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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광고로 장난친 대기업은 어디?

[주간 프레시안 뷰] '방사유정란'? 실제론 '평사 사육'!…"허위·과장 광고"

참 알아야 할 것이 많습니다. 자본의 탐욕을 정부가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세상이 되다보니, 세상에는 온갖 허위와 과장이 넘쳐납니다. 그래서 내가 먹는 것, 내가 쓰는 전기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이 늘어납니다.


개인적으로 달걀을 무척 좋아합니다. 어릴 때에는 인기 도시락 반찬이었고, 나이가 들어서도 선호하는 술안주였습니다. 그런데 달걀의 진실을 알고 나면서부터, 여러 가지 고민이 많아집니다.

사육을 하는 닭에는 달걀을 얻을 목적으로 사육하는 산란계가 있고, 닭고기를 얻을 목적으로 사육하는 육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산란계의 사육 환경에는 케이지 사육, 평사 사육, 방목이 있습니다. 케이지 사육은 1마리당 A4용지 3분의2도 안 되는 밀도로 가둬 키우는 것입니다. 층층이 쌓인 케이지 안에 갇힌 닭은 오로지 달걀을 뽑아내기 위한 존재일 뿐입니다.

케이지 사육보다는 좀 나은 방법으로 '평사'라는 것이 있습니다. 평사는 바닥에 발을 딛을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사육하는 것입니다. 케이지는 감금틀을 여러 층으로 쌓아서 사육하는 것이기 때문에 닭들이 땅바닥을 밟을 수 없는데, 평사는 바닥에 발은 딛을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평사도 건물 내에서 키우는 것이 주이므로, 자연속에 방목하는 것과는 개념이 다릅니다. 평사라고 하더라도 상당히 높은 밀도로 사육하는 경우들이 문제가 됩니다.

이런 사육 환경을 알게 되면, 달걀을 먹을 때 고민에 빠집니다. 나름대로 지금까지는 동물에게도 낫고, 사람의 건강에도 나은 달걀을 찾아서 구입해 왔습니다. 포장지에서 닭들이 초원에서 뛰어노는 그림을 보면, 비싸지만 좀 덜 먹더라도 이런 달걀을 선택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진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연방목이 아니라 평사 또는 케이지 사육을 하는데도 포장지에는 '초원에서 뛰어노는 닭'이 그려진 달걀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포장지에 '방사', '자연환경 속에서' 등등의 표현이 사용되었는데도, 실제로는 평사나 케이지 사육이라는 것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10월 1일 녹색당과 동물보호시민단체 '키라', 그리고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이 실태를 조사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허위·과장 광고'로 신고를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사실관계가 확인된 것은 씨제이 제일제당의 '더 안심 건강란'이라는 달걀과 홈플러스의 '방사유정란'이라는 달걀입니다. 씨제이 제일제당의 '더 안심 건강란'은 케이지 사육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방목으로 오인할 수 있는 표시를 포장지에 해서 문제가 되었습니다. 홈플러스의 '방사유정란'은 평사 사육임에도 불구하고 '초원에서 뛰어노는 닭' 그림이 포장지에 그려져 있습니다. 명백한 허위·과장 광고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기자회견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자 씨제이 제일제당은 특별한 반응이 없습니다. 좀더 지켜봐야 하지만, 아마도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듯합니다. 그런데 홈플러스 측은 '법적 대응' 운운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평사 사육을 '방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방사는 '가축을 놓아서 기른다'는 뜻입니다. 주로 건물 내에서 키우는 닭을 '방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초원에서 뛰어노는 닭' 그림을 포장지에 사용하고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암탉과 수탉이 어울려 낳은'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까요?



기업들도 실수를 할 수는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것이 실수이려면 잘못을 지적받았을 때에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동안 '초원에서 뛰어노는 닭' 그림을 신뢰하고 달걀을 샀을 소비자들에게 사과부터 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일 것입니다.

제도적으로는 사육환경 표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럽의 경우에는 달걀 포장지나 껍질에 케이지 사육인지, 평사 사육인지, 방목 사육인지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제도를 우리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소비자들이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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