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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혐의' 심학봉 "강용석은 두고 왜 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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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성폭력 혐의' 심학봉 "강용석은 두고 왜 나만…"

15쪽 분량 소명서 제출…"범죄 밝혀지면 목숨 내놓을 각오"

성폭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심학봉 의원이 "언론 보도로 조성된 국민 여론을 잣대로 윤리 문제만을 심사해 징계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처사"라는 내용의 소명서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4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 의원은 해당 소명서에서 "유사 사례를 보더라도 극단적 징계 수위 결정은 신중하게 처리되어야 한다"면서 2010년 여성 아나운서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강용석 전 의원을 직접 거론했다.

심 의원은 "강 전 의원은 1심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난 후에야 윤리특위에서 징계안을 심사·결정하는 절차가 진행됐다"면서 자신에 대해서도 "사법 기관의 일차적 법적 판단이 나온 후" 징계 절차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명서는 표지를 포함해 총 15쪽으로 구성돼 있다. 윤리특위의 논의 시점이 사법부 판단이 나오기 전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은 물론, 자신에 대한 징계 근거가 될 국회 법 관련 조항과 국회의원 윤리강령, 윤리실천 규범 조항들을 일일이 열거하며 자기 변명을 펼쳤다.

"피해자라는 사람의 오도된 일방적 진술을 근거로…"

심 의원은 우선 '소명에 임하는 입장'이란 서두에서 "언론에서 피해자라는 사람의 오도된 일방적 진술 내용만을 근거로 '현역 의원, 부녀자 유인 성폭행'을 기정사실화하여 집중 보도하면서, 인터넷 신상털이는 물론이고 가족 사진까지 노출되어 제 가족과 친인척 및 지인들은 지금 공황 상태에 빠져 있어 너무도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의 집중 보도로 인한 국민 여론이나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중립적으로 객관적이며 합리적으로 형평성에 어긋나지 아니하도록 신중하게 심사를 진행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심 의원은 이어 윤리특위 절차와 관련해 '시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경찰에서도 '혐의 없음'으로 결론나고 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도 '증거 없음'으로 명확히 나왔다"면서 윤리특위가 경찰 수사 종결(8월 5일)과 국과수 감식 결과(8월 18일)를 기다리지 않고 초기 언론 보도나 국민 여론을 이유로 이례적으로 조속히 징계 절차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심사숙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는 "특히 성폭행에 대한 친고죄 규정이 폐지된 배경 및 그 파장을 감안할 때 금번 윤리심사는 사법 기관의 법적 판단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친고죄 폐지 전이고 고소인의 고소 취하로 사법 기관이 관여할 수 없었다면 국회 윤리심사 차원에서 시시비비를 가려볼 필요가 있었을 것"이나 "친고죄가 폐지된 현재는 형사 절차상 수사 기관 판단이 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절차"라는 게 그 이유다.

심 의원은 그러면서 혐의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징계 절차를 진행했다가 "사법 기관의 최종 판단이 무혐의로 나올 경우, 국회 윤리특위는 그 전문성과 권위에 손상을 입게될 우려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윤리강령 1호, 품위유지 국회법 25조 다 '선언적 규정'"

심 의원은 이 다음 쪽부터 관련 국회 법, 윤리강령 등의 조항을 하나씩 열거하며 자신이 징계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해 나갔다.

특히 심 의원은 윤리특위 징계안의 근거 규정이 된 '국회의원 윤리강령 1호(우리는 국민의 대표자로서 인격과 식견을 함양하고 예절을 지킴으로써 국회의원의 품위를 유지하며, 국민의 의사를 충실히 대변한다)'를 "선언적 규정"이라고 강조한 대목이 눈에 띈다.

심 의원은 "1991년 당시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윤리강령 1호는 포괄적 선언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마땅할 것"이라면서 "국회의원의 징계를 이와 같은 포괄적 선언 규정만을 근거로 진행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헌법(64조)에 의해 사법적 권리 구제 자체가 배제된 특별 절차로서의 국회의원의 징계를 이와 같은 포괄적 선언 규정만을 근거로 진행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면서 "국회의원 윤리실천 규범 2조와 같은 명확한 금지 규정에 의해 재단되어야 마땅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국회의원 윤리실천 규범 2조(품위유지)는 "국회의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국회의원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정하고 있다.

심 의원이 이 규범을 꺼내든 것은, 지난 7월 자신과 40대 여성 보험설계사 사이에 벌어진 일이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벌어진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심 의원은 노회찬 전 의원의 '안기부 X파일 공개' 사건과 조전혁 전 의원의 '전교조 명단 공개' 사건도 '직무 행위성이 불인정됐다'는 점을 언급한 후 자신에 대한 "성폭행 혐의는 직무 수행과 관련없는 개인적 영역의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아울러 자신의 행동이 국회법 25조(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25조 또한 "포괄적인 품위 유지에 관한 선언전 규정"이며, 국회법 155조에 열거된 징계 사유에 '품위 위반'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도 주장했다.

"강용석은 직무 수행 중이었음에도 사법 판단 기다렸는데…"

심 의원은 소명서 한 쪽 이상을 강용석 전 의원의 제명안 처리 과정을 서술하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그는 "강 전 의원의 경우 2011년 5월 30일 윤리특위에서 제명 징계안이 가결돼 본회의에 제출됐으나 2011년 8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사례가 있었다"면서 사례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이어 강 전 의원에 대한 징계안 심사·결정 절차가 1심 판결(2011년 5월 25일) 이후 진행됐음을 강조한 후 "당시 현장에 수많은 증인과 피해자가 존재하던 비교적 객관적으로 명백한 상황이었음에도, '법과 원칙에 따라' 1심 유죄 판결이 나온 후 윤리특위에서 징계안이 처리된 점을 참고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참고로, 강 전 의원은 국회의장배 전국대학생 토론 대회라는 공식 석상에서 직무를 수행하면서 위와 같은 부적절한 언행이 나왔으며, 그 후에도 수차례 유사한 성희롱 발언이 중복되어 나온 바 있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이 문장은 다른 글자들과 달리 굵은 글자체를 사용했다.

"범죄인으로 밝혀지면 목숨 내놓을 각오 돼 있다"

심 의원은 후반부에 들어서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데 소명서의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그는 "저는 그 동안 다른 의원님들보다 더 열심히 의정 활동에 전념하였다고 자부할 수 있으며, 국회의원윤리강령과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에 입각해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엄격한 윤리의식을 가지고 품위를 유지해 왔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번 제가 연루된 것으로 의혹 제기된 성폭행 범죄에 대해 만약 사법 당국에 의해 제가 범죄인으로 밝혀진다면 '의원직 사퇴'는 물론이고 제 목숨까지도 내놓을 각오가 되어 있다"고 했다.

심 의원은 소명서 이 대목에서는 '의원직 사퇴'와 '제 목숨까지도 내놓을 각오' 글자를 다른 색으로 처리해 강조 표시를 했다.

심 의원은 또 "성폭행이라는 중대 범죄 행위에 대해 저는 결백을 주장한다"면서 "조만간(9월 중 예상) 검찰에 의해 최종적으로 그러한 사실이 세상에 명명백백히 밝혀질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심 의원의 이 소명서를 검토한 일부 윤리특위 위원들은 '황당'을 넘어 '분개'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전체회의를 연 윤리특위는 오는 7일 징계심사소위를 열고 징계 여부 및 수위에 대한 결론 도출을 시도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국회 윤리심사 자문위원회는 '만장일치'로 심 의원에 대한 제명 의견을 내리고 이를 윤리특위에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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