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애물단지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분노만큼이나 새정치연합에 대한 냉소도 짙다. 제1야당이 당면한 현실이 이렇다보니 야권 지형은 늘 불안정하다. 저변 확대를 위한 중도화를 주창하는 이도 있고, 분명한 진보·개혁 세력으로서의 위상 재정립을 주문하는 이도 있다. 모두 새정치연합의 틀을 유지한 해법이다.
그런가 하면 '외부 충격'이 차라리 더 현실적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최근 '새로운 진보적 대중 정당'을 들고 나선 '국민모임' 얘기다. 과거 '외부충격론'을 강조하며 추진했던 안철수 의원의 '제3신당'과도 다르다. 안철수 신당이 기존 양당의 존재를 인정하며 중도보수의 틈새를 파고드는 다당제 구도를 지향한 반면, 국민모임은 진보-보수 양당체제를 지향한다. 새정치연합은 이들에게 소멸 대상이다. 그만큼 급진적인 야권 재편을 도모한다.
19일 만난 김세균 국민모임 공동대표(서울대 명예교수)는 "새정치연합 내 혁신은 불가능하다"고 거듭 단언했다. "새정치연합 내 좌파는 당내 '우파를 즐겁게 해주는 좌파'에 불과하다"면서 '어쨌거나 함께한다'는 새정치연합 식 "폼잡기가 외려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진보 정당이 살길은 시장 만능주의로 누적된 대중의 진보적 열망을 키워가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와 같은 민주-반민주 구도가 아닌, 신자유주의에 대한 입장과 태도를 기준으로 진보-보수가 구분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 관점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단절된 것이 아니라 계승·발전된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정동영 전 의원 등 거물급 정치인의 참여에 대해선 "N분의 1로 참여하는 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기성 정치인의 참여보다 중요한 것은 젊은 신인을 발굴하는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생각. '새 인물'과 '진보적 강령'으로 승부를 걸겠단 얘기다.
현실은 녹록해보이지 않는다. 김 대표는 4월 전에 창당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 아니라고 했다. 당초 국민모임은 4월 재보선에서 3곳에 모두 후보를 내겠다는 방침을 밝혔었다. 그러나 수도권 선거의 복잡성 등을 감안, 김 교수는 새정치연합의 지지기반인 광주 서구을에 우선적으로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선명한 진보 정체성의 깃발만 높이 들었을 뿐, 돈과 조직, 인물로 구체화되는 창당 작업과 선거 대응의 현실적인 조건들도 빈약해보인다. 좋은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자칫 실패할 경우 진보 세력 전반에 대한 냉소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얘기다.
김 교수의 나이 올해 68세(1947년 생). "10년만 젊었어도 펄펄 날아다닐 텐데…"라며 멋적게 웃었다. 2004년 총선에서 전성기를 맞았던 진보정당 운동이 10년 간의 쇠락 끝에 노학자를 정치 일선에 불러낸 셈이다. 이른바 '현실 정치'와 진보진영이 처한 조건으로 '국민모임'의 정치 실험을 폄하하긴 쉽다. 그러나 분노하지 않고 꿈꾸지 않는 '낡은 진보'에게 칠순을 앞둔 진보학자의 '결행'은 그 자체로 성찰의 질료다.
다음은 지난 19일 만난 김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편집자
"중도자유주의 정당, 왜 필요한가…보수-진보 구도로 재편돼야"
프레시안 : 일평생 진보 학자로 진보 운동에 매진했지만 창당 주도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세균 : 마음이 무겁다. 책임이 무겁다. 최소 60세 이상은 마음은 젊더라도 후견인 역할을 하고 다양한 젊은 사람들을 앞세워서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미래의 정당 되기 위해선 청년들이 많이 들어와야 한다. 일단 우리는 산파 역할이다. 신당추진위 경우도 공동대표로 나와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신학철 화백이 하고 하고 있지만 실질도 그렇고 내부에서도 위원장이나 이런 위치에는 젊은 사람들이 맡도록 바꾸려고 한다. 물론 나이 든 선배들이 자기들의 경험을 돌이켜보면서 후배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해주는 역할도 중요하다.
