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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에 막히니 '청부입법', 누가 제주도 망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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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에 막히니 '청부입법', 누가 제주도 망치나

[주간 프레시안 뷰] "외지자본 중심 막개발, 공유재 사라진다"

7월 27일자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자치도법"이라 합니다)' 개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제주에 관한 법률인데, 제주 출신 국회의원 3명은 아무도 발의자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발의자에 이름을 올린 21명의 국회의원 중에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섞여 있습니다. 대표발의자는 새누리당 함진규 의원(시흥갑)이고, 이재오, 정두언같은 새누리당 인사들뿐만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이름도 보입니다.

법률안의 내용을 보면, 유원지 시설의 범위에 관광시설을 포함시키는 것이 핵심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유원지 시설'과 관광 시설의 차이가 뭔지 갸우뚱하실 겁니다. 그리고 무엇 때문에 타 지역 국회의원들이 제주 지역의 유원지 시설에 관광 시설을 포함시키려고 법률까지 발의했는지 의아해하실 겁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말이 있지만, 법률 조문 하나를 어떻게 뜯어고치느냐에 따라 몇 천억 원의 이권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게 개발 관련 법률입니다. 그리고 지금 국회에 올라온 제주특별자치도법 개정안도 그런 종류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이라는 게 걸려 있습니다. 이 사업은 제주도 남쪽의 예래동 지역 74만1000㎡의 땅에 콘도, 호텔, 의료 시설, 상가 시설을 짓겠다는 사업입니다. 이 사업은 말레이시아 자본인 '버자야 그룹'과 제주도 개발을 위해 만들어진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합작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버자야제주리조트'라는 합작법인을 2008년 설립하여 사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쪽에서는 총 사업규모가 2조5000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이 사업에 대해 대법원이 위법이므로 무효라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제주도가 법률을 개정해서 '위법'을 '합법'으로 만들겠다고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은 부탁을 받고 법안을 발의해주는, 소위 '청부입법'을 한 것입니다.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이 제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이 법률을 발의한 것인지 의심스럽습니다.

도대체 어떤 사업이기에, 웬만해서는 주민들 쪽 손을 안 들어주는 대법원이 '무효'라고 판결을 내렸을까요? 법적으로 '유원지'는 공공성이 요구되는 곳입니다. '주민복지 향상에 기여하기 위한 오락·휴양시설'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주민들의 복지'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도시계획상 유원지로 되어 있는 땅에 들어서려고 하는 '예래휴양형주거단지'는 영리 추구가 목적인 사업입니다. 그리고 주민들은 자유롭게 이용할 수도 없는 관광시설입니다. '휴양형 주거단지'라는 말이 멋있게 들릴지 모르지만, 결국 '땅을 개발해서 돈 버는 시설을 지어서 돈을 벌겠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래서 대법원에서는 이 사업을 인가한 행정 처분 자체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유원지에 이런 시설을 설치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공사가 70%정도 진행된 상황인데도 대법원이 이런 판결을 내렸을 때는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고 봐야 합니다.

(☞관련 기사 : 잘못된 인가, 제주 예래 주거형 휴양단지 70%나 짓다 표류)


그런데 여기에 대한 제주도의 반응은, '법을 고쳐서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을 통해 청부입법을 시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새누리당 제주도당은 9월 17일 성명서를 내고 "이 사업이 좌초될 경우, 사업을 추진했던 말레이시아 버자야 그룹을 포함한 해외자본이 제주도 등을 상대로 가히 천문학적인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특별자치도법 개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 문제의 근본에는 제주 지역의 고질적인 병폐가 깔려 있습니다. 제주는 공유재가 많은 섬입니다. 토지, 아름다운 경관, 지하수, 바람 등. 그런데 이런 공유재를 외지 자본에게 넘기는 것이 제주도의 개발방식이 되어 왔습니다. 도민들의 이익이나 제주도의 지속가능성보다는 외지 자본들의 이익이 우선시되어 왔습니다. 중앙정부는 자본자유화, 영리병원, 영리학교와 같은 것들을 실험적으로 도입하는 장소로 제주도를 활용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주 지역의 정치와 행정이 외지 자본과 결탁을 해 왔습니다. 그래서 법을 위반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그런데 법을 위반해서 무효 판결이 난 것에 대한 대책이 법률을 개정해서 '위법을 합법으로 만드는 것'이라니 어이가 없습니다.

제주도나 새누리당에서는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도 반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합작의 양 주체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공사와 버자야 그룹 간에 체결된 협약에 따르면, 사업 중단 시에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공사가 사업을 인수하게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관련 기사 : "JDC-버자야 협약, 예래단지 중단시 JDC가 인수")

즉, 버자야 그룹 입장에서는 사업이 중단되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공사에 사업권을 넘기고 손을 떼면 그만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버자야 그룹에 유리하게 협약체결이 되어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런 조항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버자야 그룹이 굳이 제주도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없어 보입니다. 자기들은 투자액을 회수하고 손을 떼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요지경입니다.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은 제주도 개발의 문제점을 드러낸 사업입니다. 제주도의 정치·행정과 결탁된 외지자본 중심 막개발 정책의 난맥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입니다.

단지 이 사업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그동안 제주도에서는 숱한 개발 사업들이 논란이 되어 왔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자본이 대거 진출하면서, 제주도의 공유재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 제주 섭지코지 해변. ⓒ제주특별자치도청 홈페이지


따라서 지금이라도 제주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제주도의 제1과제는 공유재를 잘 관리하는 것입니다. 공유재를 외지 자본에게 팔아넘기는 것이 지방정부의 역할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제주는 공유재만 잘 관리해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지역입니다.

그리고 이미 문제가 불거진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에 대해서는 철저한 진상 조사가 필요합니다. 감사원 감사나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가려내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위 개발사업 추진과정에서의 연구·검토 자료에서도 이미 문제점이 지적되었던 바, 인가권자인 서귀포시장으로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거나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문제점을 알고도 인가를 해 줬다는 것입니다.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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