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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본 껴안고 한국 '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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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본 껴안고 한국 '팽'하나?

[원광대 '한중 관계 브리핑'] 미·일 '신(新) 밀월' 시대와 한중 관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방미 행보가 연일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번 아베 수상의 방미로 일본과 미국의 '신(新) 밀월' 시대가 시작된 것이 가장 큰 사건이다. 70년 전의 '적대적 관계'에서 '부동의 동맹(unshakeable alliance)'으로 바뀌었다는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미·일 동맹이 갈수록 견고해질 것을 예측할 수 있다. 핵심은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로, 이는 동북아 지형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서로를 이용하는 미·일 '신(新) 밀월' 시대

일본은 사실 과거 미국의 적대국이었다. 제2차 세계 대전 시기, 미국이 일본에 석유 수출을 금지하자 일본은 미국과 전쟁을 결심했다. 결국 일본이 1941년 12월 7일 미 해군의 주요 주둔지인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며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였다. 결과는 잘 아는 바와 같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에 의해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하면서 끝나게 되었다. 그 후 미국은 일본의 군사적 위협을 약화시키기 위해 평화 헌법을 제정하여 일본에서 '군대'를 없앴고, 국방은 미군이 도맡기 시작했다. 양국은 이렇게 적대 관계로 시작했지만, 70년이 지난 현재는 누구보다도 더욱 단단한 동맹임을 과시하고 있다. 어떤 이유 때문일까?

미국은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 정책을 표방하며 지속적으로 아시아에서 세력을 키워가는 중국을 견제해왔다.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동참을 적극 유도하여 중국을 견제하는 것 등이 바로 그 예이다.

▲ 버락 오바마(왼쪽)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8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정상 회담을 가진 뒤 기자 회견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번에 일본과의 굳건한 동맹 관계를 재확인한 것 역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뚜렷하다. 즉, 일본을 동북아에서 미국의 대리자로 내세워 미국이 그간 유지해온 동북아의 패권 질서를 재편·강화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특히 미국은 일본의 군사적인 제재를 대폭 줄여 일본의 군사적 역량을 강화시켰다.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고, 미·일 방위 협력 지침 개정을 통해 자위대 역할의 지리적 제약을 없앤 것이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미국에게 일본을 통해 동북아를 통제한다는 것은 일석이조일 것이다.

또한 이는 일본이 그간 추구해왔던 '보통 국가'가 되는 욕망과도 부합한다. 즉, 전범국으로서 정규 군대를 가질 수 없는 일본이 이제는 스스로의 의지로 전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미국은 일본에게 무력 행사권을 부여해 중국을 견제하고, 일본은 이를 통해 보통 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는 서로의 목표가 부합한 것이다.

일본의 무력 행사권과 동북아의 안보

일본에게 '집단적 자위권 해제'라는 칼자루를 쥐게 한 이번 지침 개정은 우리뿐만 아니라 중국과 북한을 과도하게 자극할 수도 있다. 집단적 자위권 해제가 의미하는 것은 일본의 동맹국이 공격을 받는다면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여 반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한반도의 유사시에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주둔할 수도 있으며,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과거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일본이 무력 행사권을 가진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일본은 이미 두 차례 우리를 침략한 적이 있고, 현재도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일본의 자위대가 한반도의 하늘과 바다에 출몰한다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이다.

중국 역시도 미·일의 이러한 행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연일 이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지침 개정을 두고 중국은 <신화통신>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려는 의도일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미·일 동맹의 패권주의를 유지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상황 때문인지 일부 전문가들은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일과 중·러의 신냉전 체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까지 보고 있다.

한국의 선택은?

미국은 한국의 안보에 가장 중요한 협력자다. 하지만, 경제에서는 중국을 벗어날 수가 없다. 중국과의 관계는 갈수록 밀접해지지만, 미국과의 관계는 오히려 점점 소원해지는 것 같다. 이번 미국과 일본의 돈독한 관계에서도 한국은 미국에 홀대받은 듯하다.

예를 들어,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출몰 여부에 대해 우리 정부는 반드시 한국의 사전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여전히 '주권을 존중한다'는 애매한 대답만 돌아온 것이다. 이 말은 한국의 주권은 존중하지만, 긴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일본 자위대는 꼭 출동해도 무관하다는 의미이다. 오히려 한반도의 안보 문제에서 당사자인 한국의 발언권이 더욱 약화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런 시기에 미국에게 우리의 요구 사항을 강력하게 피력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과거 침략 역사에 같은 인식을 하고 있고 갈수록 밀접해지는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여 일본의 무력 도발에 대응하는 것은 어떨까? 앞으로 급변하는 정세에 한국의 현명한 선택이 절실하다.

(임상훈 교수는 현재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역사문화연구소에서 연구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홈페이지에서도 '한중 관계 브리핑'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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