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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무부까지 나섰다!"…'사드 대란'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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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무부까지 나섰다!"…'사드 대란' 오나?

[정욱식 칼럼] 전방위적으로 나서는 오바마 정부

심상치 않다. 미국 내에서 또다시 일고 있는 '사드(THAAD) 한국 배치론'을 두고 하는 말이다. 최근 발단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에서 비롯됐다. 그는 5월 18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 위협을 거론하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드와 다른 것들에 관해 말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1년간 한반도와 동북아를 들었다 놨다 했던 사드 논란은 지난 4월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 장관의 "사드는 아직 생산단계에 있기 때문에 회담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한 마디로 수그러드는 듯 했다. 그런데 한 달 만에 미국 국무장관이 다시 불을 지폈다.

그러자 봇물 터지듯 미국 내에서 사드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프랭크 로즈 국무부 군축·검증 담당 차관보의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잇다. 그는 5월 19일 한미연구소(ICAS)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한반도에 사드 배치와 관련해 언론에서 많은 논의들이 있었다. 미국은 사드를 한반도에 영구적으로 배치하는 문제를 고려하고 있지만, 미국은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고, 또한 한국과 공식적인 협의도 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사드는 북한의 단거리와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우리의 능력을 향상시키려는 순수한 방어 무기라는 점이다. 사드는 러시아나 중국과의 보다 광범위한 전략적 안정에 영향을 주지도, 줄 수도 없다"

같은 날 제임스 윈펠드 합참 차장도 사드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19일 미국 전략문제연구소(CSIS) 강연회에서 "미국은 사드 한국 내 배치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사드는 다른 나라에겐 어떤 위협도 가하지 않는 훌륭한 시스템"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과 공식적인 협의를 하지 않았다"며 "미국은 한국의 우려를 존중하고 있고, 이에 따라 한국이 사드를 원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주한미군 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사드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AP=연합뉴스

국무부가 나섰다!

이러한 미국의 입장 표명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몇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우선 국무부가 나섰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주한미군 사령관과 태평양 사령부, 그리고 펜타곤에서 주로 사드 관련 발언이 나왔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존 케리 국무장관과 국무부의 핵심적인 MD 부서인 군축․검증국이 사드 배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사드 한국 내 배치 문제가 미국 범정부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이 시점에 사드를 들고나온 것일까? 몇 가지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우선 미국의 사드 수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올해까지 5개 포대를, 2017년에는 7개 포대를 구비할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한국에 배치할 여력이 생기게 된다.

정치·외교적인 상황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초에 '예비 협정'에 도달한 이란 핵 협상이 6월 30일 최종 합의를 이루면, 미국이 중동에 사드를 배치해야 할 필요성은 훨씬 줄어들게 된다. 더구나 중동의 일부 수니파 국가들은 자체적으로 사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거꾸로 사드 배치를 강력히 희망해온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의 발언권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선거를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미국 공화당에서는 민주당 정권인 오바마 행정부가 '아시아로의 귀환'(혹은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천명했지만, 한 일이 없다고 비난해 왔다. 이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가 내년 대선과 중간 선거를 앞두고 이러한 정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사드 배치를 서두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드를 비롯한 MD 능력의 강화야말로 공화당의 안보 공세를 방어하는 유력한 수단으로 간주될 것이기 때문이다.

외교 일정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케리 장관이 서울에서 사드를 언급한 만큼, 다음 달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정상회담에서 사드가 논의될 공산이 크다. 케리의 방한은 한미정상회담 사전 준비의 성격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정상회담을 거쳐 올해 10월에 서울에서 열릴 한미연례안보회의(SCM) 때 사드 배치를 본격 협의하거나 최종 결정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트로이의 목마가 들어오기 전에

설상가상으로 한국 내에서도 사드의 정치적 필요가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이 사드로 ‘안보 프레임’을 짜려고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올해 3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게 사드 배치에 대한 찬반을 집요하게 물었던 것은 예고편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실 이제까지 사드 문제는 '유령의 논쟁'에 가까웠다. 미국이 배치하고 싶어도 배치할 여력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사드는 생산 중"이라는 애슈턴 카터의 발언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런데 사드 포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사드를 선거용으로 이용하려는 유혹도 한미 양국 내에 도사리고 있다. 자칫 '사드 대란'이 일어날 수 있음을 경고해주는 대목들이다. 더구나 사드 배치를 미국의 핵전쟁 준비라고 강변하는 북한도 큰 변수이다.

미국이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는 한국 정부가 '사드가 필요해'라고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사드는 한국의 안보와 국익을 총체적으로 위협하는 ‘트로이의 목마’가 되고 만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는 하루빨리 사드에 대해 확실히 'No'라고 말해야 한다. 이른바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다'는 '3No'로는 더 이상 피해가기 힘든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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