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원외교 국정조사 청문회가 여야 간 증인 협상 파행으로 시작조차 못 할 위기에 놓였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이명박 전 대통령 등 핵심 증인 5명 요청을 '정치공세'라며 철벽 방어함과 동시에 문재인 대표와 정세균 의원 등 참여정부 인사 50여 명을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23일 오전 10시께 시작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간사단 증인 협상은 1시간도 채 안 되어 중단됐다.
협의 자리에서 야당 측 간사인 홍영표 의원은 "국정조사 과정에서 거론되지도 않았던 문재인 대표와 정세균 의원, 정동영 전 의원을 요구하는 것은 '물타기'식 요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자 여당 측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 이상득 전 의원,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요구하는 것은 '정치공세'일 뿐"이라고 맞받아쳤다.
권 의원은 이어 "야당이 제출한 증인 160명 중에는 돌아가신 분도 2명이나 있다. 얼마나 허술한 정치공세인지 드러났다"면서 "최태원 SK 회장도 신청했다가 철회했는데 아마 로비(를 받고 철회)했을 것"이라는 설익은 주장마저 꺼내놨다.
고인 2명이 증인으로 신청된 것과 관련해서 홍 의원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양측은 이처럼 '참여정부 얘기 그만하라', 'MB 정부 대변인으로 왔나' 라며 공방을 계속했으며, 결국 권 의원이 "저도 문재인 대표 등이 채택 안 되면 안 하겠다. 파기되면 야당이 책임지라"라고 선언하며 협상장을 박차고 나갔다.
"이명박 나오라고 했더니 문재인 나와라…구조 방해 위한 물타기"
이후 양측은 각각 기자회견장을 찾아 장외 공방을 이어갔다.
권 의원은 협상장을 나와 기자회견장으로 직행, "야당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소위 5인방에 대한 증인채택을 동의하지 않으면 국정조사가 의미가 없다는 주장을 펴서 협상이 결렬됐다"면서 "이것이 대한민국 정치 발전과 국격을 위해 바람직한지 국민들께서 판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상득 전 부의장은 자원이 거의 없는 대한민국을 위해 자원 부국을 쫓아다니며 거의 구걸하다시피 하는 자세로 우리 기업들을 도와줬을 뿐"이라면서 (해외 자원개발은) "잘못 수립된 정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집행 과정에서 공기업 직원의 전문성 부족으로 손해 본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야당 국조특위 위원인 최민희 의원과 박완주 의원은 홍 간사와 함께 이날 오후 1시 40분께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이들은 "이미 밝혀진 사실을 허위주장으로 호도하고 진실을 밝히려는 국정조사가 아닌 물타기와 야당에 대한 공격반으로 일관하는 적반하장식 정치공세를 지속하는 것은 다름 아닌 새누리당"이라고 반박했다.
홍 의원은 "천문학적 국민 혈세 낭비를 초래한 이명박 정부의 VIP 자원외교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상득 전 특사, 박영준 전 차관, 최경환 장관, 윤상직 장관 등 전·현직 실세들이 주도했다는 것은 국민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며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 국조를 넘어서려면 이들이 청문회에 나와 국민 앞에 모든 의혹을 남김없이 해명해야 한다"고도 했다.
문재인 대표 등 야당 인사들을 새누리당이 요구한 데 대해선 "누구라도 성역없이 조사해야 한단 것이 기본 입장"이라면서 "그러나 그간 언급도 되지 않은 인사를 청문회에 소환하려는 것은 국조 방해 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양측은 상대의 요구가 전향적으로 바뀌어야만 회동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24일로 예정된 국조특위 전체회의조차 개최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홍 의원은 "새누리당의 답변을 더 기다려봐야겠지만 특위 차원에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24일 열릴) 여야 지도부 간 논의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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