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등 진보적 지식인과 활동가들이 주축이 된 새 '대중적 진보정당' 추진 활동이 공식화 수순을 밟고 있다. 특히 이들이 지난 2008년 17대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섰던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영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모이고 있다.
김 교수는 27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아직 공식화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지금 새정치연합이 있고 진보정당이 몇 개 있지만, 야권이 이 구도로는 아무 것도 안 된다. 이 구도를 넘어서 새로운 진보정당이 형성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문제 의식(에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서강대 손호철 교수는 "진보정당은 비전 없이 표류하는데다 새정치연합은 위기를 맞고 있으니 시민사회 차원에서 촉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새 진보정당 추진세력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이들은 28일 함세웅 신부, 명진스님 등 종교계와 시민사회 원로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찬 간담회를 열어 전반적 방향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며, 내달 3일 각계 인사 100여 명이 참여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움직임을 공식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들은 정동영 상임고문의 새 진보정당 참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학교수는 "교감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 고문은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과거의 신자유주의 노선에 대해 가장 비판적이고, 당 내 진보 노선을 끌어왔다. 같이할 수 있으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고문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제안을) 건너서 들은 정도"라며 "구체적 내용을 현재로서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제가 뭐라고 하기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다. 정 고문은 이른바 '호남 신당설'에 대해서는 "제1야당이 국민들의 기대를 못 채워주고 있고, 그 점에서 실망감이 많이 표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정 고문의 한 측근은 "새 진보정당 창당에 대해 정 고문이 딱히 어떤 입장을 가진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누가 참여하나? 노동계 김영훈·이수호, 시민사회 박래군 등…권영길은 일단 고사
노동계에서는 김영훈·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새 진보정당 추진에 뜻을 함께하기로 했다. 김 전 위원장은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에 공감하는 이들의 서명을 받는다고 해서, 나는 거기에 공감해 '같이 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지금의 진보정당이나 야당이 희망을 주지 못하는 모습을 각성하라는 것"이라며 "새로운 정당 건설이라기보다는 기존 정당들에 대한 촉구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도 참여 의사를 타진받았으나 "원칙적으로는 동의하고 김 교수가 하는 일이 잘 되기 바라지만, 현 상태에서 내가 함께하기는 좀…(어렵다)"며 "국민들은 내가 정계 은퇴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신당에 참여하면) 정치 재개로 보지 않겠느냐"고 고사 의사를 밝혔다. 권 전 대표는 "다음에 (관련) 성명을 낸다든지 할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이밖에 시민사회 및 언론계에서는 박래군 인권재단 상임이사,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김중배 전 문화방송(MBC) 사장, 최갑수·조돈문 교수, 정지영 영화감독 등이 참여하고 있거나 참여 의사를 타진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의 진보정당들과는 현재까지 당 차원의 논의가 진행되지는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정의당 고위관계자는 "공감대가 없다. 저도 건너서 들은 정도"라며 "당에 소속돼 있지 않은 분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고 했고, 노동당 측에서도 공식 제안을 받은 바 없다고 했다. 통합진보당에 대해서는 추진세력 측에서 '현실적으로 참여시키기 어렵다'며 사실상 제외시킨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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