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논의 뒤 표결처리'키로 한 미디어 관련법 타결과 관련해 민주당에 후폭풍이 일 조짐이다. 당 지도부는 최종 합의와 관련해 '불가피한 선택'을 강조하고 있으나,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 기류가 표면화됐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3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MB악법이 그대로 날치기돼서 우리사회를 잘못 이끌어가는 것보다는 좀 양보라도 해서 MB악법이 원형대로 처리되지 않도록 하는 힘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타협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합의해 주지 않으면) 신문법, 방송법, 핵심 언론 악법들을 고스란히 담은 채 원안대로 날치기 처리하게 돼 있었다"며 "국회를 철통같이 막아 놨기 때문에 (직권상정을) 저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없었다"고 불가피성을 토로하기도 했다.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폭력과 횡포에 밀린 100% 만족하지 못한 합의였지만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해 100일 간의 심사기간을 확보한 것은 국민들의 뜻과 여론을 모아서 바로잡아 나갈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한 나름의 성과"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한나라당과 김형오 국회의장을 강하게 성토하면서도 "제1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처럼 '위험한 합의'라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합의문에 구속 될 수밖에 없는 당 지도부와 달리 그동안 '미디어법 전쟁'의 선두에 섰던 문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합의안을 사실상 부정하고 있어 향후 논의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을 예고했다.
문방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한나라당이 제안한 언론악법은 국민의 자유와 민주체제의 존립을 심대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국민적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는 상정돼서도, 논의돼서도, 처리돼서도 안 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국회의장 주재 하에 교섭단체 대표 간의 합의가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반대와 국회의장의 신의 상실로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됐다"며 "마치 계엄군을 진주시키듯 경찰로 국회의사당을 봉쇄한 쿠데타에 의해 한국의 정치는 실종되고 민주주의는 유린됐다"고 성토했다. 전날 새벽 도출된 잠정 합의안이 한나라당의 거부로 폐기되고, 김 의장이 이후 직권상정 협박을 통해 민주당을 압박한 건 "비민주적이고 독재적인 행태"라는 것이다.
또한 '100일 논의 뒤 표결처리'로 시한을 못박은 것은 고흥길 문방위원장이 상임위 직권상정 후 "처리시한을 정하지 않고 법안을 심사하겠다"고 약속한 것과도 배치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언론 관련법은 국민의 기본권인 자유권을 수호하기 위한 법률로서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적 합의나 동의 없이는 절대로 처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방위 소속인 이종걸 의원은 이날 YTN '강성옥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예고했을 때 민주당은 거의 무장이 해제된 상태였다"며 "모든 것을 풀고 자축하고 팡파레까지 하는 분위기였다"고 지도부의 안일한 대응을 직격했다.
그는 "직권상정으로 모든 안이 와장창 끝나는 것보다는 그래도 시간이라도 좀 연장하는 게 좋지 않겠냐 하는 대표단의 임의 판단으로, 그야말로 지푸라기 하나 잡으려는 심정으로 전격적으로 모든 것을 다 내주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민주당 내 개혁블록인 '민주연대'도 이날 성명을 내고 "100일 논의 뒤 표결처리 합의는 국회의장이 중재한 잠정 합의안보다 대폭 후퇴한 내용"이라며 "이번 합의는 폭력과 협박, 기만 등의 강박에 의한 합의였기에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나라당은 국회의장 탄핵 운운하며 중립적 위치에 있어야 할 국회의장을 압박하고 절대다수의 힘으로 국회 로텐더홀을 점거하는 등 국회질서를 파괴하는 폭력과 협박을 자행했다"고 한나라당을 비판하면서도 "1차 입법전쟁 이후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민주당 지도부의 안이한 태도는 매우 아쉽다"고 민주당 지도부를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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