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31일 저녁, 시진핑 주석은 신년사를 통해 "꾸준히 노력하면 꿈은 결국 실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당과 정부가 계속 노력해야 하며, 행복이란 것이 하늘에서 그냥 내려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필승의 신념으로 전심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 정치가 공평과 정의를 촉진하여 청산녹수(靑山綠水)가 되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특히 농촌의 빈곤 인구 해결을 위해 13억 중국인이 함께 노력하자고 말하며, 빈곤에 처한 사람들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자고 역설했다.
시진핑 주석은 새해를 맞이하여 이렇게 평이하고 서민적인 언어로 당원들과 중국 국민들에게 많은 덕담과 당부를 했다. 그러나 그의 말처럼 2016년이 따뜻함이 느껴질 수 있는 한 해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2016년은 시진핑 주석 개인뿐만 아니라 중국에게도 매우 관건적인 한 해가 될 것이다. 먼저 2017년 제19차 당대회에 나갈 정치 엘리트들에 대한 인선을 시작해야 한다. 중국에서 정치 엘리트의 인선은 밑에서부터 위로 이어지는 상향식 교체가 관행이다. 따라서 지도부 교체도 기층에서부터 현급(縣級), 지급(地級), 성급(省級), 중앙으로의 순서로 진행된다. 보통 당대회 개최 1년 6개월 전부터 시작된다. 2016년 3월에 있을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전후로 기층에서부터 지도부 교체가 순차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그 마무리는 아마도 2017년 상반기가 될 것이고, 2017년 8월에 개최될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마무리 될 것이다. 어떤 인사가 어떻게 선발되고,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고 패턴을 찾아내서 유형화하는 수고를 요한다. 중국의 지도부 교체는 암흑 상자(black box)와 같아서 그 결과가 나온 후에 흐름과 맥락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2016년 기층으로 눈을 돌려 지도부 교체를 보는 것으로 2016년 중국 정치 전망을 시작할 필요가 있겠다.
또 2016년에는 다양한 기념식과 추모식이 예정되어 있다. 예컨대 2016년은 문화 혁명이 발발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며, 문화 혁명이 공식적으로 종료된 지 4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또 마오쩌둥(毛澤東), 저우언라이(周恩來), 주더(朱德) 등 혁명 1세대들의 서거 40주년이 바로 2016년이다.
요즘 중국 언론에 마오쩌둥에 대한 기사가 부쩍 많이 올라오고 있다. 시진핑 주석도 마오쩌둥과 관련하여 몇 차례 발언을 한 적도 있다. 마오쩌둥 집권기에 핍박을 받아 농촌으로 하방(下方)된 경험을 한 시진핑 주석으로서는 문화 혁명에 대해 유쾌한 기억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문화 혁명 시기 기층 속으로 들어간 경험이 총서기와 주석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다는 점에서 문화 혁명이 시진핑 주석 개인의 성장에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점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문화 혁명의 경험은 시진핑 개인에게 당과 인민 그리고 기층의 중요성을 체득하게 하는 유용한 경험이었음은 분명하다. 당과 기층을 강조하고 '인민 속으로', '기층 속으로'를 강조하는 시진핑 스타일은 바로 문화 혁명이라는 악조건에서 열매 맺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2016년 문화 혁명과 마오쩌둥에 대한 재평가나 재해석이 나올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 자신의 사상을 당의 중요 지도 사상으로 확립하기 위한 정치 지도자로서 시진핑 개인의 꿈도 있을 것이다. 전임 최고 지도자였던 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모두 자신의 정치사상을 중국공산당의 중요 지도 사상으로 중국공산당 당장(黨章)에 삽입한 전례가 있다. 이 때문에 시진핑 주석 또한 이러한 '정치적 관행'을 자신에게도 적용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진핑 주석이 집권 초기부터 강조한 당, 기층, 인민 등의 사상을 역사적 전거를 통해 구체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자연스럽게 당과 인민, 기층을 중시했던 마오쩌둥 집권 시기의 경험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데서 그 연원을 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2016년에는 당과 인민, 기층 정신을 강조하는 다양한 역사적 경험을 발굴하고, 분석하고 이론화하는 작업이 전 방위적으로 진행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방식을 통해서 간부와 국민에게 마오쩌둥과 문화 혁명에 대한 대대적인 학습과 교육 캠페인이 전개될 것이다. 2016년 중국 정치를 전망하면서 중국공산당의 학습과 교육 활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반부패 활동의 심도(深度), 관도(寬度), 강도(强度), 속도(速度) 또한 2016년 중국 정치를 관통하는 핵심 의제이다. 일단 시진핑 주석은 신년사에서 2015년 반부패 투쟁이 깊이 있게 진행되었다는 원론적인 평가만을 하고 있다. 반부패 투쟁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당과 인민이 모두 동의하는 분위기가 유지되었다.
