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시진핑은 왜 충칭을 갔을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시진핑은 왜 충칭을 갔을까?

[양갑용의 중국 정치 속살 읽기] 시진핑 주석의 충칭 시찰 단상(斷想)

중국에서 최고 지도자의 지방 시찰은 현장 상황의 점검과 관원들의 업무 감독 목적 외에도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유용한 창구로 활용된다. 덩샤오핑이 1992년 초 '남순강화(南巡講話)'를 통해서 '사회주의 시장 경제'의 당위성을 설파한 것이나, 시진핑 주석이 지난 2015년 7월 동북 3성을 방문하여 '동북 진흥'에 관련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시진핑 주석이 2016년 새해 들어 첫 지방 시찰로 충칭(重慶) 지역을 방문한 것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충칭 방문을 통해서 시진핑 주석이 쏟아 낸 여러 말들을 통해 연초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전면적인 소강(小康) 사회 건설'을 위한 첫 해의 정책 추진 과제의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은 충칭 방문을 통해 2016년의 정책 방향을 비교적 소상하고 강력하게 피력했다. 충칭 시찰에서 시진핑은 5대 발전 이념 강조, 공급 측 개혁(供給側改革), 도시와 농촌의 협조 발전, 민생 등 2016년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에 대한 구상을 분명하고 단호한 어조로 밝혔다.

이러한 정책 구상은 시진핑 개인의 2016년 정책 목표의 하달이나 시달 차원이 아니라 완전하고 결정적이며 분명한 성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들이다. 특히 당과 국가의 정책 방향이 시진핑의 리더십에 의해 더욱 강력한 추진 동력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이번 충칭 현장 시찰은 국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2016년 중국이 가려는 길을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충칭 시찰에 드러난 시진핑의 의지

충칭 현지 시찰을 통해서 시진핑 주석은 우선 새로운 발전 이념으로서 이른바 '5대 발전 이념'을 분명하게 제시했다. 2015년 11월 시진핑 주석은 '중공 중앙의 국민 경제와 사회 발전 제13차 5개년 규획 제정에 관한 건의(中共中央關於制定國民經濟和社會發展第十三個五年規劃的建議)'에 대한 설명에서 이미 5대 이념에 대한 지위를 설명한 적이 있다.

그는 "당의 18기 5중전회에서 제안한 혁신(創新), 협조(協調), 녹색(綠色), 개방(開放), 공향(共享)의 발전 이념은 뉴노멀 시대에 진입한 중국의 경제 발전과 세계 경제 회복의 길을 내는 약방과 같고 새로운 발전 이념은 바로 지휘봉이기 때문에 반드시 굳건하게 관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5대 발전 이념은 13차 5개년 규획 기간뿐만 아니라 훨씬 장기간 중국 발전의 사고(發展思路), 발전의 방향(發展方向), 발전의 근원적 힘을 집중적으로 체현한 것이며 개혁 개방 30여 년 동안 중국의 발전 경험을 집중적으로 체현한 것이고 중국공산당의 중국 발전 규율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시진핑 주석은 이 5가지 개념을 '이념'의 지위로 격상시켜 '혁신 숭상(崇尚創新)', '협조 중시(注重協調)', '녹색 창도(倡導綠色)', '개방 후식(厚植開放)', '공향 추진(推進共享)'이라는 20자 방침으로 이념화했다. 흔들림 없이 구현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시진핑 주석은 충칭 현지 조사 기간, "새로운 발전 이념에 적응하지 못하고 적합하지 않거나 심지어 위배되는 인식에 대해서는 바로 조정할 것이고, 새로운 발전 이념에 적응하지 못하고 적합하지 않거나 심지어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바로 잡을 것이고, 새로운 발전 이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적합하지 않거나 심지어 위반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없애버릴 것"이라고 엄포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을 보면 '5개 이념'이 단순히 수사에 머무르는 '말의 잔치'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념'의 지위를 부여했기 때문에 그 경과에 따라서는 '사상'의 지위로까지 격상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고지도자로서 시진핑에게는 지도 사상의 창도자 욕구가 늘 상존하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은 충칭에서 이른바 '공급 측 개혁(供給側改革)'에 대한 정책 비전도 제시했다. 지난 2015년 11월 10일 시진핑 주석은 중앙재경영도소조(中央財經領導小組) 제11차 회의에서 "(인민의) 총수요 요구 적응도를 확대하는 동시에 공급 측 구조 개혁을 한층 강화하자"고 역설했다. 시진핑 주석은 "공급 체계의 질과 효율을 힘써 제고하는 것이 경제의 지속 성장의 동력이며 중국 사회생산력 수준을 추동하여 전체(수준)를 끌어 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진핑이 쏟아낸 새로운 발전 이념들

