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각각 '대(對)중국 견제'와 '군사대국화'라는, 각자의 목적에 부합하는 새로운 방위협력지침을 만들었다. 이로써 미국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동북아 역내 세력 간 긴장은 한층 더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일 양국 외교·국방 장관은 2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2+2 회의(외교·국방 장관 회의)를 가진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새로운 방위협력지침을 발표했다. 양국은 '변화된 안보 환경에 비춰' 협정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997년 당시 협정을 개정했을 때 고려되지 않았던 중국 변수가 반영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선 양국은 이번 지침에서 중·일 양국의 분쟁지역인 센카쿠 열도(尖角列島,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서의 충돌 가능성에 대비해 '도서(섬) 방위'를 적시했다. 지침에는 "자위대는 도서도 포함한 육상 공격을 저지하고 배제하기 위한 작전을 주체적으로 실시하고 필요가 생겼을 경우 섬 탈환 작전을 실시하며 미군은 자위대를 지원한다"고 적혀있다.
또 양국은 유사시 대응방안을 협의하는 '조정기구'를 언제든지 설치할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했다. 지침에는 "양국 정부는 새로운 동맹조정 메커니즘을 설치해 평상시부터 긴급사태까지 모든 단계에서 미군과 자위대의 활동과 관련한 정책과 운용 면의 조정을 강화하고 정보 공유에 이바지하도록 했다"라고 명시됐다.
대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넓힌 것도 주목할 만하다. 기존 1997년 지침은 양국 방위협력의 범위를 한반도와 대만 해협을 아우르는 지역으로 한정했지만, 이번 지침에서는 아예 지리적 범위 자체를 명시하지 않았다. 자위대의 활동 범위 제약이 사실상 없어진 셈이다.
다만 양국은 "미·일 양국이 각각 미국 또는 제3국에 대한 무력 공격에 대처하기 위해 주권의 충분한 존중을 포함한 국제법, 각자의 헌법 및 국내법에 따라 무력행사를 따른 행동을 취해나간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28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있어 제3국의 주권에 대한 완전한 존중을 명확히 한 것을 주목한다"고 밝혔다. 제3국의 주권은 한국의 주권을 의미하는 것이며, 따라서 일본 자위대가 자위권을 발동한다고 해도 한반도 안보와 관련된 상황에서는 한국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이 지침에 포함됐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제3국의 주권'에는 한국의 주권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미·일을 제외한 제3국의 주권이나 국제법을 준수하겠다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닌, 당연히 지켜야 하는 항목이다. 따라서 한국을 배려해 양국이 이같은 조항을 명문화시켰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지침에 한국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문제가 거론됐을 때부터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 주변지역에서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경우 한국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해왔고 실제 이번 방위 지침에도 이 사항을 명시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17일 한미일 3국의 '3자 안보토의'(DTT) 직후 공개한 공동보도문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 "제3국의 주권을 존중하는 것을 포함해 국제법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데 동의했다"라고 명시되면서 한국 정부 입장이 사실상 무시된 바 있다. 이번 지침 개정도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서 나온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