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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잡으려다 '연평도 보온병' 된 MB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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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잡으려다 '연평도 보온병' 된 MB의 굴욕

[박상표 칼럼] 법원도 인정한 '졸속' 쇠고기 협상, 그 진실은…

졸속으로 이뤄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과 광우병 위험을 비판적으로 보도했던 문화방송(MBC) <PD수첩>에 대한 명예 훼손 사건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이 나옴으로써 청와대, 한나라당, 조·중·동, 검찰은 '연평도 보온병 포탄'과 똑같은 신세가 되고 말았다. 사실 농림수산식품부의 검찰 수사 의뢰와 정운천·민동석의 명예 훼손 고소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쥐20'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국제적인 웃음거리에 불과했다.

요즘 파문을 일으키는 <위키리크스>의 미국 외교 전문 폭로보다 먼저 대한민국 외교통상부의 문서 폭로가 있었다. 2008년 7월 29일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이렇게 밝혔다.

"농림수산식품부가 6월 20일 MBC <PD수첩> 광우병 보도에 대한 법적 대응을 위해 검찰 수사 의뢰를 하기에 앞서 외교통상부가 같은 달 17일 미국·영국·독일·일본·스페인·캐나다 등 6개국 주재 한국 대사관에 'MBC <PD수첩> 인간 광우병 보도 관련 유사 사례 조사'를 지시한 사실을 최근 관련 문서 열람을 통해 확인했다."

외교부의 지시 내용은 선진 6개국에서 공무원과 언론 기관 간 소송 사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수집하고 관련 문서는 신속하게 처리하고 대외 보안에 유념하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호들갑에도 불구하고 6개 대사관은 선진 6개국 정부가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없다고 보고했다.

주미 대사관은 친절하게도 미국의 판례에서 "공무원이 언론의 오보를 이유로 명예 훼손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보도 내용이 틀렸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충분치 않고 동 보도에 있어 '실질적인 악의'가 있었음을 증명해야 한다면서 언론의 자유에 무게를 두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공무원이 승소하기 어렵다"는 설명까지 덧붙여 보고했다.

▲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9형사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PD수첩>을 놓고 무죄를 선고했다. ⓒ프레시안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와 검찰은 <PD수첩> 제작진을 상대로 형사 소송을 강행했다. 쥐20의 국격에 맞는 민주주의 사회라면 언론의 자유를 이렇게 무시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형사 소송을 놓고 다행히도 2심 재판부는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9형사부(판사 이상훈, 이재찬, 최은경)는 <PD수첩> 방송이 "관련 공무원에 대한 명예 훼손의 고의나 수입업자들의 업무를 방해하려는 고의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권력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양심에 따라 무죄 판결을 내린 2심 재판부의 결정을 환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2심 재판부는 이명박 정부가 미국의 광우병 실태 파악을 소홀히 하였음을 지적한 <PD수첩>의 비판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함으로써 결국 쇠고기 협상이 졸속이었다는 지적을 수용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판결 내용 중 일부 내용이 "결과적으로 허위"에 해당한다는 부분이다.

재판 과정에서 프리온 질병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과학적 견해에 대해 충분히 증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우려나 가능성보다 결과론적인 판단과 재판부의 자의적인 보도 내용 규정이 "허위"를 가늠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 점은 유감이다. 재판부의 판단에 몇 가지 이견을 제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첫째, 다우너 소가 광우병이 의심되는 소라고 보도한 <PD수첩>의 보도 내용은 허위 사실이 아니라 과학적 사실에 부합한다. 2심 재판부는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가 취해진 1997년 8월 이후 미국에서 출생한 소 중 광우병에 걸린 소는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으므로 위 동영상 속 다우너 소들이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음. 따라서 위 보도 내용은 허위에 해당함"이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2심 재판부의 판단은 과학적인 입장과 거리가 멀다.

우선 1997년에 미국에서는 동물성 사료가 금지된 바 없다. 소에게 소나 양의 반추성 동물의 사료가 금지되었을 뿐 돼지나 말의 동물성 사료는 이후에도 계속 소에게 사료로 공급되었다. 또 재판부는 미국과 유사한 목축 환경의 캐나다에서 미국의 1997년 조치보다 강화된 조처를 취한 후의 소에서도 광우병 검사 비율을 높인 결과 지금까지 광우병 발병 소가 발견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하였다.

