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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개혁, 왜 고통 분담을 강요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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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연금 개혁, 왜 고통 분담을 강요하는가?

[민교협의 정치시평] 공무원 연금 개혁, 이렇게 가야 한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부터 기초연금 공약이 파행으로 치닫더니 이제는 공무원 연금 개혁을 놓고 뜨거운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기초연금을 느닷없이 국민연금과 연계함으로써 우리나라 사회 보장 제도는 복잡하게 엉키기 시작했다.

국민연금은 가입자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하여 법에 정해진 보험료를 납부하여 이루어지는 사회 보험 제도이다. 이에 반해 당시 기초노령연금은 공공 부조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것은 모든 노인에게 일정액의 연금을 지급하는 사회 수당 방식의 제도였다. 그러니까 공공 부조에 머물러 있던 기초노령연금을 사회 수당 방식으로 전환하여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 원씩 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재정 조달의 난감한 문제 때문에 국민연금 급여와 합산하여 기초연금의 액수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귀결된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되니 이것이 기초연금인지 기본 연금인지 국민연금의 부가 연금인지 도무지 헷갈리게 되었다.

그러다가 공무원 연금의 급여 수준이 너무 높아서 정부의 재정 조달이 어려워졌다는 명분 때문에 정부와 여당은 상대적으로 급여 수준이 낮은 국민연금과 선정적인 비교를 통하여 공무원 연금의 급여 수준을 낮추겠다는 개혁 아닌 개혁안을 제시하여 야당과 협의해 왔던 것이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공무원 연금은 역사적 연혁도 다르고 보험료율이나 급여율도 모두 다른 별도의 제도인데 갑자기 급여 수준을 맞춰야 할 것 같은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공무원을 타격하는 희열을 느끼는 듯 언론은 정부와 여당의 주장을 받아쓰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국민들의 노후를 위하여 모든 공적 연금 제도를 통합하려는 것도 아니고, 단지 공무원 연금에 정부의 부담금이 부담스럽다거나 국민연금에 비해 급여를 많이 받는다는 식으로 매우 선정적인 이유를 들어 오히려 노후 불안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제도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역사가 제법 쌓이게 되면 더욱 그렇다. 공무원 연금은 이미 1960년 1월 1일 법률이 제정되어 시행되었으며, 국민연금은 1973년 국민복지연금법으로 제정되었으나 시행되지 못하고 1986년 국민연금법으로 '전부 개정' 되어 1988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공무원 연금 및 연금 제도 일반을 둘러싼 논쟁들을 이해하기 위하여 몇 가지 사항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보험 원칙과 부양 원칙

국민연금과 공무원 연금 모두 보험 방식으로 운영되어 왔다. 그러므로 국가의 사회 보장 제도이지만 보험 원칙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 급여 비용이 가입자의 기여금과 사용자의 부담액으로 충당되어야 할 것이다. 공무원 연금도 가입자인 공무원의 기여금과 사용자인 정부의 부담금을 합하여 연금 급여 비용을 충당해야 할 것이다. 보험료로 납부한 총액과 급여 총액도 어느 정도는 상등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독일의 경우 공무원 연금은 부양 원칙을 적용하여 연금 급여에 소요되는 비용을 전액 국가가 부담한다. 중국의 경우도 그렇다. 이것은 공무원이 국가를 유지하기 위하여 특별한 기여와 희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보험 원칙을 기준으로 볼 때, 공무원 개인의 보험료 납부를 국가가 대신해 주는 것이 된다. 우리나라도 일반 사기업보다 낮은 보수를 받는 공무원들에게 노후 부양을 위해 비교적 후한 연금 급여 조건과 수준을 유지해 왔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일정한 정도는 부양 원칙이 적용되어 왔다.

그러므로 이번 개혁에서 공무원 연금의 부양 원칙을 어느 정도 포기 또는 유지, 강화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군인 연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정부의 입장은 이를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가입자들과 합의가 우선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공무원의 사용자는 정부

사회 보험에 관련되는 주체는 가입자(근로자), 사용자, 정부이다. 이 중에서 사회 보험의 재정 부담은 단독 부담, 양자 부담, 삼자 부담의 모델이 있다. 세계적으로 보면 대개 산재 보험과 실업 보험은 사용자의 단독 부담으로 하며, 제도에 따라서 3자 부담인 경우도 있었다. 대개의 사회 보험은 가입자와 사용자 양자 부담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 공무원 연금은 완전 부양 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가입자인 공무원과 사용자인 정부가 50%씩 보험료 부담을 한다. 그런데 지난 3월 25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 그동안 정부가 공무원연금기금을 부당하게 사용해 온 것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것은 보험 관계에서 봤을 때, 공무원노조가 기금 조성의 파트너로서 정부의 책임에 대해 심각하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공무원들에게 월급에서 매월 연금 보험료를 징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부도 정확하게 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부분에 대하여 정부가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배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기득권이 아니라 기대권

연금 제도는 장기간에 걸쳐 적용되는 사회 보험이다. 따라서 가입할 때부터 퇴직 후 노후 소득 보장에 대한 기대권을 갖게 된다. 그러므로 연금 제도를 변경할 때에는 기존 가입자의 각종 조건을 보장하는 것이 기본이다. 즉, 소급하여 가입자에게 불리하게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도 위배된다.

흔히 공무원 연금을 비판하면서 기득권 운운하는 것은 썩 적절치 않다. 기득권이란 이미 확보한 권리다. 그러나 연금 수급권은 미래에 대한 기대권이다. 즉, 노후의 보장을 기대하며 현업에 종사하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기대이지만 이미 가입할 때 보험료 납부와 연금 수급의 공식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미래에 발생할 결과에 대해 예측이 가능한 것이며 이에 대해 권리성을 인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듯 연금 제도는 미래에 대한 기대를 보장하기 위하여 신뢰를 전제로 오랜 시간 동안 의무를 이행하는 제도이다.

고통 분담보다 행복 공유

무릇 연금 제도는 정년 또는 장애 등으로 인하여 소득이 중단될 때를 대비하여 소득이 있을 때 저축하듯이 적립했다가 법정 요건이 발생하면 연금을 받는 제도이다(적립 방식). 물론 적립해 놓은 기금이 고갈되면 부득이 보험료를 납부하는 세대가 더 부담할 수밖에 없다(부과 방식).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수정 적립 방식이어서 적립 방식으로 시작했다가 기금이 고갈되는 시점에 부과 방식으로 전환하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므로 연금 기금의 고갈이 문제가 아니라 고갈 시점이 문제가 된다. 2007년 노무현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의 고갈 시점을 늦추기 위해 보험료율을 인상하고 연금 급여율을 낮추는 국민연금 개혁을 단행했다.

노무현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과 현 정부의 공무원 연금 개혁의 공통점은 국민의 노후 보장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연금 재정을 안정화시키는 게 주목적이다. 공무원 연금 개혁의 저변에 깔려 있는 발상은 일종의 고통 분담이다. 공무원 연금의 수준이 높으니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춰 일반 국민들의 연금 수준과 균형을 맞추자는 발상이다.

고통 분담보다 행복 공유가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즉, 수준 낮은 국민연금을 공무원 연금 수준에 가깝게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더 발전적인 발상이 아닐까 싶다. 물론, 여기에는 국민 개인의 부담과 국가의 책임성이 더 높게 담보되어야 한다. 제로섬(zero sum)도 아닌 마이너스섬(minus sum)의 제도 개혁은 강한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플러스섬(plus sum)의 개혁을 바라는 것은 너무 지나친 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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