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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하, '보온병 포탄' 망신 재현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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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하, '보온병 포탄' 망신 재현하려나

[정욱식 칼럼] 북핵, 중국 핵우산으로 해결하겠다?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직후 '보온병 포탄'으로 유명세를 탔던 새누리당의 황진하 의원이 이번에는 미국 워싱턴에서 화제(?)의 인물로 등극했다. 황 의원은 연평도 포격 직후 현장을 찾아 안상수 당시 대표가 보온병을 들고 "이게 포탄"이라고 하자, 이렇게 맞장구를 친 바 있다. "이게 아마 76mm포 같고, 이건 122mm 방사포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국 워싱턴에서 '창조적인(?)' 북핵 해법을 내놓았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 의원은 15일 카네기국제평화연구원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이렇게 말했다.

"북핵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가 없는 만큼 새로운 제안을 해야 할 때이다. 한미 관계처럼 핵보유국인 중국이 북한에 안보를 제공하는 방안의 하나로 핵우산(nuclear umbrella)을 제공하는 것을 검토해볼 수 있다"

그는 이어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하는 명분은 결국 미국의 핵 위협으로부터 스스로 정권의 생존을 보장받겠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중국이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해 핵우산을 제공하는 것을 조건으로 핵을 포기하라고 강력히 요구하는 것이 하나의 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안보 전문가를 자처하고 또한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 의원의 발언은 실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우선 북핵 포기와 중국의 핵우산 제공은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북한, 특히 김정은 정권은 중국 경제에 예속되는 것을 강하게 경계해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중국의 핵우산 아래로 들어간다는 것은 곧 북한이 중국의 종속국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황 의원은 북핵이 북한에게 '자주의 무기'로서의 성격도 갖고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핵우산을 제공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최소 억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은 핵 억제를 타국에게 제공하지 않고, 또한 핵 선제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핵전략의 기본으로 삼아왔다. 이에 따라 중국이 북한에 핵우산을 제공하려면 자신의 핵전략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확장 억제에 필요한 핵 능력을 배가해야 하고, 오로지 자국 방어에만 국한하겠다던 핵무기 선제 불사용 정책도 수정해야 한다.

미국이 한국에 씌워주고 있는 핵우산은 단순히 북한의 핵 공격 시 핵으로 보복하겠다는 점에 국한되지 않는다. 핵우산의 모태가 된 '대량보복전략'은 적이 재래식 무기로 공격해도 핵으로 보복하겠다는 위협을 가해 적의 도발을 억제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이 북한에 핵우산을 제공한다면, 북한이 상대방의 재래식 공격을 받을 경우에도 중국의 핵 보복이 적용될 것인가의 문제로 이어진다.

더욱 가관인 것은 황 의원이 "앞으로 중국을 방문하면 이 같은(북한에 핵우산 제공) 제안을 해볼 생각"이라고 말한 것이다. 바라건대, 황 의원이 중국에 핵우산 제공 제안을 해보고, 중국의 답변을 우리 국민들에게 상세하게 전해주면 좋겠다.

끝으로 한마디만 덧붙이고 싶다. 북핵은 뭔가 '쌈빡한' 해법이 없어서 이 지경까지 온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해법은 넘쳐난다. 문제는 이걸 실천할 정치적인 의지가 없다는 데에 있다. 상황이 많이 바뀐 만큼 뭔가 새로운 제안도 더해져야겠지만, 이것도 철저하게 온고지신(溫故知新)의 관점에서 나와야 한다.

북핵 문제가 정말 걱정이라면, 황 의원은 워싱턴에서 '미국은 조건 없는 대화에 임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어야 했다. 이럴 자신이 없으면 입을 다물고 있는 게 낫다. 대한민국 국회 국방위원장이 '중국 핵우산' 발언으로 동맹국 수도에서 국격을 실추시키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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