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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고개 숙인 신동빈, 사과 맞나?

[기자의 눈] "불투명한 롯데 지배구조, 해도 너무 해"

'A급 전범' 시게미쓰 마모루 전 일본 외무 대신, 그리고 신격호 롯데 그룹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스코. 두 사람은 어떤 관계인가.

오랫동안 통했던 이야기는 시게미쓰 마모루가 시게미쓰 하스코의 외삼촌이라는 거였다. 롯데 그룹은 아니라고 한다. "하스코 여사의 성(姓)은 원래 다케모리였으며, 결혼하면서 신격호 회장의 일본식 성인 시게미쓰로 바꾸었을 뿐, 시게미쓰 마모루 가문과는 아무 상관없다." 지난달 31일 배포한 보도자료다.

이게 말이 되나. 신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스코 씨의 원래 성이 다케모리였다는 점은, 시게미쓰 마모루와의 관계를 부정할 근거가 될 수 없다. 조카와 외삼촌이 성(姓)이 다른 건, 당연한 일이다.

총수 관련 보도에 'NCND' 했던 이유?

그래서 롯데 그룹 측에 질의를 했다. 시게미쓰 하스코 씨의 가족 관계에 대한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느냐고. 롯데 그룹 측은 "법적으로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일본에는 한국의 가족관계증명서 같은 서류가 없다"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시게미쓰 마모루와 신 총괄회장 처가 사이의 관계를 의심한다면, 입증 책임은 의혹을 던진 측에 있다고도 했다. 법리상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답답하다. 신 총괄회장 처가와 시게미쓰 마모루 사이의 관계는 오래 전부터 거론돼 왔다. 원로 언론인 정순태 씨가 1998년 출간한 <신격호의 비밀>에도 이런 내용이 있다. 기자는 이 책이 이런 내용을 다룬 최초의 저술인 줄 알았었다. 그러나 정 씨와 통화해보니 아니었다. 정 씨 역시 다른 보도 및 저술을 참조했다. 시게미쓰 마모루와 롯데 창업주 가문 사이의 관계를 처음 거론한 저술은 언제 나왔을까. 1990년대 후반보다 이르다는 점은 분명하다.

시게미쓰 마모루 관련 내용은 재벌가 혼맥을 다룬 경제지 기사에도 종종 거론돼 왔다. 롯데 창업 초기에 일본 정계의 거물이었던 처가 친척 덕을 봤다는 식이다. 대개 이런 기사는 그룹 홍보팀이 꼼꼼하게 점검한다. 그런데 숱한 기사에서 이런 내용이 수정 없이 방치돼 왔다.

왜 그랬을까. 정순태 씨는 "롯데 그룹 측이 오너 관련 보도에 대해선 'NCND 정책'을 취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NCND(neither confirm nor deny)란, 확인도 부정도 않는다는 뜻이다.

그게 다일까. 기자는 아니라고 본다. 롯데 그룹 관계자 역시 신격호 총괄회장 집안 관련 내용은 잘 몰랐기 때문일 게다. 정보도 없고 소통도 없다. 그러니 관련 보도가 나와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른다. 보도가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이 없다. 보도에 대해 수정을 요구해야할지, 말아야할지 판단도 할 수 없다. 윗 사람에게 의견을 묻기조차 불경스럽다. 그래서 오너의 사적 정보 관련 보도에 대해선 'NCND 정책'을 취하는 관행이 생긴 것 아닐까.

지주회사 지분 구조, 총수 아들끼리도 말이 다르다니

신 총괄회장 처가에 어떤 권력자가 있는지, '청년 신격호'가 재일 조선인에 대한 지독한 차별을 뚫고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 누가 있는지. 어쩌면 중요한 문제는 아닐 수 있다. 너무 오래 전 이야기니까.

하지만 지금 눈앞의 현실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 롯데 그룹은 재계 서열 5위의 기업 집단이다. 업종이 대부분 소비재인 탓에, 소비자와 몹시 친숙하다. 그리고 지금,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경영권 다툼을 하고 있다. 그런데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다.

한국과 일본의 롯데 그룹을 지배하는 건, 일본 롯데홀딩스다. 신 총괄회장 장남과 차남의 다툼은 일본 롯데홀딩스 장악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가장 기초적인 정보인 지분 구조에 대해서도 말이 다르다.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광윤사(光潤社, 고준샤)가 지분 33%를 갖고 있고, 자신이 2%를 갖고 있으며, 우리사주 조합이 32%를 보유했다고 말한다.

차남 신동빈 롯데 그룹 회장은 광윤사 지분이 28%, 자신의 지분이 20%, 우리사주 조합 지분이 12%라고 말한다.

대체 누구 말이 맞나. 신동빈 회장은 3일 기자회견에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구성에 대해 "여기서 이야기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 어디서 이야기하는 게 맞는 건가?

국민 앞에서 온갖 추태를 보이며 싸우는 이들이, 자기네가 왜 싸우는지를 설명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정보조차 숨긴다. 그리고는 "국민에게 미안합니다"라며 고개 숙인다. 이게 사과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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