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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관념 좌파'가 몰락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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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의 '관념 좌파'가 몰락하는 이유

[민교협의 정치시평] 한국 좌파 정치의 비극

그리스에서의 시리자 집권, 스페인 지방 선거에서의 포데모스의 약진에 이어 최근 미국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의 버니 샌더스 돌풍, 그리고 제러미 코빈의 영국 노동당 대표 당선 등에서 보듯, 자본주의 체제의 중심부 내에서도 신자유주의로 상징되는 지배 집단의 오랜 공격에 대한 반격이 가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중요한 상황에 대해 왜곡과 거짓 선동을 일삼는 소위 보수 언론들의 공격 혹은 대중의 무관심 조장 등에 맞서 진보적인 언론들, 기자들이 이에 대해 열의를 갖고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해설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지난 번 그리스 사태에서도 강조했듯이, 최소한 자칭 진보 좌파 지식인들 혹은 이러저러한 진보 좌파 세력의 대표적 이데올로그들이라면, 선거 결과에 따라 과도하게 흥분하여 과잉 찬사 혹은 과잉 비판을 자제하고, 이렇게 주어진 정치적 기회가 정당 정치의 뒤에 숨어 집요한 공격을 하고 있는 지배 엘리트, 사회 기득권 세력들의 지배를 끊고, 지속 가능한 사회 경제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 임무이다. 소련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 과정이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민중의 운명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도 이러한 이들의 차분한 분석은 절대적으로 필요했듯이 그러한 냉정한 평가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특히 지난 그리스 사태에 대해 논하던 일부 지식인들은 예외 없이 각자의 교조주의적 원리와 관념적 해석에 따라 현실을 멋대로 해석한 뒤, 흥분한 채 과도하게 지지하거나 정반대로 비판하기에 급급했다. 가장 가까운 과거만 하더라도 프랑스의 반자본주의 신당이나 독일의 좌파당 등의 선전에 많은 이들이 흥분하곤 했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선거 사이클에 따라 유사한 일들은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그러나 일당 국가를 지향하지 않는 이상 그 어느 정당이든 선거에 따른 부침은 자연스러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네 관념 좌파들은 선거 결과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며 신자유주의 시대는 종언을 고했네 하는 과도한 흥분, 집권 후 정책에 대한 실망, 그에 따라 심지어 저주를 남발하는 사이클을 지겹도록 반복해 왔다. 그리고 이 사이클은 철저하게 정당 정치 중심의 사고에 따라 반복되었다. 정당 정치 이면에서 작동하는 기득권 지배 집단에 대해서는 무지한 채, 오직 정당의 실패는 급진적 전망의 부재나 사회운동과의 결합을 거부한 데에 있는 것으로만 처방을 내리고 있었다.

지난 그리스 관련 글에서 나는 시리자에 대해 지지하는 측면은 다른 지지자들과 유사하기 때문에 시리자에 대한 지지 부분을 생략한 채, 시리자를 둘러싸고 고민할 만한 지점이나 비판적으로 보아야 할 부분에 대해서만 지적한 바 있었다. 게다가 그 글은 사실 그리스 자체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그리스 사태에서 한국 진보 진영이 교훈으로 삼아야 할 점에 대해 강조하고자 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진행형이었던 그리스 사태 자체에 대해서도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무엇보다도 유명한 한국의 관념 좌파 집단들의 평가가 양극단으로 나뉘다 보니 논점을 정확하게 잡아 비판하는 것이 어려웠다. 따라서 본의 아니게 그리스 자체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한국의 관념 좌파들의 해외와 국내 정치에 있어서의 이중적 잣대와 해외에서의 정치, 사회적 변화에 대한 사변적 해석과 무지에 대한 비판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의 진보 좌파들은 해외에서의 진보적 변화에 대해 전반적으로 무관심하거나 무지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끔찍한 것은 그러한 변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대중에게 소개를 하거나 논평을 하는 자들이나 세력이 극도로 사변적이고, 교조주의적이거나 관념으로만 급진적인 잣대로 함부로 평가한다는 데에 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그 실체에 비해 한국 진보 좌파 진영 내에서 과도하게 목소리가 크다. 이들의 그럴싸한 논리는 변혁에 목말라하는 많은 이들로 하여금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사변적이고 교조적인 원칙을 강조하는 것이 더 올바른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고 있다.