프레시안 :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국민모임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안다. 정부의 무능이 참사의 본질인데 왜 새정치연합 비판에 포커스를 두게 됐나?
김세균 : 지금의 새정치연합은 야당이라기보다는 제2 여당으로서의 기능을 하는 측면이 강하다. 130명이나 있는 거대 정당임에도 역사상 가장 취약한 정치력을 가진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특별법 1차 협상, 2차 협상을 지켜본 많은 이들이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을 향한 분노 이상으로 새정치연합에 대한 실망감을 느꼈다. 세월호 광화문 농성장에 많은 인사가 자발적으로 모였는데 그 중에선 새정치연합 ‘해체 투쟁’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격분도 나왔었다.
새정치연합과 같은 중도자유주의 정당이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제2 정당으로 존재할 필요가 있나 하는 회의가 든다. 새정치연합은 과거 독재정권 시절 형성된 민주-반민주 대립 구도 속에서 만들어진 당이다. 그런데 오늘날 대립 구도의 본질은 민주-반민주가 아니다. 시장 만능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입장에서 보수와 진보가 갈린다. 쉽게 말해 신자유주의를 지지하면 보수이고, 신자유주의와 결별하자고 하면 진보다.
지금 저 자유주의 정당(새정치연합)은 신자유주의를 적극 밀어붙였던 세력이지 않나. 신자유주의 체제로의 한국 사회 재편이란 관점에서 보면,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단절된 게 아니라 계승·발전된 정권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새정치연합도 이명박 박근혜에 반대하는 야당 역할을 하려다 보니 신자유주의를 견제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불투명한 노선과 정체성 문제는 여기서 생겼다.
한편으로는 통진당 사태로 패권주의와 종북주의 문제가 드러난 이후 한국 진보정치도 하나의 역사가 끝났다고 본다. 우리사회에 닥친 객관적 상황은 어느 때보다 진보 정치가 활성화돼야 한다. 그러나 가장 최저점에 떨어져 있다. 세월호 참사 때 나타났던 여러 진보적 열망을 모아서 새로운 진보정치의 활로를 개척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했다.
분열된 진보정치를 재통합하려는 노력도 실패했고, 자주파 또는 엔엘(NL) 주도의 진보 운동은 아예 파산한 상태다. 평등파에도 문제가 없다는 건 아니지만 주도 세력이 자주파였던 만큼 이들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다. 2000년 창당 후 때때로 민주당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보이던 민주노동당은 당내 주도 세력인 NL의 패권 문제로 내분이 계속됐다. 여기에 종북 논란까지 겹치며 스스로 파산한 셈이다. 파산은 해산을 결정한 헌법재판소가 내린 결정이 아니다. 그 전에 이미 파산 상태였다.
"새정치연합 내 좌파는 '우파를 즐겁게 해주는 좌파'일 뿐"
프레시안 : 신당 창당보다는 기존의 야당 개혁이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세균 : 새정치연합 내에서의 혁신은 불가능하다. 이미 지난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보편적 복지와 같은 진보적 강령을 얘기하는 이인영 당 대표 후보 등 김근태 계열도 혁신 동력이 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당내 개혁'을 말하며 정동영 전 의원의 탈당을 비판했지만, 과거 '새 기풍'을 말하며 민주당에 들어갔던 386세대의 문제의식도 애초와는 많이 달라졌다. 안보는 보수, 경제는 중도, 사회정책은 진보란 식의 '잡탕'을 내놓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새정치연합 내 좌파는 '우파를 즐겁게 하는 좌파'에 불과하다. 우파 입장에선 '이런 사람과도 함께하고 있다'는 폼을 잡을 수 있게 해주는 좌파다.
