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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연금 정치…'선언'과 '굴복' 그 어드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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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연금 정치…'선언'과 '굴복' 그 어드메

문재인 "130일 대화, 청와대 말 한마디에…"

공무원연금 개편안 국회 통과가 불발되고 하루 뒤인 7일 오전 국회.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팽팽한 기 싸움이 벌어졌다. 전날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던 합의안에 대한 설명 및 해명을 위해 각 당이 비슷한 시간대에 다른 장소에서 기자 간담회를 자청한 것. '불발'은 곧 '연장전'을 의미하는 터라 양당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새누리당은 양쪽에서 쏟아지는 두 개의 다른 비판에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처지다. 첫 번째는 이번 공무원연금 개편안이 충분한 재정 절감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 이는 주로 보수 언론과 경제 신문들이 주도하고 있다.

두 번째는 국민대타협기구 및 실무기구의 '공적연금 강화 합의문'을 구속력 있게 하기 위한 야당 측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한 설명. 논란이 되고 있는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로의 강화 명시' 문제가 이 부분에 해당한다.

양당 대표는 지난 2일 '소득대체율 50%로 인상'이란 내용이 담긴 실무기구의 공적연금 강화 합의문을 '존중한다'는 내용의 '양당 대표 합의문'에 서명을 했다. 이를 위해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이하 사회적 기구)'를 구성한다는 내용 또한 양당 대표 합의문에 담겨 있었다.

그런데 야당이 이 사회적 기구 구성을 위한 '국회 규칙'에 소득대체율 50%를 명기하자고 요구하자, 돌연 '그건 안 된다'고 돌아섰다. 그러면서 김무성 대표는 외려 "야당은 기존 합의를 따라야 한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을 수차례에 걸쳐 꺼내 놨다. 소득대체율 50%는 '실무기구 합의'일 뿐 '양당 대표 합의문'엔 등장하지 않으니 합의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니 질문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2일 양당이 전 국민 앞에서 생중계로 발표한 합의문들(△양당 대표 합의문 △대타협기구 및 실무기구의 합의문)은 한 세트(set)인가 별개의 것들인가. 소득대체율 50%에 동의할 수 없다면 애초 실무기구에 참석한 여당 측 전문가들과 정부 측 인사들은 왜 합의에 응했는가. 갑자기 입장이 바뀐 것이라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새누리 "이번 개혁안은 성공적…커다란 성과" 자평

새누리당은 쏟아져 나오는 질문들에 대응하며 기자 간담회에 1시간 40분가량을 썼다. 연금 자체가 워낙 복잡하고 어려운 소재라 설명이 길어진 면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 면에서는 새누리당의 설명 자체에 애초 구멍이 많았다는 것을 보이는 장면이기도 하다. 아무리 설명하고 설명해도 누군가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상황은 이날도 반복됐다.

이번 공무원연금 개편이 '성공적인 개혁'이란 새누리당의 주장은 비교적 무난하게 설명이 된 듯했다.

공무원연금 개편 논의를 이끌어왔던 주호영 새누리당 공무원연금특별위원회 위원장, 조원진 간사, 김현숙 위원 등과 여당 추천 전문위원인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가 총출동한 이날 자리에서, 새누리당은 기여율을 7%에서 9%로, 지급률은 1.9%에서 1.7%로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이번 개편안은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다고 했다.

이들이 말하는 '성과'는 공무원연금 재정 건전성 제고와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확보다. 이번 개편으로 공무원의 연금 기여율은 민간 근로자의 국민연금 기여율(4.5%)의 2배가 됐고, 연금 지급 개시연령이 65세로 연장되고 유족연금을 인하(60%)함으로써 공무원연금 수익비(연금총액/보험료 총액) 또한 대폭 낮춰졌다는 데 새누리당은 강조점을 뒀다.

주 위원장은 이에 "비록 새누리당이 원하는 수준의 개혁은 되지 않지만 아주 성공적인 개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고 김현숙 의원이나 김용하 위원장도 '처음 목표로 했던 구조개혁을 달성하진 못했으나 그에 상응하는 개혁을 이루어냈다'고 설명했다.

▲ 2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등이 서명한 '공무원연금 개혁 및 국민연금 강화를 위한 양당 대표 합의문''.


실무기구 합의 '존중'?…알고 보니 '선언'과 '굴복' 사이 어드메


이야기는 곧 이어 '소득대체율 50% 명기' 논란으로 옮겨갔다. 우선 주호영 위원장은 양당 대표 합의문에 적힌 '여야는 국민대타협기구 및 실무기구의 공적연금 강화 합의문을 존중한다'는 구절을 이렇게 풀이했다.

