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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줄푸세'가 '국가 대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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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 '줄푸세'가 '국가 대개조'?

[주간 프레시안 뷰] 국가 전체를 '세월호'로 만들고 있는 정부

100일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나? - 두 개의 삽화

안녕하세요? 경제의 맥을 짚어 드리는 프레시안 도우미 정태인입니다. 벌써 100일입니다. 4월 15일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는 다음 날,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습니다. 지금까지 294명의 시신을 찾아냈지만 10명은 아직도 물속에 있습니다. 지난 100일, 우리는 무엇을 했을까요?

지난 7월 15일, 416개의 상자에 담긴 350만 1266명의 서명이 국회에 전달되었습니다. 세월호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죠. 이 서명은 100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로부터 닷새가 지난 20일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메시지 하나를 공개했습니다.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심재철 의원이 전날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였죠. 요지는 "학교 수학여행을 가다가 희생된 사건을 특별법을 만들어 보상해 달라는 것은 이치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는 겁니다. 그가 "법안 참조용"이라며 인용한 그 글에는 "세월호 사망자들이 수억 원의 보험금을 받는다"며 "안전사고로 죽은 사망자들을 국가유공자들보다 몇 배 더 좋은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 세월호 특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기실 의사자 지정, 특례 입학 허용 등은 가족들이 요구하는 바가 아닌데도 입법의 최대 쟁점으로 등장해서 오히려 법 제정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실제의 쟁점인 수사권과 기소권만 해도 그렇습니다. 가족과 국민이 "국가란 무엇인가?"를 묻고 있는데 정부여당은 기존 사법체계와 어긋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이라는 세월호 대책의 상징을 놓고 일어난 이 두 삽화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과 묻으려는 사람들….

많은 이들이 앞으로 대한민국은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말합니다. 마치 2001년에 발생했던 미국의 9.11을 연상케 하는 말입니다. 실로 그래야 합니다. 위의 두 삽화는 '세월호 이후'가 어떻게 될지를 보여줍니다. 현재의 정부-여당이 '세월호 이후'를 재설계한다면, 과거 상황이 오히려 더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한 번 진실 위에서 진정한 변화를 모색하는 사람과 은폐 위에서 '국가 대개조'를 시도하는 사람들 간의 싸움이 벌어질 겁니다. 과연 '국가 대개조'의 방향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요?

▲ 100일, 잔인한 시간이 지났지만 유족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았다. 세월호 유족들이 24일 서울광장에서 추모공연을 보며 오열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세월호의 경제적 진실

사건 발생 나흘 만에 저는 세월호의 경제적 원인은 '규제완화'라는 글을 썼습니다.

100일 만에 경제학자 우석훈이 훨씬 체계적인 분석을 책으로 펴냈습니다.


그는 우선 해운업계의 수익 추구에서 원인을 찾습니다. "고유가 시대에 저가항공, KTX 등에 밀려 수익을 낼 수 없던 선박업 환경"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평형수를 빼고 화물을 싣고, 그 화물을 대충 묶는다든가 하는 직접적인 행위뿐 아니라 선박 수명 연장, 불법 개조 등이 이뤄졌다고 분석합니다. 산업의 구조적 상황이 정부와 국회에 대한 로비를 통해 규제완화를 낳았다는 거죠.

두 번째로 안전관리 역시 마찬가집니다. 1993년 292명이 숨진 서해 페리호 침몰 사고 이후, 연안 여객선 안전을 한국해운조합에 맡겼습니다. "해양수산부 퇴직 관료들이 재취업하는 한국해운조합에 안전 감독 권한을 내주고 당국 책임을 회피한 것"이라는 거죠. 이 또한 규제완화-민영화라는 정책 기조와 연관이 있습니다. 대형 사고가 터지면 당연히 국가의 규제가 강화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민간에게 맡겨 버린 셈이죠. 이 노른자위로 해수부 퇴직관료들이 가면서 '관피아'가 강화됐고, 규제 당국과 대상이 한통속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는 세 번째로 중등교육과 관련한 실패를 꼽았습니다. "2011년 부산 해양항만청과 제주 해양관리단은 페리 산업이 어려우니, 수학여행을 보내 달라고 교육당국 등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 결국 수학여행 비용 일부가 페리 산업의 생존에 보태진 것"이라는 거죠. 국가가 교육이란 이름으로 학생들을 동원해 업계의 이익을 보장해 줬다는 겁니다.

우리는 이 모든 행위가 기업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선 규제완화와 민영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신자유주의 정책기조를 바탕에 깔고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여객선 안전을 '관피아'에게 맡긴 해가 1993년, 즉 김영삼 정권 때라는 점은 단지 우연이 아닙니다. 이때 이건희 삼성 회장은 "국민은 1류, 기업은 2류, 정부는 3류"라고 공언했고 고위 공무원들이 삼성연수원에서 교육을 받기 시작했으니까요. 정책기조가 바뀐 거죠. 페리호 사건 이후 오히려 민영화가 강화되었다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IMF의 요구로 민영화-규제완화가 완전히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연상케 합니다. '세월호 이후'의 대한민국은 어디로 갈까요? 원인을 오히려 강화해서 또 다른 침몰을 준비하는 건 아닐까요?

