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매체 <신화통신>은 10일 중국 공산당 권력 서열 5위인 류 위원이 지난 9일 밤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 제1위원장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류 상무위원은 이날 회동에서 "중국은 북한과 함께 노력해 6자 회담이 이른 시일 안에 재개될 수 있기를 바라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관련 당사국들의 이익과 지역 안정, 세계 평화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통신은 류 상무위원이 "중국이 한반도의 평화·안정 실현,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등 한반도 정책의 3원칙을 견지하겠다"고 밝혔다면서 "전통 계승·미래 지향·선린 우호·협조 강화 등 북-중 관계의 기본 16자 방침을 언급하며 양국 간에 고위급 대화를 확대하고 모든 수준에서 교류를 증진, 양국 관계에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자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류 위원은 이날 만남에서 '6자 회담'과 '한반도 비핵화' 등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에 의지를 보였지만, 김 제1위원장은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통신은 김 제1위원장이 "북한이 경제를 발전시키고 인민의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평화롭고 안정적인 외부 환경이 필요하다고 공감을 표했다"고 전했다. 이는 북한이 '평화롭고 안정적인 외부 환경'의 조성을 위해서는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완화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만남에서 김 제1위원장은 남북 관계 개선의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통신은 "김 제1위원장은 남북 관계 개선을 원한다고 답했다. 또 북한이 한반도의 안정을 지키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관련국들이 이러한 노력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고 보도했다.
북한 관영 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 제1위원장과 류 위원의 면담 소식을 전하며 6자 회담 관련 문제는 보도하지 않았다. 대신 양국이 친선 관계를 재확인했다는 데 무게를 뒀다.
<조선중앙통신>은 "중국 공산당 대표단은 피로써 맺어진 중-조 두 나라 당과 정부, 인민들 사이의 전투적 친선을 대를 이어 고수하고 빛내이며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모든 분야의 친선 협조 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로 발전시킬 사명을 안고 조선을 방문했다"면서 "영광스러운 전통을 가지고 있는 전략적인 중-조 친선을 변함없이 공고·발전시키는 것은 중국 당과 정부의 확고부동하고 드팀없는 방침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제1위원장이 "조-중 관계는 단순한 이웃과의 관계가 아니라 피로써 맺어진 친선의 전통에 뿌리를 둔 전략적 관계가 돼왔다"고 밝혔다면서 "김일성 주석 동지와 김정일 총비서 동지께서 우리에게 남기신 가장 큰 대외 사업 업적과 유산도 조-중 친선"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번 만남이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다소 소원했던 양국 관계를 벗어나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제1위원장이 "전통은 역사책이나 교과서에 기록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계승하고 빛내가야 한다고 하셨다"면서 북한이 양국 간 협력 사업을 실행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류 위원 역시 여러 방면에서 경제 협력을 촉진하고 양국의 고위층 왕래를 강화하자고 제안한 만큼, 실질적인 후속 조치가 이어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김근식 경남대학교 교수는 "이번 만남이 북-중 관계의 정상화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느냐가 향후 관전 포인트"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류 위원이 북한을 방문했고, 북한은 여기에 장거리 로켓을 쏘지 않는 것으로 화답했다. 북한과 중국 양측이 이번 만남을 통해 어느 정도 서로에게 체면치레를 한 셈"이라면서 향후 양국 간 실질적 협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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