특히 왕치산(王岐山)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반부패 투쟁의 전면에 나서면서 시진핑 못지않은 국민적 관심과 지지를 받았다. 시진핑과 왕치산의 노력으로 국가급(國家級) 간부 6명(저우용캉, 보시라이, 쉬차이허우, 궈보슝, 링지화, 수롱 등)을 부패 혐의로 체포한 것은 물론 12만 명에 달하는 관원들이 영어의 몸이 되거나 좌천되었다.
그러나 2016년에는 반부패의 깊이에 있어서는 2015년에 비견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2015년 6명의 부패급 관원 가운데 현직은 링지화 한 명에 지나지 않았고 나머지는 모두 은퇴한 상태이거나 전직이었다. 반면 반부패 투쟁의 관도(범위)는 확대될 것이며 강도와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특히 지방에서부터 시작되는 간부 교체와 맞물려 간부 교체의 동력을 확보하는데 있어서 '반부패'라는 잣대는 유용하고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진핑 주석의 리더십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제도화의 외투를 쓰고 진행될 것이다. 중국의 제도화는 서방에서의 제도화와는 다른 맥락에 서 있는데, 일종의 법치화와 기구화를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불완전한 법제와 미진한 법제를 강화하는 시도로 다양한 제도나 기구를 창안하거나 혹은 기존 제도에 힘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제도화가 이뤄질 것이다. 그 종착점은 반드시 최고 지도자의 권위 강화로 귀결될 것이다.
단적인 예가 바로 군 개혁을 통한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직할 체제 강화이다. 이는 군의 미약하고 불완전한 현대전 대비 능력을 강화하는 측면도 있으나, 결과적으로 시진핑 개인의 권위를 강화하는 제도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중국과 같이 불완전한 권위적 지도 체제에서 제도 강화를 통한 개인 권위의 강화는 절차적 정당성을 통한 합법성 강화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유용한 제도적 수단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력에게 종종 매력적인 수단으로 채용되는 면이 있다.
종합해서 말하면, 2016년의 중국 정치는 2017년의 당대회라는 큰 파고를 넘기 위한 '정중동(靜中動)'의 한 해가 될 것이다. 체제 동력으로 유용하게 쓰일 사람을 준비하고, 새로운 사상의 연원을 찾아서 지도 사상을 만들기 위한 기본 토대를 마련할 것이다. 또 인민의 지지와 성원을 토대로 하여 지도부 교체의 유용한 기회를 제공하는 반부패 활동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다. 이를 위해 최고 지도자의 개인적 권위를 꾸준히 강화하고 인민과 기층에 대한 접촉면을 늘려서 당과 인민이 혼연일체가 되는 상태를 만들어 가려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파도가 일어날 경우 중국의 정치 체제는 예기지 않은 난관을 만날 수도 있다. 출렁이는 파도에 배가 좌초될 위험성도 내재해 있다. 인민은 물과 같아서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배를 뒤집을 수도 있기 때문에 중국 지도자들은 '정중동(靜中動)'의 자세를 매우 중시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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