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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내 사드 배치, 급물살 타나?

[정욱식칼럼] 시간 문제된 사드 배치, 국익에 도움되나

지난해 4월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 장관이 "사드는 아직 생산 단계에 있기 때문에 (한미국방장관) 회담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수그러들었던 사드 배치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계기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한일간의 위안부 합의이다. 미국은 이 합의를 대대적으로 환영하면서 '이제 한미일간의 군사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중심에는 미사일 방어체제(MD)가 있다. 또 하나는 북한의 4차 핵실험이다. 공교롭게도 두 가지 상황이 맞물리면서 사드를 비롯한 MD 강화론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한미 양국 정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감안하면서 우리 안보와 국익에 따라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두 가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이른바 '3No'(미국의 요청도, 한미간의 논의도, 결정된 바도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처음으로 '검토' 의사를 밝혔다는 점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도 주목할 만하다. 13일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은 "미국은 최근 B-52 폭격기를 출격시킨 데 이어 지역에 대한 더 큰 안전보장을 위해 MD 능력 강화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군축·핵비확산 담당 선임국장인 존 울프스탈도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만약 필요성이 있거나 한미일 사이에 그런 욕구가 있다면, 그런 것들은 핵 억제 및 미군보호 측면에서 역할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위안부 합의 및 북핵 실험을 계기로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MD 강화론이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발언들이다.

▲ 사드의 실험 발사 장면 ⓒAP=연합뉴스

사드 배치 급물살 탈까?

그렇다면 사드 배치는 급물살을 타게 될까? 2013년 사드 논란이 불거진 이후 변수는 크게 네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미국의 사드 보유량 및 실전 배치 준비 상황,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 한국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여론의 흐름, 북한의 추가적인 행동 여부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이를 역순으로 간략히 짚어보면 이렇다. 북한은 4차 핵실험 이후 비교적 '로우 키'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건은 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 결의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상황과 관련해서 정부는 '검토'를 공식화했고, 새누리당은 조속한 배치를,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찬성론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여전히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핵심 변수는 미국의 사드 보유량과 실전 배치 준비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기실 미국은 작년까지 주한미군 기지에 사드를 배치할 여력도 별로 없었고 준비 상태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그렇다면 현재 상태는 어떨까?

미 육군은 작년 말에 5번째 사드 포대를 록히드마틴으로부터 인수받았다. 예정보다 1년 가량 늦어졌지만, 2016년 1월 현재 미국의 사드 보유량은 5개로 늘었다. 이 가운데 4개 포대는 텍사스의 포트 블리스에, 1개 포대는 괌에 배치된 상황이다. 또한 미국이 현재 보유한 사드용 요격미사일은 모두 100기 정도이다. 대개 1개 포대당 48기의 요격미사일이 장착되는 만큼 150기 가까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렇게 요격미사일 확보가 늦어지고 있는 데에는 요격미사일에 장착되는 컴퓨터 메모리 카드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록히드마틴과 미 육군은 최근 5억3000만 달러 규모의 요격미사일 생산 계약을 맺어 조속한 물량 확보를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미국의 사드 포대 및 요격미사일 확보는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다. 또한 이들 무기를 인수 받아도 바로 전략화가 가능한 것도 아니다. 시스템의 운용 평가 및 작전병 훈련에 대개 2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관건은 미국이 초기에 확보한 사드의 향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1포대는 이미 괌에 배치된 상황이고 제2, 제3포대의 운용 평가 및 작전병 훈련은 마무리 되었거나 임박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들 두 개 포대를 계속 포트 블리스에 담겨두면서 유사시 신속한 이동 배치를 타진할 것인지, 아니면 이 가운데 1개 포대를 주한미군 기지에 배치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대로 간다면?

정리하자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는 시간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집착과 한미 양국의 실패한 대북정책의 되풀이는 불가피하게 사드 배치론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 총선과 대선에서 정부 여당의 안보 프레임에 걸려들지 않으려는 야권의 소극적인 대응도 사드 배치론을 부채질해주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의 사드 물량 확보와 실전 배치 준비도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사드 배치가 한국 안보를 포함한 국익에 반한다는 점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북핵과 사드를 비롯한 MD의 적대적 동반성장은 우리 국익에 치명적이다. 그렇다고 사드가 북한의 핵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어체계라고 보기도 어렵다. 무엇보다도 사드 배치는 북핵에 대한 5자간(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연대를 약화시키고, 동북아의 신냉전을 재촉하는 악수가 되고 말 것이다. "오로지 국익을 기준으로 검토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이 유념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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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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