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 기습 개의 20분만에 '땅땅땅'

은행법 등 강행 처리…野 "날치기" 비난

한나라당은 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금산분리 완화와 관련된 은행법,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위한 공정거래법, 한국정책금융공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후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겼다.

여야 간사협의를 통해 이견을 조율하던 도중 김영선 위원장이 기습적으로 회의를 열어 법안을 처리한 것. 민주당 등 야당은 이를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며 "날치기"라고 비난했지만 뾰족한 수는 없었다. 11시 40분께 시작된 정무위에서 이를 처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20분이었다.

특히 은행법과 관련해 산업자본 등과 사모펀드의 은행 지분 참여 비율은 한나라당 주장대로 각각 10%, 20%로 하는 안이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소속 정무위원들은 법안 통과를 위해 김영선 위원장을 중심으로 스크럼을 짜고 마이크를 빼앗으려는 민주당 홍재형 의원 등을 가로막았다. 고성과 막말이 쏟아졌지만 김 위원장은 스크럼 안에서 의사 일정을 강행했다.

법안 축조 심사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은행법과 관련해 김 위원장이 "산업자본 등의 은행 지분 참여 비율을 10%로 제한한다"는 내용을 읽어내려갔고 민주당 의원들은 "10%로 합의한 적 없다"고 주장하며 "원천 무효"를 외쳤다.

공정거래법, 한국정책금융공사법 등도 마찬가지였다. 김 위원장이 법안을 읽은 후 "이견이 있느냐"고 물은 후 일방적으로 "축조심사를 마친다"며 의사봉을 두드렸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등이 "이의 있다"고 손을 들며 "반대"를 외쳤지만 소용 없었다.

이날 김동철 의원 대신 민주당 측 간사를 맡은 홍재형 의원은 "세 간사들끼리 의사 일정을 논의하는 도중에 이렇게 날치기를 하면 되느냐"고 한나라당을 비난했다. 그는 "산업자본의 참여 비율과 관련해 민주당의 8% 안과 한나라당의 10% 안 사이에서, 사모 펀드는 각각 15%와 20% 사이에서 협의하던 도중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 의원은 "한나라당이 자살 길로 들어섰다"고 비난하며 "일단 법사위원장(민주당 유선호 의원)과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은행법 등과 관련해 '협의 처리'를 못박은 여야 합의문을 뒤집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표결 처리에 참여한 한나라당 허태열, 이성헌 의원 등은 반대표도 제대로 세지 않았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반대표도 다 셌다. 전문위원 등에게 물어보라"며 회의장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