시진핑은 가까운 시기 중국의 경제 발전을 제약하는 요소 가운데 공급과 수요 측면이 모두 존재하고 있으며 그 주요 모순은 공급 측면에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이 "공급 측 구조 개혁에 힘을 쏟아야 하고, 그 중점은 과잉 산업 생산 능력을 와해시키고, 산업 최적화를 촉진하고, 기업의 비용을 줄이고, 전략적 신흥 산업과 현대적 서비스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또한 공공재와 서비스 공급을 늘려 공급 체계의 질과 효율을 제고해야 한다. 인민의 수요를 만족시키고 중국 사회 생산력 수준을 높여 전체 산업의 발전 수준을 끌어올리고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의 동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 같은 시진핑의 언급은 중국이 그동안 전통 거시 경제 운용 과정에서 치중해온 '수요 측 개혁(需求側改革)' 관리 모델에서 탈피하여 '공급 측 개혁(供給側改革)' 관리 모델로 나아가겠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급 측 개혁'을 촉진하기 위해서 정부 권한 간소화와 이양(簡政放權), 관리 통제권의 완화(放松管制), 금융 개혁(金融改革), 국유 기업 개혁(國企改革), 토지 개혁(土地改革) 등의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또 노동력, 토지, 지본 혁신 등 요소를 최적 배치하여 요소 생산성을 극대화하여 경제 발전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수출 못지않게 내수에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이 '공급 측 개혁'에 힘을 쏟겠다는 것은 공급 체계 질과 효율을 제고하여 '인민의 수요'를 만족시키겠다는 것이다.

'공급 측 구조 개혁' 못지않게 민생을 강조한 것도 충칭 시찰에서 주목할 만한 사안이다. 시진핑 주석은 충칭 시찰을 통해서 빈곤 구제를 2016년의 정책 목표로 확실하게 재인식시켰다. 빈곤 구제의 성패를 좌우할 관건으로 민생을 중시하고(注重民生), 민생을 보장하며(保障民生), 민생을 개선(改善民生)할 것을 주문했다. 시진핑 주석이 사실상 '13.5 계획'의 지휘봉을 직접 잡아서 개혁의 성과를 자신이 직접 진두지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러한 정치적 모험은 강력한 집행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만약 개혁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그 정치적 후과도 고스란히 시진핑 본인이 직접 감내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큰 사안이다.

민생 못지않게 도시와 농촌의 협조 발전 역시 시진핑이 추구하는 2016년 정책 목표 가운데 하나임이 이번 시찰을 통해서 분명해졌다. 도시와 농촌의 협조 발전은 신형 공업화, 정보화, 도시화 농업 현대화가 같은 발걸음으로 동반 발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진핑은 도시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도시와 농촌의 구체적인 발전 상황을 결합해야 함을 강조했다.

예컨대 충칭의 경우 대도시(大城市), 대농촌(大農村), 대산촌(大山區), 대저수지(大庫區)가 결합된 지역이기 때문에 특히 도시와 농촌의 협조 발전이 중요하다. 시진핑은 충칭 시찰에 전국 31개 성급 행정구역 당위원회 서기 가운데 11명(상하이上海, 장수江蘇, 저장浙江, 안후이安徽, 장시江西, 후베이湖北, 후난湖南, 총칭重慶, 쓰촨四川, 구이저우貴州, 윈난雲南 등)을 충칭에 불러 모아 장강 경제 벨트(長江經濟帶) 발전 좌담회에 참여하게 했다.

시진핑은 장강 경제 벨트 발전 좌담회 모두 발언에서 연강(沿江) 지역 11개 성 서기들에게 다소 이례적인 주문을 내렸다. '장장(長江)은 중화 민족의 어머니 강'이기 때문에 '장강 경제 벨트 발전은 반드시 중화 민족의 장구한 이익을 고려하여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분별한 발전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장강의 생태 환경 복원을 가장 중요한 위치에 놓는다"는 것을 강조했다. 발전을 중시하면서도 환경 보호를 도외시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명이고, 이를 연강 성 서기들에게 다짐을 받는 자리였다. 경제 발전과 환경 보호를 어떻게 결합시켜 나갈 것인지 해답을 내야 하는 임무가 지방 장강 유역 11개 당서기들에게 부여되었다.

시진핑 주석의 이번 연초 충칭 방문은 집권 이후 첫 충칭 방문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새로운 발전 이념을 직접 설파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시진핑 주석은 뉴노멀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중국의 발전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 결과 또한 자신이 직접 지겠다는 외통수의 태도를 보였다. 성과 또한 그 자신이 직접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집단 지도 체제를 폐기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진핑 개인에게 당과 국가의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에 대해서 우려의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시진핑이 개인 권력의 집중이라는 비판적인 시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직접 발전을 진두지휘하겠다는 것은 중국의 현실이 녹록하지 않다는 방증일 수도 있고, 동력 상실을 우려해서일 수도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양갑용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중국의 정치 엘리트 및 간부 제도와 중국공산당 집권 내구성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푸단 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