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유신식 교육 사고'라는 비판에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바람을 계속 잡아가고 있다. 9월 말로 예정된 2015년 개정 교육과정 고시 이전에 국정화 여론을 확산하고, 이를 통해 최소 지지층 결집을 꾀하는 모습이다.
김 대표는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우리의 역사를 바로 보고 통합과 관용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야 한다"면서 "국민적 역량을 모으려면 통일된 역사의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의 운명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내려질 수 있으나 일방적으로 부정적 측면을 부각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면서 "어린 학생들이 부정적 역사관으로 쓰인 현대사를 배우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검·인정 체계를 거쳐 공급되는 현대사 교과서가 어떤 사건이나 인물을 부당하게 부정적으로 서술하고 있어 문제라는 주장이다. 이는 다시 말해 김 대표 등 여권과 박근혜 정부가 국정 교과서를 통해 서술 방식에 변화를 주고 싶은 대상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를 반영하듯, 김 대표는 이날 "지난 주말 백범 김구 선생의 묘소와 이화장을 다녀왔다"면서 "두 분 모두 영웅임으로 기념관 설립 등의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편향적인 시각을 배제해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화장은 서울 종로구에 있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사저로, 현재 이승만 기념관으로 보존되고 있다.
김 대표는 광복 70주년을 맞은 일정으로 지난 14일 10여 명의 주요 당직자, 서울지역 의원과 함께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내 백범김구기념관과 이화장을 찾았으며, 일정을 마친 후 "앞으로 (이 전 대통령이) '건국 대통령'으로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관련 기사 : 김무성 "이승만은 '국부', 이제는 공(功)만 봐야")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부친인 고(故)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 평전 발간을 계기로 다시 제기되고 있는 김용주 친일 행적 논란에 대해서는 "대응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며 냉정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 대표의 이 같은 '이승만 띄우기' 등은 보수 진영, 그중에서도 특히 '뉴라이트' 역사학계의 열렬한 반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그간 해방보다는 건국이 더 중요하다는 이분법적인 역사관을 강조하며, 이승만과 박정희 전 대통령 미화 논란을 번번이 일으켜 왔다.
이런 상황에서 친일, 내전, 학살, 쿠데타, 의회 해산 및 탄압과 같은 키워드가 빠진 채로 서술되기 어려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뉴라이트식 '재해석'이 가미된 국정 교과서를 추진하는 것은 국민 분열과 이합집산으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국정교과서 추진의 예민성은 새누리당과 정부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2일 있었던 고위 당·정·청 회동에선 사전 배포 자료집에 국정 교과서 추진 안건이 포함돼 있지 않았음에도 회동 현장에서 관련 자료를 배포했다가 논의 후 수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 등의 '바람잡이'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현실화된다면 1974년 유신 체제의 회귀라는 비판은 불가피하다. 국정 교과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채택됐다가 학생들에게 일방적 시각을 주입한다는 지적 끝에 2002년 검·인정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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