나는 지난 번 그리스 관련 글에서 몇 가지를 지적하고 비판한 바 있었다. 시리자 정부의 전혀 다른 목적에 입각한 갑작스러운 2차 대전 배상금 요구로 인해 그리스 민중이 정정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2차 대전 배상에 대한 정당한 권리가 국제적으로 우스꽝스럽고 억지스러운 요구로 느껴지게 만들어 버렸다.

또 러시아로의 접근을 위해 자주 러시아와 회합을 가지며 러시아의 타 주권 국가 영토 일부의 불법적인 병합까지도 지지함으로써 좌파 정당이 해서는 안 되는 행보를 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트로이카의 잔혹한 마수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 혹은 일종의 작전이었다고 옹호하기에는 기본적 원칙마저 져버린 행보였음은 두 말 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과도하게 날카로운 날을 세우는 우리네 진보 좌파 논객들은 이러한 중요한 원칙에는 매우 둔감하거나 엉뚱한 논리로 이를 옹호하는 황당한 모습을 보였다.

더 놀라운 것은 이들은 시리자의 민족주의 우파 정치 세력과의 연정과 극우 정당의 약진이라는 사회적 현상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침묵하거나 옹호하거나 아예 회피하기에 바빴다. 만일 한국에서 자칭 급진 좌파 정치 세력이라는 집단이 집권 후 민족주의 우파와 연정을 같이 했다면 아마도 가장 크게 원칙을 내세우며 핏대를 올릴 자들은 바로 이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침묵하거나 회피하면서 시리자와 시리자 집권의 토대를 자기 멋대로 해석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들은 국내 정치에 있어서는 이토록 관대한 자들이 아니라 정반대로 매우 교조적인 자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서는 바로 이러한 연대가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유럽 주변부 좌파의 한계이면서도 특징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바 있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에만 극우 정당인 황금새벽당이 3위로 급부상한 것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시리자의 집권은 당연히 시리자의 반긴축, 좌파적 정책에 대한 지지가 있어서 가능한 것이었지만, 근본적으로는 그리스 대중의 민족주의적 감정이 바탕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은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바로 이러한 국민적 감정이 극우파들을 3위로 급부상하게 만든 토대이며 좌파 지지의 토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데에서 보듯 소수의 중심부 자본주의 국가 외 지구상 대부분의 비중심부 국가들에서 좌파들은 '국가'와 '민족', 족주의'와 '자유주의', '유럽화 문제' 등에 있어서 우리의 교조적인 관념과는 다른 해석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했던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국제적인 사안에 적극적이며, 따라서 시리자와 관련한 가장 많은 정보를 제공해 온 한 유명한 관념 좌파 조직은 특유의 관념론에 입각해 자본주의 체제를 근본적으로 거부하거나 사회주의 체제를 지향한다고 하지도 않은 시리자에 대해 뻔한 비판으로 일관했다. 언제 어디에서의 변화라 할지라도 언제나 똑같은 잣대에 의거해서 이루어지는 이들의 비판은 일고의 가치도 없기에 언급하지 않겠다.

그러나 이들과 대척점에서 시리자의 집권에 열광했던 이들은 시리자의 트로이카의 요구 수용과 선거 승리 이후 대부분 열정이 식었는지 글의 수도 줄었을 뿐 아니라, 명확한 입장에서의 일관된 주장을 펼치지 못 하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이러한 신중한 입장이 오히려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물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단지 과도하게 흥분해서 그 어떤 비판에도 귀를 닫고 열광적으로 지지하던 모습과 정반대로 시리자에 대한 반대 주장을 들고 말이다. 지난 번 나의 글이 마치 시리자에 반대하는 것인 양 왜곡하더니 이번에는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유로존 탈퇴에 대해 '시리자 내에서 심층적으로 토론된 적이 없었다'는 등 다시 한 번 그 특유의 관념론에 덧붙여 매우 편파적안 사고를 보여 주었다. 기존에 보도되거나 논의되어 왔던 내용에 대한 정리에 불과한 장황한 글 뒤에 유로존 탈퇴를 거부한 시리자에 대해 비판하고 유로존 탈퇴를 주장한다.

