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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만 '훈시' 하나? 정의화도 한다

[시사통] 12월 17일 이슈독털

박근혜 대통령이 잇따라 국회를 질타하고 있습니다. 어제(16일)도 그랬죠? "국민이 간절히 바라는 일을 제쳐 두고 무슨 정치개혁이냐"고요. 거의 '훈시'급입니다. 교장 선생님이 학생들 모아놓고 하는 일장훈시 같은 거요.

세상에 일방적인 건 없습니다. 누른 만큼 부풀어 오르는 법이고, 주는 만큼 받는 법이죠. 박 대통령도 '훈시'받았습니다. 그것도 연타로 받았습니다. 정의화 국회의장으로부터 이중 훈시를 받은 건데요.

▲ 왼쪽이 정의화 국회의장, 오른쪽이 박근혜 대통령. ⓒ프레시안

정 의장의 첫 번째 훈시 내용은 '법대로'입니다.

정의화 의장은 어제 기자 간담회를 갖고 현기환 정무수석이 찾아와 경제활성화법안과 노동관련법안의 직권상정을 요구한 사실을 전하면서 청와대를 향해 "초법적 발상을 행하면 나라에 혼란을 가져온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기환 수석에게) 제가 직권상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찾아봐 달라고 했다"고 말했고, "국민 여러분께서는 제가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못하는 것이라는 점을 꼭 알아달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절차와 조치를 법이 규정한 범위 내에서 행하겠다는 정 의장의 말은 아주 당연한 것입니다. 바로 '법치주의'의 기본 원리를 강조한 것이니까요. 헌데 이 당연한 말을 거꾸로 뒤집으면 아주 날카로운 비판이 됩니다. 박 대통령이 '법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것, '법치주의'를 우습게 보고 있다는 비판이 됩니다. 그러니까 박 대통령에게 '법을 지키라'고 훈시한 셈입입니다.

정 의장의 두 번째 훈시 내용은 '꿈 깨라'입니다.

정 의장이 어제 기자 간담회에서 한마디 더 했습니다. '국회법 85조'에 의장이 직권상정할 수 있는 경우 가운데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가 있지만 자신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국가비상사태로 보는 데 동의할 수 없으며, 여러 법률 전문가 의견도 같다고 말했습니다.

정 의장의 이 말은 새누리당이 군불 지피고 있는 우회로, 즉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 여지를 없애는 것입니다.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은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가 있을 때 발동하는 것인데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인 '국가비상사태'와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 발동 요건인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는 같은 뜻의 다른 표현입니다.

이 유일한 잣대에 대해 정 의장이 '동의할 수 없다'고 못 박고, 나아가 '여러 법률 전문가들'도 같은 의견이라고 전했으니, 박 대통령이 긴급재정명령을 발동하면 어찌 되겠습니까? 입을 떼는 순간 국회의장에 의해 그 정당성이 부정당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정 의장이 박 대통령에게 '꿈 깨라'고 훈시하는 것과 진배없습니다.

참으로 궁금합니다. 훈시받은 박 대통령은 어떻게 처신할까요? 다소곳이, 고분고분 훈시를 따를 요량이었다면 상황을 이 지경까지 끌고 오지는 않았을 터, 어떻게 맞받아칠까요?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찍어낸 방법을 다시 동원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법대로'를 외치는 국회의 수장에게 '배신'을 운운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행여라도 그리 나서면 문재인 대표의 말마따나 '신독재'로 비칠 테니까요.

모처럼, 아니 처음으로 박 대통령이 체급에 맞는 상대를 만난 것 같습니다.

(이 기사는 <시사통> '이슈독털'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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