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은 홍준표 경남지사가 금품 거래 현장에 있었다는 구체적 증거를 확보하고 조만간 홍 지사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은 리스트 속 정치인 중 다음 수사 대상을 이완구 전 총리로 지목하고 주변 인물들을 소환 조사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사건을 맡은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1억 원을 홍 지사에게 건넨 인물로 지목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의혹 당시 홍 지사와 접촉한 정황을 여러 증거로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홍 지사는 옛 한나라당 대표 경선을 앞둔 2011년 6월께 국회 의원회관을 찾은 윤 전 부사장으로부터 1억 원이 담긴 쇼핑백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나경범 경남도청 서울본부장 등 홍 지사의 옛 보좌진도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8일 17시간에 걸쳐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홍 지사는 검찰에서 "2010년에는 윤 전 부사장을 여러 번 만났지만 2011년에는 11월에만 한 번 봤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혹 시점인 2011년 6월에는 본 적조차 없다는 것이다.
홍 지사는 2010년과 2011년 2차례에 걸쳐 당대표 경선에 도전했던 그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돈을 함부로 받을 사람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평가한 모 정치권 인사의 진술서도 검찰에 제출했다.
하지만 검찰은 2011년 6월에 국회의원 회관에서 홍 지사와 보좌진이 윤 전 부사장을 접촉한 증거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금품거래의 구체적 장소와 날짜를 특정했고, 홍 지사와 보좌진이 의원회관에 머물렀다는 사진까지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금품수수 혐의로 누군가를 부를 때 일시·장소를 특정하지 않고 소환하지 않는다"며 "홍 지사가 주장한 내용은 우리가 예측한 범위 안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객관적 자료를 통해 윤 전 부사장의 진술 내용을 일일이 다 검증했고, 당시 홍 지사 측의 동선 정보도 모두 수집했다"며 "동선을 둘러싼 시비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지사는 2011년 당 대표 경선 자금 처리 내역도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고 검찰이 밝혔다.
최근 검찰이 중앙선관위로부터 입수한 홍 지사 캠프 측 경선비용 처리 내역과 홍 지사가 주장하는 회계처리 내용 사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홍 지사는 이에 대한 소명 자료를 새로 제출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날 홍 지사의 비서관을 지낸 신모씨를 불러 1억 원 금품수수 의혹을 둘러싼 보강 조사를 벌였다.
특별수사팀은 홍 지사가 낼 경선자금 관련 소명자료 등을 검토하면서 이르면 이번주 초 홍 지사의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일단 홍 지사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겠다는 방침은 세워둔 것으로 전해졌다.
홍 지사가 측근을 동원해 윤 전 부사장의 진술 변경을 회유했다는 의혹 등 증거인멸 정황이 짙다고 판단할 경우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할 수도 있다.
특별수사팀은 이 전 총리를 겨냥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충남 부여·청양 재보선에 나선 2013년 4월 자신의 부여 선거사무소를 찾아온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 원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당시 선거사무소에 함께 간 것으로 알려진 성 전 회장의 비서 금모씨와 운전기사 여모씨를 전날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했다.
이날 역시 이 전 총리와 성 전 회장이 접촉한 사실을 잘 아는 경남기업 측 관계자와 이 전 총리의 주변인물 등 2~3명을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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