이젠 새정치연합 내 보수 블록과 진보 블록이 양분되는 게 맞지 않나. 당내엔 정동영 전 의원처럼 신자유주의와 결별해야 한다는 이들도 있고, 새누리당과 사상적으로 거의 비슷한 인사도 있다. 그런데 제1야당으로서 가진 기득권과 계파 이해, 친소 관계 등에 얽혀 스스로 당을 해체할 능력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외부에서 강력한 신당이 출현해 새정치연합에 엄청난 충격파를 가하는 게 차라리 현실적이다. 그래야 '이러다간 우리가 무너지겠다'는 구체적 위협을 느낄 것이다.
영국에선 과거 보수당-자유당 양당 체제였다가 노동당이 생겨났고, 그 노동당이 자유당을 대체 해 보수당-노동당 양당 체제 속에서 집권도 했다. 우리 또한 진보적 신당이 올라와 새정치연합을 대체하는 영국 모델로 갔으면 한다. 국민모임의 신당은 제3당이 되고 마는 것이 아닌 제1야당을 목표로 한다. 더 나아가 이에 기초해 수권 능력을 키워 정권교체도 할 수 있는 정당으로 키워보려고 한다.
"기존 진보정치 세력에도 재편 동력 없어"
김세균 :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고 하질 않나. 문제는 현재 진보정치 내에도 재편을 위한 자체 동력이 없다는 점이다. 맡겨놓으니 안 되겠더라. 일단은 우리가 새 흐름을 만들어내면 합류하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이 되지 않겠나.
정의당과도 기회가 되면 만날 계획이다. 천호선 대표가 공식 회동을 하자고 연락이 왔다. 심상정 의원과 노회찬 전 의원 또한 진보 재결집에 좋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다만 정의당은 우선 진보 재결집 능력과 의지가 부족했다는 자기 평가를 우선해야 할 것이다. 이전에 다 하지 못한 숙제를 풀겠다는 적극적 자세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사실 이번 창당 작업, 즉 진보정치 재편 과정에 주도적 역할을 해줘야 하는 건 누구보다 무당파 진보인사들이다. 노동계 안을 봐도, 정의당이나 노동당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이들이 꽤 된다. 이 사람들의 제안으로 모든 진보 정당들의 각 정파를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창당을 위해 각 정파에 연석회의를 제안하려 한다. 통합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노동계 참여 절실하나 배타적 지지 바라지 않는다"
프레시안 : 과거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에 힘입은 바 크다. 연로한 진보 명망가들 외에 '국민모임'의 지지 기반이 빈약해 보인다.
김세균 : 당연히 조직 노동자들의 힘과 참여가 필요하다. 다만 과거와 같은 '배타적 지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당 운동을 하는 이들에겐 배타적 지지에 대한 유혹이 어쩔 수 없이 생긴다. 잘 하건 못 하건 우리만 지지하는 배타적 지지, 얼마나 편한가. 하지만 우리는 어떤 조직적 결정이 아닌 자유로운 정치 판단으로 많은 노동계 사람이 신당에 참여해주길 바란다.
개인적으론 민주노총이 과거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을 유지하던 때에도 이를 반대했었다. 어떻게 대중 조직인 민주노총이 한 정당만 지지할 수 있나. 게다가 배타적 지지는 수동적 당원을 만든다. 진보정당 운동엔 관심이 없는데도 조직 방침을 따라 민주노동당 당원이 되다 보니 '돈만 대고 표만 줬다'는 얘길 하는 조합원들도 적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은 민주노총이 어느 정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고 싶어도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민주노총 내엔 통진당 지지 그룹이 여전히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물론 국민모임이 '통합'을 표방하는 이상 '비(非)통진당 계열의 진보 정당'을 내세우더라도 노동계 내 통진당 지지 그룹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신당은 조직 노동자뿐 아니라 수많은 미조직 노동자들도 포괄하고자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민주노총이 아직 담아내지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정당이 되면 좋겠다. 이는 신당이 '투쟁하는 정당'이 되기 위해서도 매우 절실한 과제다.
