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치에서 간부는 체제 내구성의 근간인 동시에 중국 체제의 자기 복원성을 유지하고 생산해내는 핵심 행위자이다. 따라서 안정적인 후계 구도의 구축과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을 위해, 젊고 유능하며 당성(黨性)이 투철하고 풍부한 기층 경험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은 역대 지도자들이 모두 중시해 온 과제였다. 시진핑 시기 간부의 선발 및 임용에 대한 여러 논의 역시 향후 정치 개혁의 폭과 깊이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중국의 역대 정권 모두 좋은 인재를 선발하고 배치하는 일을 매우 중시했다. 인재를 관원으로 등용하고, 이러한 관원의 활동을 통해서 정권의 정당성과 합법성이 국민들에게 투사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진한(秦漢)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대 지도자들이 관리 선발 방식을 중시한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 역사상 관리 선발의 기준
주나라 시기에는 '덕행'과 '재능', 춘추 시대 이전에는 '현'(賢)과 '명'(明)을 관리 선발의 덕목으로 삼았다. 전국 시대에는 다시 '재능'과 '덕행'을 중시했으며, 진(秦)은 '공'을 기준으로 삼았다. 위진남북조(魏晉南北朝) 시기에는 '인품'과 '문벌'을 중시했으며 수나라 시기에는 '공평', '공정', '공개'라는 세 가지 공평한 기준, 이른바 '삼공'(三公) 기준을 제시하고 과거 제도를 창안했다. 당나라 시기에는 과거 제도를 더욱 보완하고 청나라 말기까지 유지되었다. 신중국 들어서는 지도부의 합의에 기초하여 추천 방식에 의한 단계별 승진을 통해서 젊은 간부들을 선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중국 전통 시기에는 다양한 방식의 관원 충원 제도가 있었다. 핵심은 좋은 인재의 선발과 임용이었다. 귀족 추천이든, 지방 추천이든 아니면 황제 추천이든 좋은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전 단계로서 다양한 추천 경로가 존재했다. 이를 통해서 인재를 추천받고 일정한 관찰을 거쳐서 재능과 능력을 살핀 후 임용했다.
이러한 선발과 임용이라는 맥락에서 보면 현 중국공산당 간부 충원 제도 역시 큰 틀에서는 전통 시대 관원의 충원 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왜' 좋은 관원을 선발해야 하는지와 '어떻게' 선발하는지에 대한 방법론적인 작은 차이가 있을 뿐이다.
중국에서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수많은 간부 가운데 단연 시선을 끄는 제1의 간부는 바로 시진핑 국가주석이다. 그는 현직 최고 지위에 오른 간부인 동시에 다양한 기층 경험을 두루 섭렵한 중국 간부의 전형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여타 지도자들과 달리 다양한 공직 경험을 가지고 있다.
문화 혁명기에는 농촌에 하방(下方)되어 7, 8년을 생활했다. 대학을 마치고 국방부장 비서로 군 경험을 체득했다. 산시성(陝西省) 기층 간부를 시작으로 30여 년을 푸젠 성이나 저장 성, 그리고 상하이 시 등 지방 경험을 축적하고 중앙에 진출했다.
그 어느 누구보다 다양한 공직 경험을 지닌 시진핑은 간부들에게도 기층의 경험을 요구하고 있으며 간부 선발 기준에서 기층 경험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시진핑은 지도력, 기획력, 그리고 실천력을 기르는 데 기층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간부들에게 늘 기층을 중시하라고 강조한다.
시진핑 집권 이후 그가 줄곧 '당'과 '기층'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층'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당'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며, '당'이 '기층'과 유리되면 관료화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진핑은 당과 기층의 경험을 충분히 발현하는 간부를 좋은 간부로 간주하고 "어질고 능력 있는 사람을 숭상하는 것이 정치의 근본이고 정치의 근본은 사람을 잘 쓰는 데에 있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기 위한 방편으로 좋은 간부를 선발하려고 노력한다.
