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운하 보고서 유출 경위가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이 박근혜 캠프의 유승민 의원을 사실상 정권과의 '공모자'로 지목하면서 양 진영의 갈등이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정두언 "박 캠프가 변조, 유출"…유승민 "의원직 걸고 밝혀보자"
이날 오전 이명박 전 시장의 핵심 참모인 정두언 의원은 '한반도 대운하 보고서 논란'과 관련해 일부 언론과 인터뷰에서 "정부의 문서 파일이 특정캠프 모 의원한테 넘어갔으며, 그 의원이 일부 내용을 변조하고 그게 모 언론사에 넘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논란을 빚고 있는 37쪽짜리 경부운하 보고서가 박근혜 캠프로 흘러들어간 뒤 이것이 조작돼 언론으로 유출됐다는 주장으로, 현 정권과 박 전 대표 측의 '이명박 죽이기' 공모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것이다. 정 의원이 지목한 모 의원은 한반도 운하 비판의 선봉 역할을 해 온 유승민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유승민 의원은 즉각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두언 의원의 말 대로라면 본 의원은 이 정권과 내통해 공문서를 위ㆍ변조한 범죄인"이라며 "정 의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국회의원 직을 그만 두겠다. 만일 허위라면 정 의원이 국회의원 직을 그만 두라"고 반박했다.
유 의원은 "보고서의 존재 가능성을 본 의원이 5월31일 기자회견에서 처음 밝혔고, 그 동안 이명박 캠프가 계속 본 의원을 배후로 지목했던 만큼 오늘 정두언 의원의 발언은 본 의원을 말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정치 생명을 걸겠다. 정 의원의 발언은 100%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유 의원은 "오늘 중 당의 네거티브 감시위원회와 윤리위원회에 정 의원 발언에 대한 조사를 요청할 것이다. 당은 허위사실을 유포한 정 의원에게 엄중한 조치를 취하라"면서 "같은 당의 의원끼리 형사고발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당에서 조치를 내리지 않으면 추가적인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법정다툼으로 비화될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명박측 "정체불명의 검은 빅브라더가…"
그러나 이명박 전 시장 측은 대운하 보고서가 유출·유통되는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박근혜 캠프가 관여하지 않았겠냐는 의혹을 거두지 않았다.
박형준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검증을 야당 깨뜨리기 수단으로 삼으려는 정체불명의 검은 빅브라더가 한나라당의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면서 "분명한 것은 이 검은 자료가 야당 내부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유혹을 부추겨 야당 분열의 재료로 활용되고 있는 점이다. 이것으로 이득을 보고 있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지금 야당 후보들이 해야 할 일은 정권교체를 위해 빅브라더를 함께 찾아내 정권연장 기도를 분쇄하는 것이지 여기에 부화뇌동 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이명박 캠프는 '박근혜 X파일'의 존재 가능성도 슬그머니 꺼내들었다. 전날 "시중에 한나라당 후보(비방)에 관한 옛 안기부 보고서가 낱장으로 나돌고 있다"는 주장을 폈던 이재오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안기부 보고서는) 김대중 정부 시절의 보고서 같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두 후보 모두에 대한 내용이냐'는 질문에 "제가 본 것은 한 후보에 대한 것이다. 누군지는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 "(그 내용은) 차마 말하기 창피할 정도로 그런 것들"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 전 시장에 대한 자료는 왜 빠졌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낱장으로 몇 장이 돌아다니는데 저에게 전달된 것은 공교롭게도 한 후보에 대한 것"이라며 사실상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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