"신당, 예상보다 더 큰 지각변동 일으킬 수 있다"
프레시안 : 진보 통합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한 창당이 아닌 제1야당 교체를 할만한 당을 만드는 건 당위만으로는 되는 일이 아니다.
김세균 : 아무리 당위적으로 필요해도 안 되는 시기가 있고 어떤 시대적 조건 속에서 일이 막 추진될 때가 있다. 나는 지금이 그런 때라고 본다. 기성의 모든 것들이 무너지고 있는 시기다. 경제는 물론, 정치도 보수와 진보할 것 없이 무너지고 있다.
오케스트라나 연극을 보면 1악장에서 4악장 또는 1막에서 4막 같은 게 있다. 보통 3막에 주인공이 큰 위기에 처한 후 마지막에 반전해 절망적 상황에서 벗어난다. 1987년 이후 한국 정치에서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의 10년이 1막이라면 DJ-노무현 정부 시기는 2막이었다. 그리고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3막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은 '여기서 반전하지 않으면 다 죽는다'는 생각으로 사람들이 마음을 먹는 4막의 시기다.
이런 마음을 잘 결합해 나가면 순풍에 돛 단식으로 일이 진행될 수 있다.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신당이) 더 큰 성과나 더 큰 지각 변동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금이야말로 '주체적인 구성의 정치'가 활발하게 전개될 수 있는 때다. 이런 시기는 잘 오지 않는다.
"'정동영 신당' 아니야…정동영 또한 N 분의 1일 뿐"
프레시안 : 정동영 전 의원 등 과거 민주당에 몸 담았던 이들의 합류를 두고도 평이 무성하다. 기존 정당에서 밀려난 인사들의 정당, 더 나아가 '정동영 신당'이란 평가도 있다.
김세균 : 국민모임은 세 불리기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정 전 의원과 같은 기성 정치인을 마구 끌어들여야 한다는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정 전 의원 등 구민주당계 또한 N 분의 1로 참여하는 것이다. (어떤 정치세력이라고 해서 창당 과정이나 신당에서 특별히 많은 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의미-편집자)
다만 정 전 의원은 2010년 8월 반성문을 쓴 이후 그 진정성을 보이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진보적 대중 정치인으로 다시 태어나려는 노력을 일관되게 했다. 정동영이 대중적 정치인이라서 (새 진보정당을) 같이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렇게 새로 태어난 정동영과 함께하고 싶은 것이다.
정 전 의원은 그가 밝힌 대로 신당에서 밀알 역할을 할 것이다. 이번 신당 운동 또한 정 전 의원에겐 검증대다. '사의보다는 대의를 위한다'는 진정성을 다시 한 번 증명해 검증만 통과한다면 이후 얼마든지 새 기회가 올 수 있다. 이는 신당뿐 아니라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다. 안철수 신당이 이미 그 한계를 보이질 않았나. 당 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상관없이 정당은 민주적이고 집단적인 리더십으로 운영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인 발굴…호남에서 '새 후보' 반드시 낸다"
프레시안 : 그렇더라도 지금 국민모임에 참여 인사들의 면면이 과거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에서 전성기를 보냈던 올드한 이미지의 인사들이 많다.
김세균 : 사실 이들보다 중요한 것은 신인을 발굴하는 일이다. 재집권을 눈앞에 두고 있는 그리스의 시리자(급진좌파연합이자 현재 그리스의 제1야당) 당수 알렉시스 치프라스는 올해 나이가 마흔이다. 이런 젊은 당이 나라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앞으로 우리 신당에서도 젊은 세대가 주력을 맡길 바란다.
프레시안 : 4월 재보선 적극 대응을 선언했다. 선거가 치러지는 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 중원, 광주 서구을에 모두 후보를 내나.