그런데 주변의 모든 전문가들을 다 욕할 정도의 자신감을 보이는 자칭 정통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라면, 최소한 유로 존 탈퇴로 인한 경제적 손실에 대해 별 일 없을 것이라는 식의 근거 없는 자기만족적인 주장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매우 풍부하고도 합당한 근거에 의거해서만이 시리자가 배신을 했는지 어쨌는지에 대한 비난을 할 수 있는 것이고, 유로존 탈퇴를 주장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일 것이다. 자신의 입장에 맞지 않는다고 비난만 해 댈 것이 아니라, 왜 시리자가 트로이카의 긴축 정책을 받아들이면서까지 유로존 탈퇴와 자국 통화로의 복귀를 하지 못 하는 상황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를 하는 것이 수순일 것이다.

유로 존으로의 가입의 득과 실은 이미 자명한 것이었다. 우리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낳은 끔찍한 재앙들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유럽 통합이 세계화의 산물인 동시에 신자유주의 프로젝트의 결과라는 것은 그들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유럽 통합은 그 자체로 모순적인 과정이었으며, 유로 존 위기와 독일과 같은 유럽 내 중심부와 그리스와 같은 주변부 간의 불평등의 심화도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유럽 국가들은 물론, 동유럽 국가들은 앞 다투어 기꺼이 유럽의 주변부가 되려고 유로 존에 들어가거나 혹은 유럽연합에 가입했다. 그것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유럽연합과 유로존의 확대 혹은 회원국들의 탈퇴 거부와 같은 현상에 대해 단선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수많은 원인들에 대한 공부 없이 강조되는 선명성 경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과 같다.

그런데 그리스 사태에서 지금까지 나열했던 문제들보다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 우리가 배워야 할 것, 그리고 관념 좌파들이 반성하고 직시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실로 다양한 좌파 정치 세력들의 시리자라는 연대체 구성의 과정, 그리고 더 다양한 사회운동 세력들과의 풀뿌리 단위에서부터의 연대의 과정이다.

물론 위에서 예를 든 우리네 일부 관념 좌파들은 이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도 큰 관심은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적어도 인지하고는 있으며, 형식적으로는 이를 높이 평가하곤 한다. 그러나 막상 자신들의 논리를 국내 정치에는 적용하지 못 하고, 자신만이 정통이라고 우겨대며 실은 누구는 무슨 주의자고, 누구는 개량이며, 누구는 체제 유지를 도와주네 뭐네 하면서 갈라 치고 적대시하기 바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위에서 언급한 해외의 주목 받고 있는 좌파 정치 세력들의 부활은 엄청나게 다양한 정치 세력들과 사회운동 세력들의 풀뿌리 단위에서의 연대를 바탕으로 이루어낸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유사한 상황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중남미에서도 있었다. 그런데 이들 나라라고 어찌 차이와 분열이 없으며, 분란과 갈등이 없겠는가? 그러나 우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중요한 시기에는 그러한 갈등을 최소화하고 합당이 안 되면 느슨한 형태로라도 기꺼이 연대하면서 차이를 부각시키지 않는 전통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해외에서의 놀랍고 고무적인 이러한 소식들에 흥분하면서도 그로부터 배우자는 주요 논객들과 각 집단의 이데올로그들이 오히려 국내 정치에서는 같은 논리를 적용시키지 못 하고, 과도한 분열을 조장함으로써 스스로 지겹도록 민중들로부터 외면 받게 만드는 현실은 지겹도록 반복해 오고 있다.

사실상 이러한 이들은 극소수이지만, 과도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대부분의 평범한 진보 좌파 정치 세력 참가자들과 지지자들은 해외에서의 교훈을 외치는 자들이 국내 정치에서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것에 지쳐있다. 민주주의와 인권, 민중의 생존권 등이 근본적으로 후퇴되고 파괴되고 있는 현재 이러한 모순적인 상황은 하루라도 빨리 타파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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