우석훈 박사는 연안해운업의 완전 공영화를 주장합니다. 민영화-규제완화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으니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은 채 수학여행을 다시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2주 뒤에는 서울 상왕십리에서 전철 추돌사고가 일어났고, 5월 28일에는 전남 장성 요양병원에서 방화사건이 터졌는데 비상구는 막혀 있고 소화기는 쓸 수 없었습니다. 며칠 전 강원도 태백에서 발생한 관광열차 충돌사고 역시 신호를 보지 않고 운행하다 생긴 사고였습니다. 아무런 변화도 없었으니, 이런 사고는 계속 터질 거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100일 만에 모든 게 바뀔 수는 없겠죠. 그렇다면 장기적으로는 어떨까요?

'국가 대개조'는 어디로?

사건 발생 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던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한 달 만인 5월 19일 '눈물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잘못된 것들과 비정상을 바로 잡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저의 모든 명운을 걸겠다"고 다짐했죠. 국가안전처 신설, 해양경찰청 해체 등 정부 조직 개편, 관피아의 척결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두 달 동안 박 대통령은 '제2기 내각구성'조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총리 후보, 사회부총리 후보,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가 줄줄이 낙마했죠. 결국 세월호 가족들에게 물병 세례를 받았던 정홍원 총리가 '국가 대개조'라는 중책을 맡게 됐습니다. 그가 한 일이라곤 '국가대개조위원회'의 이름을 '국가혁신위원회'로 바꾸겠다는 말을 한 것뿐입니다.

국가혁신이라니, 곧바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떠오릅니다. 현재까지 박근혜 정부의 정책기조는 지난 2월 25일에 발표한 이 계획입니다. "실제로 대통령이 이 '3대 핵심 전략' 어디에서나 강조한 가장 중요한 어휘는 (중략) 바로 '규제완화'('규제개혁'이라고 표현)입니다. 규제완화만큼 이번 계획의 핵심을 보여주는 낱말은 없습니다. 규제완화는, 또 한 번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신비의 묘약으로 등장했죠. 다시 한 번 '줄푸세'입니다. 달라진 것은 이번엔 '474'("잠재성장률을 4%대로 끌어올리고 고용률 70%를 달성하며, 1인당 국민소득 '4만 불 시대'로 가는 초석을 놓겠다")라는 목표를 확실히 세우고 아버지 박정희 식 '계획'의 방법으로, 즉 군사적으로 실천하고 말겠다는 의지입니다."


바로 세월호의 경제적 원인을 2월 25일에 박 대통령은 정책기조로 선언했던 겁니다. 그리고 제2기 내각의 경제를 총괄할 최경환 신임 부총리의 정책도 이를 정확히 따르고 있습니다.


다만 '소득 주도 성장'이라고 부를 만한 가계소득 증대 정책, 비정규직 대책도 제안했는데 아직 구체적인 방향은 나오지 않았고 앞으로 나올 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입니다.

▲ 박근혜 대통령는 '최경환 노믹스'가 경제 성장을, 대통령 지지율을 상승시킬 것으로 기대할까? ⓒ연합뉴스

우리는 지난 20여 년 간의 '악순환'을 또 한 번 보고 있는 중입니다. 페리호 사건이 일어나자 관리를 민간에게 맡긴 것, 자유화-개방 때문에 외환위기가 일어났는데 오히려 그 기조를 정착시킨 것, 노무현 정부 때는 아예 한미 FTA로 돌아갈 길을 끊었고, '세월호 이후'의 대한민국 역시 '줄푸세'를 강화하는 쪽으로 귀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우려를 할 만한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습니다. 의료제도는 전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또 하나의 '세월호'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기조에 따라 의료민영화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국민들 역시 폴라니 표현대로 '대응운동'에 나섰습니다.

병원의 영리자회사 허용과 부대사업의 확대를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 입법예고 종료 하루를 앞두고 단 하루 만에 67만 명이 반대 서명을 했습니다. 현장 서명을 더하면 120만 명을 훌쩍 뛰어넘었고, 복지부 입법예고 '의견쓰기' 란에는 복지부 홈페이지가 오후까지 접속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6만 800개의 항의 글이 달렸죠.


그럼에도 정부는 의료민영화를 시작으로 각종 '규제개혁'을 시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최경환 부총리는 LTV와 DTI 완화를 예고해서 '빚내서 집을 사든지 전셋값을 대라'는 정책을 예고했습니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쌀 시장개방(관세화 전환)도 선언했죠.

대한민국 전체가 세월호가 되는 것을 막을 힘은 우리 스스로에게 밖에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 전체를 살릴 길은 '국가 대개조'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막아 생명을 위한 개혁의 물꼬를 트는 데 있습니다.

나아가서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전 인류가 타고 있는 세월호의 침몰을 막기 위한 '생태혁신'도 시급합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이 주제에 관해 뭘 하리라고 생각하는 건 언감생심에 해당할 겁니다. 지난 정부가 발표한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도 규제개혁의 차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니까요. 별 수 있나요? 우리끼리라도 생태문제와 대응책에 관해 논의해야 합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남북관계·한반도/국제/생태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눠 정리한 '주간 뉴스 일지'와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이승선 프레시안 국제 선임기자,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 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창간 이후 조합원 및 후원회원 '프레시앙'만이 열람 가능했던 <주간 프레시안 뷰>는 앞으로 최신호를 제외한 각 호를 일반 독자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 내려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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