김세균 : 4월 보선은 아까 말한 정파·정당 연석회의에서 대응책을 논의하려고 한다. 창당 작업을 4월 선거 전에 완료하려는 계획이 아니다. 연석회의 차원에서 어떤 후보를 지지할 것이냐를 결정할 것이다. 형식적으로 무소속 후보를 우리가 지지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새정치연합과의 야권연대는 없다. 새정치연합을 대체하려는 것인데 연대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
3곳 지역구에서 모두 우리가 지지하는 후보를 세울 수 있느냐는 새정치연합이 어떤 후보를 내느냐 등의 주변 조건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게 될 것이다. 다만 광주는 반드시 새로운 후보를 낼 것이다. 이는 호남 정치의 물갈이란 차원에서 중요하다. 호남에선 새정치연합이 여당이라고 하지 않나. 이곳을 지역구로 하는 새정치연합 의원들 중엔 지역 토호 출신이 많다. 이젠 호남 주민도 새정치연합에 대한 커다란 거부감을 느끼게 돼 '물갈이'를 해야 한다는 인식도 상당하다고 한다.
신당에 정동영·천정배 두 정치인이 참여하면 다음 총선에선 호남 물갈이를 대폭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호남이 만드는 의석수가 30석인데 내년 총선에선 이들을 물갈이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새정치연합 일각에선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정 전 의원에 이어 또 탈당할까 싶어서 비상이 걸렸다는데 나는 나올 거(탈당)라고 확신한다.
"최대공약수 찾지 않고 진보 정강·정책 꾸준히 설득하는 게 살 길"
프레시안 : 국민모임이 대중에겐 상당히 강경한 진보 이미지로 비쳐진다. 자칫하면 '대중적 진보정당'이란 표어와 달리 상당히 왜소해질 수도 있다.
김세균 : 중요한 건 대중들이 가진 급진적 열망을 고양해 나가는 것이다. 대중은 보통 이중적이다. 보수적 열망도 있고 진보적 열망도 뒤섞여 있다. 시대에 따라서 보수적 열망이 전면으로 나오기도 하고 진보적 열망이 앞서 오기도 한다. 예를 들면 한때 '잘 살아보자', '부자 되세요'와 같은 보수적 열망이 표출됐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신자유주의 피해가 누적되며 진보적 열망이 올라오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를 보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를 묻자 36%가 빈부격차 심화를 꼽았고 25.6%는 실업·고용 불안을 지목했다.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선결 과제로는 28.3%만이 경기회복을 꼽았을 뿐, 50%가 넘는 이들이 빈부격차 해소와 복지 강화를 원했다.
일반적으론 정당의 정강·정책은 대중의 보수적 열망에 맞추는 게 현실적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하면 당이 통째로 보수화된다. 정강·정책을 세우는 데 있어 참여자들의 최대공약수를 찾으려고 하면 정체성도 흔들린다. 새정치연합이 바로 그런 것 아닌가. 대중의 진보적 열망을 격발시킬 수 있는 정강·정책을 지속해서 설득하는 게 진보정당이 살길이다.
물론 급진적 개혁안을 내놓으면서도 대중에게 신뢰를 주는 것도 필요하겠다. '아 저 사람들이 집권하면 분명히 저걸 추진해 낼 거다'란 신뢰를 줘야 한다. 일각에선 신당이 자리 잡는 데 긴 시간이 걸릴 거라고도 한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생각보다 지각변동에 대한 요구가 신속하게 모이는 시기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구성의 정치가 필요한 시기다.
프레시안 : 신자유주의는 학술 표현이지만 대중들을 설득하는 정치적 용어로는 추상적이다. 국민모임이 표방하는 반(反)신자유주의의 수위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예를 들어 설명해달라. 가령 재벌 개혁의 수위는 어느정도로 생각하나?
김세균 : 개인적인 생각으로, 재벌을 해체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만들자는 것은 진보적 대안이 아니라고 본다. 재벌 그룹을 잘게 자르는 것엔 동의하지만 전문경영인이 맡으면 친노동자 기업이 되겠나? 재벌 해체와 전문경영인 도입 역시 신자유주의적 개혁안이다. 재벌 개혁에 대한 국민적 정서를 밑바탕으로 노사 공동 경영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방안 등 여러 가지를 논의해 볼 수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