黨章)에서 제시하고 있는 당의 정치 기율을 준수하고 보호하는 일이다. 당장에서 강조하는 당의 정치 기율 준수는 중국공산당의 핵심 가치 중 으뜸이며, 그것이 바로 당의 영도를 견지하는 것이다.

개혁 개방 시기뿐만 아니라 마오쩌둥이 지배하던 프롤레타리아 계속 혁명을 주창하던 시기에도 당의 영도는 정치 기율의 핵심 가치였다. 당의 영도를 견지한다는 것은 중국의 논리에 따르면 당의 기본 이론, 기본 노선, 기본 강령, 기본 경험, 기본 요구를 견지하는 것이며, 당 중앙과의 고도의 일치성을 유지하여 자발적으로 당 중앙의 권위를 보위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 집권 역사를 되돌아보면, 당 중앙의 권위는 때때로 당 중앙 최고 지도자의 개인적 권위로 치환되었다.

그리고 각급 당위원회의 권위 역시 해당 각급 당위원회 최고 지도자의 개인적 권위로 치환되었다. 따라서 당 중앙과 각급 당의 권위가 바로 당 최고지도자 개인의 권위로 치환되는 순간 개인 부패는 당의 부패로 인식되고, 이것이 구조화되어 '늘' 부패가 발생하고 '오랜 기간' 지속된다.

중국에서 부패는 개인의 문제인 동시에 구조의 문제이고, 구조의 문제인 동시에 개인의 문제이다. 따라서 부패를 완전히 뿌리 뽑기 위해서는 개인적 접근과 구조적 접근을 동시에 건드리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개인 부패를 '일벌백계'로 다스리는 동시에, '늘' 그리고 '오랜 기간' 구조화되어 있는 문제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 중국은 개인의 사상교육 강화 외에 조직 의식 강화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

각급 간부들이 개인이기 이전에 조직의 일원으로서 조직적인 책임과 의무감을 가지고 조직을 믿고, 조직에 의지하고, 조직에 복종하여 조직적인 제약을 받도록 조직 기율을 강화하고 있다. 시진핑이 강조하는 '기율이 법보다 앞서고 법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이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일을 추진하는 전위대가 바로 기율검사위원회이며, 기율검사 위원들이기 때문에 시진핑의 정치 기율 강조는 사실상 기율검사위원회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 기율검사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으로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시진핑의 기율검사위원회 강화 방안

시진핑 집권 이후 기율검사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시진핑은 두 가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먼저, 기율검사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왕치산(王岐山)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의 당국가 체제 조직 구조상 중앙기율검사위원회와 중앙위원회는 모두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당 대회에 참가한 전국 대표들의 직접 투표에 의해서 구성된다는 점에서 중앙위원회와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동격의 조직으로 상하 관계를 논할 수 없는 조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조직 체계상 중앙위원회 총서기와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는 사실상 동격인 셈이다. 따라서 중앙위원회 총서기인 시진핑과 국무원 당조(黨組) 서기인 리커창(李克強)의 관계는 상하 관계로 설정될 수 있으나, 시진핑과 왕치산 간에는 상하 관계가 아닌 대등한 협력 관계가 설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시진핑과 왕치산은 당풍 건설과 반부패 투쟁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하여 기존 각급 당위원회가 관리, 감독하던 각급 기율검사위원회의 권한을 없애버리고, 중앙기율검사위원회와 각급 기율검사위원회의 수직적 관계를 공고히 했다. 이른바 '조괴관계(條塊關系)'에서 중앙기율검사위원회와 지방 각급 기율검사위원회의 '조(條, 수직적 통제 관계)'의 관계를 강화하고, 동급 당위원회에서 동급 기율검사위원회를 통제하던 '괴(塊, 수평적 통제 관계)'의 관계를 청산하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각급 기율검사위원회가 각급 당위원회의 당풍과 반부패 관련 기율 검사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다는 복안이다. 최근 중앙기율검사위원회와 각급 지방 기율검사위원회, 그리고 각급 지방 기율검사위원회의 성원 이동이 비교적 활발하게 일어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괴'의 관계를 정립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동안 기율검사위원회는 '호랑이'와 '파리', 그리고 '여우'를 잡는 반부패 '사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기율검사위원회의 본연의 기능은 조직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기율'이 우선이다. 반부패는 여러 기관, 예컨대 검찰, 경찰, 국가부패예방국 등 다른 기관의 업무와 중복된다는 점에서 각급 기율검사위원회는 이번에 개최된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전체회의를 계기로 '기율' 본연의 업무에 한층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기율'의 문제에서 부패 문제를 완전히 도외시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정 기관'으로서의 기율검사위원회가 아니라 '기율 기관'으로서의 본연의 업무에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는 중국에서 지금 '반부패' 활동 못지않게 당의 '기율'과 '당성', 그리고 '작풍'과 '당풍'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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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갑용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중국의 정치 엘리트 및 간부 제도와 중국공산당 집권 내구성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푸단 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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