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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왜 해군 출신 안전처 장관을 임명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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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왜 해군 출신 안전처 장관을 임명했나?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세월호와 돌고래호

닮아도 이렇게 닮을 수는 없다. 아무리 닮고 싶어도 이렇게 닮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돌고래호 참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독립 기관이었던 해양경찰청을 해체했다. 그리고 국민안전처를 새로 만들어 그 밑에 해양경비안전본부를 두었지만 달라진 것은 하나 없었다.

무능한 정부에서 애꿎은 사람만 희생되고 있다. 정부의 일방적인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제정 논란 등 세월호 참사 규명 등을 어떻게 해서라도 깔아뭉개려는 듯한 인상을 짙게 풍긴 일련의 일들이 1년 넘게 우리 사회를 혼란과 갈등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을 때 또 한 번 사달이 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우려하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세월호 참사와 그 피해 규모와 선박 종류, 희생자의 구성만 다를 뿐 나머지는 거의 판박이 수준이다. 정확한 탑승객 숫자도 아직까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21명으로 추정). 신고 뒤 늑장 대응으로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쳐 정부가 구한 승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10시간 넘게 수색을 했지만 허탕이었다.

사고가 난 뒤 국민안전처는 사고 현장 브리핑을 애타게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약속한 시각보다 1시간 뒤늦게 나타났다. 무엇을 어떻게 브리핑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는 국민안전처 간부의 모습을 보며 가족들은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에서 전혀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이뿐 아니라 실종자 주검 찾기도 현재로선 쉽지 않을 것 같다. 세월호 참사처럼 끝내 찾지 못할 가능성도 판박이다. 사고 직후 생존자 수색을 하면서 태평양 망망대해를 뒤지는 것도 아닌데 구조선과 헬기는 엉뚱한 곳에서 계속 맴돌기만 했다. 비록 야간이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하기도 쉽지는 않을 터인데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 일은?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 때의 '대통령 실종 7시간 논란'을 의식한 듯 사고 발생 당일 2시간가량 지난 뒤인 지난 5일 밤 10시 50분 전복 선박의 조난(통신 두절 상태)에 대해 첫 번째 보고를 받았다. 또 지난 6일 오전 8시 40분에는 전복 선박 발견과 생존자 구조에 대한 상황을 전화로 보고받고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에게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사고 당일에는 대통령이 어떤 지시를 내렸다는 설명이 없는 것으로 보아서 사고 보고를 받고 "모든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구조를 하라"와 같은 추상같은 지시는 없었던 것 같다. 6일 뒤집힌 배를 발견한 것과 3명의 생존자를 지나가던 어선이 구조한 것을 보고 받은 대통령이 "실종자들의 수색과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으나 그 시각에는 실종자 주검만 운 좋게 찾는 일만 남았을 뿐 이미 모든 것이 끝난 뒤였다.

불안한 나라에서 사는 국민은 불행하다. 언제 어디서 어떤 위험을 맞닥뜨릴지 모른다. 국민안전처는 지금 이 시각에도 홈페이지 초기 화면을 통해 "행복한 내일을 만듭니다. 안전한 나라, 행복한 국민"을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 그 화면 배경에는 구조선이 바다 위에 떠있고 하늘에는 헬기가 인명을 구조하는 모습이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이를 보는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국민안전처가 과연 행복한 내일을 만들고 안전한 나라, 행복한 국민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불안한 나라, 불행한 국민이라고 생각할까. 적어도 돌고래호 사망자와 실종자 가족들은 국민안전처의 구호에 분노할 것이다.

무능하면 염치와 솔직함이라도 있어야

무능하면 염치라도 있어야 한다. 솔직함이라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사건 대처를 보면 전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때도 그러하더니 돌고래호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다.

"행복한 내일을 만든다"는 홍보 슬로건은 이럴 때는 잠시나마 접어두는 것이 어떨까. 숨진 희생자들 그 유가족, 실종자 가족들에게 약간의 미안함이라도 진정 마음속으로 느낀다면 그들에게 사죄하고 위로하는 모습을 홈페이지에서나마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진정한 소통은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그러기는커녕 해경의 무능함을 질타하는 언론과 누리꾼들을 향해 유언비어 엄단이라는 엄포를 놓았다.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격이다. 유언비어가 마구 유포돼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상황이 전혀 아닌데도 장관이 그런 소리를 뜬금없이 하는 것은 자신들의 무능을 덮겠다는 의도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국민안전처는 지난 메르스 사태 때도 사태가 확산될 대로 확산된 뒤 국민들에게 별 도움이 안 되는 내용을 가지고 뒤늦게 요란스레 전 국민에게 주의안내를 알렸다가 호된 질책을 받았다. 국민안전처가 아니라 '국민뒷북처'로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구조라도 제대로 하라고 임명한 박인용 장관

박인용 장관은 해군사관학교를 나와 해군에서 잔뼈가 굵은 군인 출신으로 해군작전사령관 등을 지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안전 전문가도 아닌 그를 초대 국민안전처 장관으로 임명하자 국민들은 해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 예방은 차치하고 구조라도 잘 하겠다는 뜻으로 국민들은 읽었다.

하지만 이번에 낚싯배 돌고래호 참사가 생기고 해경이 구조에 우왕좌왕하면서 제구실을 못했음이 드러나자 그에 대한 실망감과 박 대통령의 인사에 대한 불만이 다시 터져 나오고 있다.

혹 박근혜 정부와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이번 참사에 자신들의 잘못은 전혀 없고 오롯이 낚시꾼과 선장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이는 정말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때 박근혜 대통령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메르스 사태 때에는 국민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는 줄기찬 지적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귓등으로 흘려버렸다. 박인용 장관도 그런 '주군'을 모시고 있어서 그런지 여태껏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박 장관은 사과보다는, 미안함보다는 사고 현장에서 시찰하는 자신의 동정 사진만 페이스북에 무려 8장이나 올려 누리꾼의 빈축을 사고 있다. 사진만 잔뜩 올린다고 국민들이 "아! 장관이 열심히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유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자세로 다가갈 때 국민들이 더 신뢰를 보낼 것이다. 구조는 실패했지만 사후 반성과 재발 방지 노력, 사고 수습이라도 제대로 하길 바란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은 녹색건강연대 공동대표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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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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