시진핑에 의하면 "치국의 으뜸은 먼저 사람을 쓰는 것(治國之要, 首在用人)"이기 때문에 "현명하고 능력 있는 인재를 먼저 쓰는 것(尚賢者, 政之本也. 爲政之要, 莫先於用人)"이 최선이라는 생각이다. 결국 현명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어떻게 뽑을 것인가가 간부 선발의 핵심이다. 시진핑에 의하면 덕재겸비(德才兼備)를 갖추고 동시에 구체적(具體的)이고 역사적(曆史的)인 맥락에서 필요한 간부가 좋은 간부이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간부는 신념이 굳건하고(信念堅定), 인민에 봉사하고(爲民服務), 부지런하고 성실하며(勤政務實), 소임을 다하고(敢於擔當), 바르고 청렴한(清正廉潔) 간부이다.
시진핑은 2013년 6월 28일 전국조직공작회의에서 "뜻(志向)이 있으면 이르지 못하는 곳이 없으며 산과 바다라도 막을 수 없고 의지만 있으면 돌파하지 못하는 성루가 없으며 무장한 군대라도 막을 수 없다(志之所趨, 無遠勿屆, 窮山距海, 不能限也. 志之所向, 無堅不入, 銳兵精甲, 不能禦也)"고 했다. 이러한 신념을 단련하고 검증받을 수 있는 곳이 바로 '기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간부 선발과 승진의 새로운 트렌드, 기층 경험
"현명한 자를 숭상하는 것이 정치의 근본(尚賢者, 政之本也)"이라고 하지만 어질고 능력 있는 사람을 누가 정하고 어떻게 정할 것인지는 매우 정치적인 문제이다. 시진핑은 '덕재겸비(德才兼備)'를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 역시 매우 논쟁적이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합의에 기반을 둔 간부 선발과 임용을 제일 덕목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내부 합의가 되지 않으면 선발과 임용이 쉽지 않다. 이 과정에서 가장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물론 현 최고 권력자인 시진핑의 의중이다.
간부 선발과 임용의 합의 핵심 주체와 참여 주체 결정력이 정형화된 틀로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비제도적인 요인인 최고 지도자의 의중과 언술, 제안이 중요한 기준으로 고려된다. 최근 광시장족자치구 팡청강시(防城港市) 당위원회 조직부에서 임용 고시한 만 28세 '정처급(正處級)' 간부의 승진 임용이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기층'을 중시하는 간부 선발과 임용의 추세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15년 12월 21일 광시장족자치구 팡청강시 조직부는 현재 팡청강시 사탄강 과학기술공업구 공작위원회(防城港市沙潭江科技工業區工作委員會) 부서기 겸 관리위원회 부주임으로 있는 한카이(韓凱)를 관내 18명 간부들과 함께 '정처급' 간부로 임용한다고 사전 공시했다.
공시 자료에 따르면 한카이는 1987년 12월생으로 공시 시점 만 28세에 '정처급' 지위에 오르게 된다. 2007년에 중국공산당에 가입하고, 2012년 7월에 사회 진출했으니 겨우 3년여 만에 고속 승진을 하게 된 셈이다. 리커창 총리가 27세에 정처급, 28세에 정청급(正廳級), 38세에 정부급(正部級), 52세에 국가급(國家級)에 오른 것과 엇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다.
2011년 칭화대학(淸華大學)과 광서장족자치구 간 학생 선발 배치 협의에 따라 이미 160여 명의 칭화대학 학생들이 졸업 후 광시에서 근무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한카이 외에도 광시장족자치구 핑샹시(憑祥市) 시장 순루이쥔(孫睿君), 광시장족자치구 허산시(合山市) 당위원회 상무위원 겸 선전부장, 부시장을 맡고 있는 션궈장(沈國章) 등이 있다.
이들은 세 가지 점에서 여타 간부들과 달리 빠른 성장을 하고 있다. 명문 대학 출신들이며, 기층에서 근무하고 있고, 특히 빈곤 지역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시진핑이 편안한 도시 생활을 뒤로하고 궁핍하고 낙후된 허베이 성 정딩현(正定縣)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과 매우 유사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누가 뽑고 어떻게 뽑느냐'가 간부 선발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 실체는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후진타오는 자신이 어떻게 정치국 상무위원이 되었는지 자신도 모른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간부 승진 과정이 베일에 싸여 있고 그래서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한카이 사례를 보면 명문 대학 출신으로 기층에서 근무하며 빈곤한 지역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젊은 간부들이 승진의 기회를 더 빨리 잡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는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중국의 미래 권력을 보고 싶다면 명문 대학을 나와 기층에서 활동하고 있는 빈곤 지역 젊은 간부들에게 눈을 돌려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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