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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 '100일 휴전', '뇌관'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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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 '100일 휴전', '뇌관'은 그대로

'MB 집착' 여전해 6월 국회서 또 터질 듯

벼랑 끝에 몰린 여야의 '파국은 공멸'이라는 공감대가 극적 타결을 낳았다.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막무가내식 압박에도 최소한 입법부의 권위를 지켜낸 김형오 국회의장의 중재력도 후한 평가를 받는다. 여야가 2월 국회를 다시 한 번 요동치게 한 '미디어 관련법'에 관해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한 100일 간의 논의 뒤 표결처리'라는 '휴전협정' 체결에 이른 것은 나름의 성과다.

하지만 'MB 쟁점법안' 중에서도 초미의 쟁점인 미디어 관련법의 뇌관이 해체된 건 아니다. 조만간 착수할 100일 간의 논의는 물론이고 그 후의 '표결처리' 과정에서 미디어 관련법은 또 한 번 정치권과 언론계를 들었다 놓을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크다. 따져보면 2월 국회의 합의안은 처리 시한을 유예한 것일 뿐, 양당의 입장차는 한 치도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나라 '만족'…민주 '부글부글'

2일 여야는 미디어 쟁점법안 6개 중 비교적 이견의 폭이 좁은 저작권법과 디지털방송전환법은 3일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기로 하고 방송법, 신문법, IPTV법, 정보통신망법 등 4개 법안에 대해서는 문방위 내에 여야 동수의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100일간 여론 수렴을 한 뒤 6월 임시국회에서 표결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한나라당은 대체로 결과를 수용하는 분위기다. 수도권의 친이 직계 의원은 "타결 뒤 가진 의원총회도 별 무리 없이 끝났다"고 전했다. 미디어법 기습상정의 총대를 멨던 고흥길 문방위원장이 "공청회도 좋고 협의를 더 하는 것도 좋지만 별도 기구를 설치하는 것은 절대 반대"라고 버텼지만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한나라당 문방위원들은 별도로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친박계 한 문방위원은 "'별도 기구는 안 된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봤다"고 전했다.

이 같은 한나라당의 분위기는 2월국회의 내용을 따져보면 이해가 된다. '직권상정' 문제가 끝까지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막판 타결이 한나라당이 손해를 본 듯 비쳐지지만, 한나라당은 챙길 것을 모두 챙긴 총괄 성적표를 얻어냈다.

접점 없이 치닫고 있는 미디어 관련법에 관한 '처리 시한'을 문서로 확보했을 뿐더러, 경제관련 법안의 2월 처리라는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특히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와 관련한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함께 금산분리 완화와 관련된 은행법이 3일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다. 금융지주회사법과 산업은행법, 주공·토공 통합법 역시 4월 국회에서 처리키로 합의해 '경제관련법 처리 및 미디어 관련법 상임위 상정'이라는 2월 국회의 전략적 목표를 사실상 초과달성했다.

▲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2일 오후 신문.방송법 등 미디어 관련법의 처리와 관련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100일간 논의한 뒤 표결 처리하기로 극적 합의한 가운데 국회 본회장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반대하는 민노당의원들의 의장석 점거를 막기위해 국회의장석을 사수하고 있다.ⓒ뉴시스

반면 민주당 표정은 다르다. 당 지도부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는 분위기다. 일단 '100일의 시간을 벌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내 강경파들은 벌써부터 불만에 들썩이고 있다. 문방위원인 이종걸 의원은 "당이 몰락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걱정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또 다른 문방위원도 "여당의 강압과 김형오 의장의 직권상정 압박을 하며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이겠지만 결국 눌려버린 것 아니냐"고 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표결 처리하기로 한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6월 국회 표결 처리'라는 합의 조항이 '사회적 논의 기구'가 결국 무력화될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최문순 의원은 "표결 처리 시한을 정해 놓고 논의를 하면 논의가 제대로 되겠느냐"고 말했다. 여야 동수로 논의 기구를 결성해도 사실상 자유선진당이 한나라당 입장에 가까워 수적 열세를 면하기 어렵다.

게다가 그동안 든든한 장외 지원군이었던 언론노조도 지난 연말부터 2개월이 넘는 투쟁으로 지쳐 있는 상태에서 나온 이번 합의에 대해 매우 부정적 입장을 밝히며 민주당에 책임을 물을 태세다.

민주당 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2일 밤 모임을 갖고 이번 합의안에 대한 비판 성명을 내는 방안까지 검토키로 해 내분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MB 집착-재보선이 최대 변수

이처럼 여야의 손익계산서가 엇갈리는 가운데, 미디어 관련법의 폭발력은 향후 100일 간의 국면 변화와 긴밀하게 연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4월 재보선의 향배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속도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변수다. 국회의원 재보선 확정지역은 아직까지 4곳에 불과하고 그 중 수도권 선거는 인천 부평을 한 곳이지만, 이명박 정부의 저조한 지지율을 고려하면 '의미'가 확장될 수도 있다. 적어도 'MB 법안' 밀어붙이기에 대한 중간평가가 될 수 있다는 것.

만약 한나라당이 재보선에서 승리할 경우 미디어 관련법은 더욱 탄력을 얻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의 경우는 한나라당 내분의 격화, 당청관계의 균열 등으로 동력 확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일자리 문제 등 경제 위기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집권세력이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내놓아 민심 수습에 성공하느냐도 미디어 관련법 처리의 환경적 요인이다. 경제위기의 한파가 장기화될 경우 미디어 관련법에 대한 여권의 집착은 '오기'로 비쳐질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미디어법=일자리 창출법'이라는 근거 부족한 주장을 여권이 그대로 고수하기도 쉽지 않다.

지금까지의 여야 협상을 이끌었던 한나라당 홍준표,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의 임기가 5월에 끝난다는 점도 변수. 두 원내대표가 상반되는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당내 강경파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여야에 강성 원내지도부가 등장하면 2월의 합의는 언제든지 백지화될 수 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미디어 관련법에 대한 청와대의 집착이 최대 관건이다. 지난 2004년 17대 개원 국회의 최대 쟁점법안이었던 국가보안법 폐지안은 여야의 충돌 끝에 법사위에 상정된 뒤 '내년 임시국회에서 다룬다'고 합의했지만 결국 단 한 번도 논의되지 못하고 자동폐기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보법 폐지 포기 선언이 큰 몫을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향후 100일이 국정을 판가름한다"고 좌표를 제시한 만큼 청와대가 미디어 관련법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 호시탐탐 방송진출 기회를 엿보는 보수언론의 지원사격은 상수다.

지금으로선 현 집권세력이 불을 지른 미디어 관련 법안이 '국보법 폐지안'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날 타결 소식이 전해진 뒤 청와대는 미디어 관련법의 처리 시기가 늦춰져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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