"여야 대표와 연금특위 위원장, 간사가 참여한 합의에선 실무기구 의견을 존중한다고 돼 있다. 존중한다는 말은 '50%를 할 수 있으면 하되 여러 가지 국민적 동의를 거쳐서 한다는 것'이었다. 이걸 법률에 버금가는 국회 규칙으로 50%를 못 박아 달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어떤 '법률에 버금가는' 구속력 없는 '선언적 차원'이었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원진 간사의 말에서도 비슷하게 반복됐다.

"2일이 특위 활동 기한 만료일이었다. 50%란 불가능한 숫자를 야당이 협상 막바지에 제시했다. 이건 협상을 깨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그것만은 막아야겠단 생각이 많았다. 그래서 실무기구에서 전격적으로 사인을 했다. (중략) 도대체 야당이 50%에 그렇게 매달리는 이유가 뭔가. 지금도 이해를 못하겠다."


어느 연금학자의 고백…"50% 논의할 기회라 생각"

취재진의 시선은 자연히 김용하 교수에게로 쏠렸다. 김 교수야 말로 당장 논란이 되는 실무기구 합의문에 직접 서명을 한 '여당 추천' 전문위원이자 실무기구의 공동 '위원장'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자신이 문제가 된 합의문에 서명을 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 부분(국민연금 소득대체율 강화)은 우리(실무기구)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 정부 측에서 나온 입장이었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실무기구가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연계한 것은) 월권이라고 말했는데 사실은 월권이다. 그런 부분을 저희가 누차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사인을 했다. 제가. 저도 사인을 했다."

횡설수설이다. 자신이 사인을 한 것이 맞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월권'이라고 지적한 것도 맞다는 얘기쯤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김 교수는 이후 이렇게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사회적 기구가 만들어지면 (명목소득대체율) 50%에 대한 것도 국민들이 생각해보시고 (할 수 있다.) 더 내고 더 많이 받을 건지 덜 내고 덜 받을 것인지에 대해 국민 의사를 한 번 물어 볼 기회는 줄 필요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50%라는 새로운 방향을 (사회적기구 논의 대상에) 넣어서 선택 대안으로서 논의할 수 있는 기회 주자는 측면에서 사인했다."

이는 놀랍게도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이 하고 있는 주장과 완전히 일치한다.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의 목표치(이 경우엔 50%)를 찍어두고, 이것을 가능하게 할 방법을 사회적 기구에서 논의하자는 것이 그간 야당의 주장이었다. 여당 측 전문가였던 김용하 교수는 협상 막바지에 들어서 '이번을 계기로 공적연금 강화 논의를 시작하자'는 야당과 공무원노조 측 주장에 사실상 동의했단 이야기를 이날 한 셈이다.

물론 이를 두고 혹자는 토론의 결과, 합의 정치의 모습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누군가는 정치인이 아닌 학자적 태도라는 풀이를 내놓기도 하겠다. 그러나 어찌됐건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월권'이라고 했고 새누리당은 '선언'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김성주 새정치연합 측 공무원연금 특위 간사는 이날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을 만나 "합의 과정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서 "대타협을 위해 실무기구 때엔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막상 청와대가 반대하니 인제 와서 합의를 깨야겠다 싶어 부리는 궁색한 몽니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2일엔 사인했는데 지금은 왜 거부할까. 변수는 청와대밖에 없지 않나"라는 말도 덧붙였다.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왼쪽 부터),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우윤근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및 국민연금 강화를 위한 양당 대표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野 "새누리당 태도 바꿔놓은 나흘…달라진 것은 청와대의 '반대'뿐"


김 의원의 말처럼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의 태도 변화, 더 정확하게는 김무성 대표의 태도 변화는 '청와대 때문'이라는 의심을 놓지 않고 있다.

비박계 지도부가 공무원연금 개편안 합의에 최종 도장을 찍었는데 그 내용 중 일부를 탐탁하지 않게 여긴 청와대가 사실상 비토(veto·반대)를 놓자 친박계 의원들이 대거 들고 일어나며 여당 내 계파 갈등이 재점화됐다는 관측도 있다.

이는 6일 열렸던 새누리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가 협상 내용을 사전에 충분히 알고 있었는데도 뒤늦게 불만을 표시했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고, 그 직후 친박 의원들이 줄줄이 '원내대표의 협상력 부재' 등을 거론하며 반발했던 상황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이에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의 말 한마디에 여야가 함께 국민께 드렸던 약속이 헌신짝처럼 내팽개쳐졌다. 참으로 한탄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에 동조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야당 무시와 국회 무시, 의회 민주주의 무시로 정치도 실종됐다. 130여 일 간의 대화와 타협의 기나긴 여정이 청와대 말 한마디에 단 4일 만에 무산돼 버렸다"고도 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지점이 있다.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 개편안의 훌륭함을 설명하고 이를 국민연금과 굳이 연계하려는 야당을 비판하기 위해 만든 이날 기자 간담회에 많은 취재진이 기대했던 두 사람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공교롭게도 이날 간담회에 나선 여당 인사들은 대체로 '친박'으로 분류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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