최근에도 미국 네브래스카 주의 한 광우병 검사관이 허위로 광우병 검사를 실시한 것으로 드러나 법원에 기소되는 등 미국의 광우병 검사는 여전히 부실하다. 그는 2009년 7월부터 네브래스카 주정부의 검사관으로 일하면서 한 번도 현장을 방문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광우병 검사를 실시한 것처럼 허위로 검사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런 상황이면 검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광우병을 제대로 적발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제기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 그런데 2심 재판부는 과정이나 실태에 대한 판단보다는 결과만 가지고 평가하는 우를 범했다.

뿐만 아니라 <PD수첩>의 보도 내용의 핵심인 "광우병 위험이 있는 혹은 광우병이 의심되는 다우너 소가 불법 도축되어 유통되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광우병이 발병한 모든 나라에서 다우너 소가 광우병이 의심되는 소라고 판단하고 있고, 바로 이 때문에 다우너 소의 도축 및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다면 왜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취임 후 다우너 소 도축 및 유통 금지 조처를 왜 취했단 말인가.

미국 농무부 산하 식품안전검사청(FSIS)은 다우너 소가 광우병 원인 물질을 인간의 식품 공급 체계로 유입시킬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고(2004년 1월 12일자 미국 연방관보 69 FR 1873), 미국 농무부에 제출된 '2005년 하버드 광우병 위험 평가' 자료도 "다우너 소를 인간의 식품 공급에서 제거하는 것은 잠재적인 광우병 노출을 3% 가량 감소시킬 것으로 추정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2005년 10월). 미국 농무부 식품안전검사청 교육 자료에서도 기립 불능(Non-ambulatory)과 다우너(downer)를 동일 개념으로 정의하면서 기립 불능 소의 광우병 위험이 높다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따라서 미국 내에서 불법적으로 도축된 다우너 소의 광우병 위험에 대해 비판적 입장에서 접근한 <PD수첩> 방송은 허위가 아니라 과학적 사실과 부합하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과 유사한 목축 문화이지만 미국보다 강화된 광우병 관리 체제를 지닌 캐나다에서도 여전히 광우병 발생이 보고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때 미국 다우너 소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은 매우 안이하다고 말 할 수 있다.

둘째,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 의심 진단을 받고 사망했다'는 <PD수첩>의 방송 내용은 사실과 부합하는 내용으로 허위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방송 중 아레사 빈슨 관련 보도의 내용은 시청자들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볼 때, '아레사 빈슨이라는 미국 여성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이 의심의 여지가 별로 없이 거의 확실하다'라는 것인데, 이 사건 방송 당시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 의심 진단을 받고 사망한 상태였던 것은 사실이나, 부검 전에는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확실히 알 수 없는 상태였고, 이 사건 방송 이후 부검 결과 아레사 빈슨의 사인은 인간광우병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므로 이 부분 보도 내용은 허위에 해당함"이라고 판단했다.

우선 <PD수첩> 방송은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vCJD)으로 사망하였다고 단정한 적이 없다. <PD수첩> 방송 당시 아레사 빈슨은 사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은 상태로 MRI 검사 결과 인간광우병 의심 진단을 받았던 상태였고 보건 당국((NPDPSC등)에서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PD수첩>은 이를 보도 내용 중 밝힌 바 있다. 오히려 검찰은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 의심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부정했다. 2009년 6월 15일자 <중앙일보>는 검찰의 말을 인용하여 "빈슨 소송서 vCJD 언급 안 돼"라는 명백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바도 있다.

2심 재판부의 판단은 심각한 수준의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 방송 당시 아레사 빈슨은 재판부가 밝힌 바와 같이 "인간광우병 의심 진단을 받고 사망한 상태"였다. 그런데 '부검 전에는 알 수 없었고' "방송 이후 부검 결과 아레사 빈슨의 사인은 인간광우병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므로 이 부분 보도 내용은 허위에 해당함"이라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방송 당시의 판단에 비추어 보도한 <PD수첩>의 보도에 대해, 방송 후 부검을 해보니 인간광우병이 아니므로 "결과적으로 허위"라는 것이 과연 재판부가 취해야 할 논리적 판단인가?

