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가 국내자본에 대한 역차별?
한나라 홍준표 원내대표는 지난 2월 국회 연설에서 우리나라 시중은행은 우리은행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국자본에게 넘어갔고 이것은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만든 국내자본 역차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더 이상 외국자본에 헐값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금산분리법이 시급히 개정 되어야 한다고 했다.
물론 작년 9월말 기준으로 외국인 지분율은 국민은행 58.3%, 하나은행 67.8%, 신한은행 54.1%, 제일은행 100%, 외환은행 75.4%로 매우 높다. 하지만 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은 외국인 전체 투자자가 다수라서 소유권이나 경영권을 단독으로 행사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국내인이 시장에서 은행주를 선호해 매입하면 외국인 지분율은 50%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홍 원내대표 말처럼 은행소유권이 외국자본에 넘어갔다고 보기는 힘들다.
또 외국인들 은행주식 소유 한도가 국내인과 똑같이 4% 이내이므로 현재의 금산분리법이 국내 기업을 역차별 한다는 것도 큰 착각이다.
오히려 금산분리가 완화되어 산업자본의 의결권 은행주식 보유한도가 4%에서 10%로 상향되고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출자한도가 폐지되는 등 은행법이 개정되면 외국인들은 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의 소유권과 경영권을 완전히 넘겨받을 수 있다.
제일은행, 한미은행(현 씨티은행), 외환은행은 과거 정부가 외국자본에 주식의 51% 이상을 매도해 은행의 소유권과 경영권을 완전히 넘겼다.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매입해 4~5조 원의 천문학적인 차익을 챙길 수 있었다. 그것도 기획재정부 관료들과 외환은행 경영진들을 뇌물로 매수했다는 것이 감사원 감사에서 확실하게 드러났었다. 현재 진행 중인 외환은행 헐값 매각 재판은 이런 사실을 무마하려는 것 같이 보여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지금은 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법 개정보다는 외국인 점유율이 전체 은행주식의 40%이상을 넘지 못하도록 법 개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계 100대 은행 중 실제 은행지배 목적으로 한 기업집단이나 펀드가 50% 이상 주식을 소유한 은행은 독일이 세 곳, 오스트리아 한 곳, 네델란드 한 곳 뿐이고 일본이나 미국 등은 하나도 없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우리은행의 민영화 계획을 감안해 금산분리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모 재벌기업이 인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우리은행의 정부 소유 주식은 70%가 넘는다. 주식을 매도하고 싶으면 1개 기업에 51% 이상 매도하지 말고 서서히 국민주로 분산 매도하면 된다.
금산분리법 개정은 경제위기 회생에 도움이 되지 않고 은행의 기업 소유화로 사금고화 우려 등 경제 시스템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번 2월 국회에서 금산분리법과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는 의도가 너무 강하다.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 금융감독원 원장 시절부터 금산분리 완화를 주장했다. 그 이유로 이번에 장관에 임명됐는지도 모른다. 이동걸 전 금융연구원장은 금산분리 완화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정부의 외압이 들어와 사퇴했다. 그 후 금융연구원은 금산분리 완화를 찬성하는 보고서를 냈다.
제발 우리은행을 민간 기업에 넘기려다 3개 은행을 외국인에게 완전히 넘기는 우를 범하는 법 개정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출총제 폐지하면 투자가 늘어난다고?
홍준표 원내대표 또 출자총액제한제도 하루 속히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투자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은 계열사를 포함해 순 자산의 40% 범위 내에서는 투자할 수가 있다.
또 ①동일 업종에 투자할 경우와 ②민영화되는 공기업 인수를 위한 출자 ③사회간접자본 민간 투자회사 또는 정부가 30% 이상 출자한 기업에 대한 출자 ④단일 외국인이 10% 이상 투자한 외국인 투자 기업에 대한 출자 ⑤법정관리의 워크아웃 등 부실기업에 대한 출자 ⑥정보통신, 생명공학, 대체에너지, 환경산업 분야 등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산업에 대한 출자 등은 추가 출자총액에서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이런데도 출자한도가 부족하여 투자가 안 되고 일자리 창출이 안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2월 현재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은 14개이고 계열회사 수는 620개다.
1위 삼성(이건희).......62개
2위 현대자동차(정몽구) 41개
3위 에스케이(최태원)...84개
4위 엘지(구본무).......52개
5위 롯데(신격호).......53개
6위 지에스(허창수).....66개
7위 현대중공업(정몽준)..15개
8위 금호아시아(박삼구)..48개
9위 한진(조양호)........33개
10위 한화(김승연)........44개
11위 두산(박용곤)........27개
12위 에스티엑스(강덕수)..17개
13위 신세계(이명희).... 14개
14위 씨제이(이재현)..... 63개
14개 출자총액 제한 기업집단은 가족분리된 기업집단을 감안하면 10개가 된다 (삼성-신세계-씨제이, 엘지-지에스). 2008년도 4대 그룹(삼성, 현대차, 엘지, 에스케이) 매출액은 약 500조 원으로 추정된다. 상장회사 총 매출액의 66%를 점유하는 셈이다. 여기에 10대 그룹이나 30대 그룹의 매출액을 계산하면 그 비율은 80%도 넘을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 이런 거대한 가족 기업집단이 있는가. 일본의 가족 재벌기업 형태는 이미 2차대전 후 완전히 해체됐다. 그래서 기업의 국제경쟁력이 강화되어 오늘의 경제강국이 된 원인으로 꼽힌다.
민주당은 금산분리 완화는 반대하나 출총제 폐지는 강경하게 반대하는 입장은 아닌 것 같다. 자유선진당도 출총제 폐지는 지지한다고 한다. 그러나 출총제 폐지는 문어발식 다업종의 기업소유를 더 강화하여 경제력을 집중시키고 독과점을 강화시켜 재벌 공화국만 더 크게 만드는 결과만 가져올 뿐 경제를 살리는 투자와 고용증가가 되는 법 개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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