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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안철수는 '반쪽'이 됐다

[시사통] 11월 30일 이슈독털

'안철수의 생각'은 뭘까요? '문안박 연대'를 왜 거부한 걸까요? 거부한 이후의 행동계획은 뭘까요? 자신이 역제안한 '혁신 전대'를 문재인 대표가 수용할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 걸까요? 정말로?

'안철수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단서가 있습니다. 지난 11일 동안의 행적인데요. 안철수 의원은 당초 24일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 연대' 제안에 대한 답변을 이날 내놓을 예정이었죠. 하지만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바로 입장 발표를 국가장 이후로 연기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28일 문재인 대표를 단독으로 만나 자신의 입장을 전했고 이튿날인 29일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문안박 연대 제안을 거부하고 역으로 혁신 전대 개최를 제안합니다.

익히 알려진 이 행적에서 뽑아내야 하는 포인트가 두 개 있습니다. 첫째, 안철수 의원은 최소한 24일 이전에, 최대한 22일 이전에 '문안박 연대'에 대한 입장을 정해놓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랬기에 사전에 24일 입장 발표 일정을 잡았던 것 아니겠습니까? '문안박 연대' 제안을 거부하기로 일찌감치 맘을 먹었기 때문에 그 이후 조성될 대결·갈등 양상을 고려했고, 이 양상이 서거 국면에서 연출되면 득 될 게 없다고 판단해 입장 발표를 미뤘던 것 아니겠습니까?

둘째, 일찌감치 '문안박 거부-혁신 전대 관철' 입장을 세웠으면서도 문재인 대표 쪽과 사전 소통 또는 조율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정말로 당이 살 길이 혁신전대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면 모든 채널과 모든 노력을 다해 문재인 대표를 설득해도 모자랐을 텐데 안철수 의원은 공식 기자회견 하루 전에 문재인 대표를 만나 얘기하고 끝냅니다. 상의한 게 아니라 통보한 것이죠.

이 두 개의 포인트에서 다음 단계의 추론이 성립합니다. 안철수 의원은 혁신 전대를 관철시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할 생각이 애당초 없었습니다. 그에게 혁신 전대는 그냥 한번 던지는 카드일 뿐입니다.

이런 추론을 입증하는 다른 근거도 있습니다. 안철수 의원의 혁신 전대는 박영선 의원이 제안했던 통합 전대와 다를 바가 거의 없는, 이름만 바꾼 방안입니다. 무늬만 다르고 실체는 같은 이 방안에 대해 안철수 의원은 일찍이 부정적 입장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통합' 글자 대신 '봉합'이란 글자를 삽입하면서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랬던 안철수 의원이 이제 와서 전대 카드를 내미는 게 뭘 뜻하는 것이겠습니까? 진정성이 없다는 뜻입니다.

안철수 의원은 문재인 대표가 혁신 전대를 받지 않는 상황을 설정하고 2단계 플랜을 짜놓고 있을 것입니다. 사태의 책임을 문재인 대표에게 몰면서 자신의 2단계 행동을 어쩔 수 없는 선택, 고뇌에 찬 결단으로 포장하려 할 것입니다.

그게 뭘까요? 여의도 정가와 언론은 벌써부터 탈당 가능성을 점치고 있습니다만, 이런 전망은 자제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표가 어떻게 '리시브(receive)'를 하느냐에 따라 국면은 또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요.

이 자리에선 한 가지 점만 확인하겠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어제부로 공식적으로 '반문(反文)'의 깃발을 든 셈인데, 이 노선이 자신의 정치 입지를 제한할 것입니다. 모순관계의 다른 표현은 '상호의존 상태에서의 상호부정'입니다. 달리 표현하면 적대적 공생관계죠. 안철수 의원은 이 길로 접어든 것입니다. 자신의 위치를 문재인 '너머'가 아니라 문재인 '옆', 더 정확히 말하면 '안티'를 정체성으로 삼음으로써 최대치로 잡아도 반쪽짜리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문재인이 존재해야만 자신도 존재하고, 문재인이 죽으면 자신도 함께 죽는 적대적 공생관계가 돼 버린 것입니다.

(이 기사는 <시사통> '이슈독털'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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