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집권 막으려는 '외부연합전선' 있다"

이명박 "적은 밖에 있다"…박근혜측 '시큰둥'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22일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으려는 외부 연합전선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충남 아산의 온양관광호텔에서 열린 충남 선대위 발족식에 참석해 "한나라당의 화합을 제안한다. 우리의 적은 안에 있는 게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연합전선이 본선에 가면 막강해지는데 한나라당이 똘똘 뭉치고 정권교체를 원하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야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 이회창 전 총재에 대한 검증 공세를 예로 들며 "선거가 끝난 뒤 (의혹 제기자들이) 유죄를 받으면 뭐하겠느냐. 우리는 신뢰를 갖고 후보를 믿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은 "나는 대통령이 되지 못할 결격 사유를 갖고 이 자리에 서 있지 않다"며 "네거티브가 앞으로 계속 나올 것 같다. 어려움이 있겠지만 명명백백하게, '명명박박'하게 다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의 이같은 발언은 각종 의혹에 휘말려 지지율 하락세가 완연해진 상황을 정권차원의 '음모'로 규정해 국면전환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전 시장 측근들이 '김-노-박(김정일-노무현-박근혜)' 커넥션 의혹을 제기한 것에 비해선 '적'을 외부로 한정한 차이가 있지만, '당의 화합'을 강조한 대목에선 박 전 대표 측의 의혹 공세에 대한 불만도 역력해 보였다.
  
  공작정치 규탄대회서도 朴-李 신경전
  
  하지만 이 전 시장의 '내부단결론'이 먹혀들 기미는 별로 없다. 이날 오후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공작정치 규탄대회'는 한나라당 대선후보들에 대한 공세를 '정권연장을 위한 공작정치'로 규정하고 이를 규탄키 위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박근혜-이명박 양 진영의 신경전이 더욱 도드라졌다.
  
  200여 명의 당원, 당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행사에는 이명박계에선 이재오 최고위원을 비롯해 이병석, 차명진, 진수희, 김기현, 박계동 의원이 모습을 보였다. 박근혜 캠프에서도 허태열 전 사무총장, 김학송, 김재원, 이진구, 정희수, 안홍준 의원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이명박계 의원들이 행사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열성적으로 구호를 외쳤던 것과 달리 행사 끝까지 자리를 지킨 박근혜계는 이진구 의원뿐 나머지 의원들은 잠시 머물다 흩어졌다.
  
  행사장 곳곳에서도 양 측은 신경전은 계속됐다. 박근혜 캠프의 김재원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정권의 공작정치에 기본적으로 공동 대응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자칫하면 이명박 캠프의 의도대로 노무현 정부와 우리 캠프를 함께 '규탄'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박근혜 캠프의 한 관계자는 "저 쪽(이명박 캠프)에선 우리가 여권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나오는 상황 아니냐"면서 "공작정치를 막자는 당의 행사인 만큼 그 자체를 거부할 이유는 없지만 자칫하면 오해를 살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이명박 캠프의 진수희 대변인은 이날 행사에 소극적인 박 전 대표 진영을 겨냥해 "언제 검증의 칼날이 그쪽으로 향할지도 모른다. 밖에 있는 적에 대해 함께 투쟁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강재섭 "왜적을 물리치자"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강재섭 대표는 "후보 누구를 특별히 더 공격하고 덜 공격한다는 게 없다. 다 같이 초장에 분쇄해야 한다"면서 "'설마 나를 공격하겠나, 다른 사람을 공격하겠지'라는 생각을 말아야 한다. 차례차례 모두 공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군에 대해 모택동과 장개석이 국공합작을 한 것처럼 후보들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각 후보들을 받드는 측근들은 입들을 조심하라"면서 "모두 힘을 합쳐 왜적을 물리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은 왕이라는 측근의 이야기가 맞다. 경제와 민생과 안보를 거덜 낸 '국정파탄 3관왕'"이라며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선거법 위반, 관권선거 지시, 공작정치 가담 등 한 건이라도 발견되면 퇴임 후라도 엄벌에 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유주의연대 신지호 대표는 규탄사에서 "이명박, 박근혜 양 캠프의 경쟁이 위험수위를 넘어 많은 국민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면서 "누가 우리 편이고, 누가 적인지 피아식별조차 곤란할 정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이명박의 나라도, 박근혜의 나라도 아니다. 이 나라에 태어난 것이 자랑스러운 국민의 나라"라며 "이런 국민의 믿음에 역행하는 누구든 국민의 버림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사 곳곳에는 "국민이 궐기하여 공작정치 분쇄하자", "잊지 말자! 2002년 그들이 한 짓을", "정치공작 즉각 중단하라"는 현수막도 내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