셋째, MM형 유전자와 인간광우병의 상관성은 명백한 과학적 사실이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방송 중 MM형 유전자 관련 보도의 내용은 '한국인의 94.3%가 프리온 유전자의 129번 코돈의 유전자형이 MM형이므로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이 약 94%이다'라는 것인데, 한국인의 94.3%는 위 유전자형이 MM형이고 MM형인 사람이 인간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유력한 논문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인간광우병의 발병에는 다양한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작용할 수 있는 것이고 MM형인 사람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한다고 하여 무조건(100%) 인간광우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므로 이 부분 보도 내용은 허위에 해당함"이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2심 법원의 판단은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이 94% 가량 된다"는 표현상의 실수만 부각하여 원 방송의 취지를 잘못 해석했다고 볼 수 있다. <PD수첩> 방송의 의도는 코돈 129 유전자형인 MM형이 인간광우병에 취약하다는 과학적 사실을 전제로 하여 MM형이 대다수인 한국인의 경우 인간광우병에 취약하다는 것이었다. 또 <PD수첩>은 2008년 7월 15일 방송을 통해서 "특정유전자형만으로 인간광우병이 발생할 확률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MM유전자형을 가진 사람이 94%라고 해서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이 94%라는 것은 부정확한 표현입니다"라고 이를 정정한 바 있다.

코돈 129의 유전자 다형성 중 MM형 유전자형이 인간광우병에 취약하다는 것은 학계에서는 당연한 상식이다. 2009년 10월 국제 프리온 학회에서 영국의 인간광우병(vCJD) 귄위자 컬린지는 "지금까지 알려진 질병과 유전자의 상관관계에서 코돈 129 유전자야말로 가장 강한 상관성을 가진 유전자"라고 표현한 바 있다.

또 한림대학교 김용선도 <저널 오브 휴먼 제네틱스>(2004) 및 <한국 가정의학회지>(2004) 등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정상인의 94.33%에서 MM형을 갖고 있음이 밝혀지면서 전 세계에서 광우병에 노출 시 변종 CJD에 걸릴 위험이 매우 높은 나라일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 외 에도 복수의 정부 보고서에서 이러한 내용이 반복된다. 2007년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을 앞두고 수입 범위 등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된 전문가회의 자료들에는 '한국민의 vCJD(인간광우병) 감수성이 높은 유전적 특성을 고려', 'vCJD에 유전적으로 민감한 우리 민족의 유전적 특성을 고려'한다는 내용이 표현되어 있기까지 하다.

따라서 일부 부정확한 표현이 있으나 전체적으로 MM형 유전자와 인간광우병의 상관성을 이야기한 것은 과학적 사실이다. 오히려 일반인 대상의 방송에서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된 표현에 대하여 전문가 수준의 정확도를 요구하는 검찰의 요구가 과연 일반적 상식에 비추어 타당한 것인지 오히려 물어야 하는 지점이며 그러한 일부 표현의 부적절함으로 마치 방송 중에 언급된 내용 자체가 허위인 듯 판단한 것은 결코 객관성을 유지한 판단이라 볼 수 없다.

검찰(전현준, 박길배, 김경수, 정진우, 송경호)은 2심 재판 과정에서 미국 축산 업자와 미국 정부의 시각에서 한국 정부의 검역 조치를 비판하였다. 검찰은 엑스레이 검사를 통해 뼛조각까지 찾아낸 우리 정부의 검역 조치로 인하여 "미국은 한국의 검역 조치 등에 대하여 깊은 불신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으며, "우리 정부가 위와 같은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는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강력한 검역 조치를 취한 이유는 뼛조각에 광우병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해서가 아니라 이러한 조치들은 축산 농가 보호 및 국민 건강을 위하여 우리 정부가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우리 정부의 과장된 액션이었다"고 주장하였다.

한국 정부의 검역 조치가 '과장된 액션'이었다고 주장하는 검찰은 2심 무죄 판결에 대해서 "악의적인 언론 보도에 면죄부를 준 판결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쥐20의 국격에 어울리지 않게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를 파괴하는 '광우병 쇠고기 보온병 포탄'을 남발하는 검찰의 '과장된 액션'은 그 끝이 어디일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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