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운하 보고서 위·변조 논란을 둘러싼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과 박근혜 전 대표 측의 대치가 전면전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전 시장 측은 보고서 유출과 유통 과정의 배후로 박근혜 전 대표 측을 지명하고 나선 반면, 박 전 대표 측은 이를 '얕은 꾀'라고 일축하며 반박하고 나섰다.
"원점에서 다시 수사하라" vs "책략으로 위기회피 급급"
이재오 최고위원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결혼정보회사 대표가 정치공작 정보회사도 아니고 남이 시집 가고 장가 가는 것을 중매하는 회사가 야당 대통령 후보의 선거공약을 언론사 기자에게 넘겼다고 믿는 사람이 있겠느냐"면서 "청와대는 즉각 수사의 지휘주체를 대검 중수부로 옮겨야 한다"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이런 엄청난 사건을 수자원공사 직원 하나, 결혼정보회사 사장 하나의 책임만을 묻고 끝내려는 것이 아니냐"면서 "관련된 배후, 조작과정, 유통과정에 대해 원점에서 다시 조사해야 한다"고 '정치적 배후설'에 힘을 실었다.
박형준 대변인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결혼정보업체 사장이라는 분이 그냥 일반 업체의 사장이라기보다는 특정 시민단체의 청년연합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면서 "그 청년연합에는 여러 정치적 관계를 가진 그런 분들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개인적 관심에 의해 보고서를 받았다고 생각하긴 대단히 어렵다"고 주장했다.
경찰 조사 결과 보고서 유출 과정에 관여한 결혼정보업체 퍼플스 대표 김현중 씨가 친박근혜 계열인 뉴라이트 청년연합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이 단체 관계자를 통해 박근혜 캠프에 보고서를 흘렸다는 캠프 내 일각의 주장과 같은 맥락의 발언이다.
박 대변인은 "우리는 이 사태를 이명박 캠프와 박근혜 캠프 사이의 갈등으로 몰아가려는 게 아니다. 공동전선을 펴 정치공작의 실체를 밝히는 데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우리가 계속 질문해 왔던 것은 지난 5월31일 신분에 이 보고서가 보도되기도 전에 어떻게 박근혜 캠프 쪽에서 이 보고서의 존재를 알고 수자원공사 쪽에 공개할 것을 요구했는가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박 전 대표 측의 유승민 의원은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해 "수자원공사 보고서의 존재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사람이 그 당시에 알고 있었다"면서 "보고서의 존재에 대해 저에게 말한 분이 누구인지는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드러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 당당하게 밝히겠다"고 일축했다.
유 의원은 "지금은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장 씨도 아니고 김 씨도 아닌 어떤 분에게 그 보고서의 존재를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수자원공사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만든 것이 아니겠느냐. 나중에 이명박 후보가 대선후보가 된다면 그 때 가서 공격하려고 만든 것이 아니냐. 그러니 빨리 밝혀라'고 요구한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명박 캠프는 박근혜 전 대표가 김정일 위원장, 노무현 대통령과 짜고 이명박 후보를 공격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들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주장"이라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면 오히려 이명박 후보에게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역공했다.
그는 "이 정권은 정권연장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한나라당 후보는 김대업 같은 사람이 10명 나와도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흠 없는 후보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재원 대변인도 기자회견을 통해 "이명박 후보의 급격한 지지율 추락은 본선에서 역전을 초래할 수도 있는 개인적인 흠과 허물, 그리고 대운하 공약의 허점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의 참모들은 성실하게 해명하는 대신 온갖 얕은 꾀와 책략, 모략적인 반응으로 위기를 회피하는 데 급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결혼정보업체 김현중 대표가 우리와 가깝다느니, 안 가깝다느니 하는 말이 있는데 전 국민의 30%가 우리와 가까운 분들"이라며 "그런 의혹을 제기하기 전에 입증할 자료를 먼저 제출하라"고 받아쳤다.
무한대치 속 지도부-대선주자 5인 회동
양 캠프의 대치가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날 저녁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강재섭 대표 주재로 지도부-대선주자 5인 회동을 열어 갈등의 '봉합'을 시도할 방침이다.
권영세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고사성어를 잊어선 안 된다"며 "지금 여권에선 별별 후보들이 대선후보를 자처하고 있다. '김대업 공작'에나 기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후보들께 부탁드린다. 국민과 당을 먼저 생각하라"고 양 진영의 '자제'를 촉구했다.
한편 경기지방경찰청 수사과는 이날 오전 언론사 기자에게 보고서를 넘긴 결혼정보업체 대표 김현중 씨의 사무실과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단순히 대학후배라는 친분관계로 언론사 기자에게 보고서를 건넸다는 김 씨의 진술에 의구심이 많아 압수수색에 나섰다"며 "압수자료 분석을 통해 김 씨가 대선 개입 등 특정한 의도로 보고서를 넘겼는지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