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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 딱 걸린 핵마피아들의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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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 딱 걸린 핵마피아들의 꼼수

[주간 프레시안 뷰] '설비예비율' 뻥튀기

지난주 '프레시안 뷰'를 통해서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대한민국은 지금 발전소가 남아도는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북 영덕에 신규원전 2개를 밀어붙이려 합니다. 지금은 이 문제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 주에도 좀더 상세하게 이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본래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국가의 전력정책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기 위해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추진 중인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오로지 신규원전 2개를 집어넣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렇게 신규원전에 목을 매는 것은 원전산업계의 이권이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하는 것같습니다. 원전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점점 강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련 기사: "발전소가 남아도는데 왜 신규원전을 추진할까?")

그러다보니 신규원전을 집어넣기 위해 굉장한 무리수를 두고 있습니다. 발전소가 남아도는 상황에서 신규원전 2개를 짓는다는 결론을 이끌어내야 하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결론을 정해놓고 숫자를 짜맞추고 있습니다.

숫자를 짜맞추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첫째는 수요를 부풀리는 것입니다. 2013년 2월에 발표되었던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경제성장률을 과다하게 잡았습니다. 그래야 전력수요를 뻥튀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전기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앞으로도 계속 싸게 공급하겠다고 전제합니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율을 소비자물가상승률의 3분의 1 수준으로 잡았습니다. 이렇게 가정하면, 기업들은 싼 전기를 지금보다 더 많이 쓸 것이라는 예측이 성립하게 됩니다.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사용되었던 이런 방법들은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사용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둘째는 설비예비율이라는 수치를 과다하게 잡는 것입니다. 수요를 뻥튀기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원전을 늘리기에는 명분이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지난 번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지금은 발전소가 남아돌아서 심각하게 문제가 되는 상황입니다. 발전소 가동순위에서 후순위인 천연가스 발전소는 가동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발전소가 남아도는 상황이니, 수요를 뻥튀기하는 것만으로는 신규원전을 지을 명분을 만들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설비예비율을 뻥튀기하고 있습니다. 설비예비율이란 전기를 제일 많이 쓰는 시점(피크타임)에 어느 정도 예비발전소가 있는 지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발전소는 기계이기 때문에 갑자기 고장이 나거나 정비를 해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 대비해서 어느 정도의 예비발전소는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설비예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지금처럼 멀쩡한 발전소들을 가동하지 못하게 됩니다. 전기는 대규모 저장이 안 되기 때문에, 수요에 맞춰서 발전소를 가동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가 적정한 설비예비율인지가 문제입니다. 정부는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적정 설비예비율을 22%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적정 설비예비율을 22%로 잡으려 합니다.

▲ ⓒ한국전력
그렇다면 적정한 설비예비율은 어느 정도일까요? 이 문제에 관해서 작년 연말에 자료를 찾다가 재미있는 자료를 발견했습니다. 구글에서 '적정 설비예비율'이라고 쳐서 검색을 해 보았는데, 한국전력 경제경영연구원에서 만든 자료가 우연히 검색된 것입니다. 이 보고서의 제목은 "적정 설비예비율과 운영예비력"이라고 되어 있고, 'CEO리포트 12-9호'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한전 사장에게 보고하기 위해 만든 자료인 것입니다.

보고서 첫 머리에 있는, '검토배경'도 CEO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보고서의 결론에서 적정한 설비예비율이 12%라고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할 때에 사용하는 설비예비율 22%는 과다한 것입니다. 이렇게 과다한 설비예비율을 전제하는 이유는 발전소를 더 지을 명분을 찾으려는 것일 뿐입니다.

설비예비율 22%와 12%의 차이는 매우 큽니다. 발전용량으로 따지면, 8267MW(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2015년 수요예측치 기준)에 달합니다. 지금 정부가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했다는 신형 원전(1400MW) 5.9개 분량에 해당합니다. 설비예비율을 적정수준으로 낮춰 계산하는 것만으로도 그 만큼의 발전소는 필요없게 되는 것입니다.

▲ ⓒ한국전력
따라서 이 보고서의 중요성은 매우 컸습니다. 저는 여러 수단을 통해 보고서의 내용을 알렸습니다. 지금은 많은 곳에서 이 보고서의 내용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가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경북 영덕에 집어넣으려 하는 신형원전 2개의 발전용량은 3000MW입니다. 만약 설비예비율을 적정수준인 12%로 잡으면, 경북 영덕에 신규원전을 지을 아무런 이유가 없게 됩니다. 발전소가 남아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한전의 자체보고서 내용과도 다르게 설비예비율을 과다책정하려 합니다.

참으로 한심한 일입니다. 이런 사실을 강연같은 기회를 통해 시민들에게 얘기하면 분통을 터뜨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정부가 숫자조작을 통해 국민들을 우롱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런 엉터리같은 일이 가능한 것은 정부가 철저하게 밀실에서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이런 일을 못하게 해야 합니다. 민주주의가 전력정책에서도 작동하게 해야 합니다. 발전소가 남아도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원전을 짓는 일을 그냥 놔둬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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